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호)예은이가 불러주고 진은영시인이 받아적다

슬프고 아파서 조회수 : 944
작성일 : 2016-04-16 18:43:18

          그날 이후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핸드폰 충전 안해 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때  일주일이나 연락 못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뜻하고 부드럽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아빠 엄마 미안

아빠의 지친 머리 위로 비가  눈물처럼 내리게 해서 미안

아빠, 자꾸만 바람이 서글픈 속삭임으로 불게 해서 미안

엄마, 가을의 모든 빛깔이 다 어울리는 엄마에게 검은 셔츠를 계속 입게 해서 미안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서 햇빛이 따뜻하게 펄럭이고

여기에도 똑같이 주홍 해가 저물어

엄마 아빠가 기억의 두 기둥 사이게 매달아놓은 해먹이 있어

그 해먹에 누워 또 한숨을 자고 나면

여전히 나는 볼이 통통하고 얌전한 귀 뒤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아이

제일 큰 슬픔의 대가족들 사이에서도 힘을 내는 씩씩한 엄마 아빠의아이

아빠, 여기에는 친구들도 있어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어

"쌍거풀 없이 고요하게 둥그레지는 눈매가 넌 참 예뻐"

"너는 어쩌면 그리 목소리가 곱니, 어쩌면 생머리가 물위의 별빛처럼 그리 빛나니."

 

아빠!엄마! 벚꽃 지는 벤치에 앉아 내가 친구들과 부르던 노래 기억나?

나는 기타를 잘 치치는 소년과 노래를 잘 부르는 소녀들과 있어

음악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러운 털을 가진 고양이들과 있어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밤길 마중과 내 분홍색 손거울도 함께 있어

거울에 담긴 열일곱살, 맑은  내 얼굴과 함께, 여기 사이좋게 있어

아빠, 내가 애들과 노느라 꿈속에 자주 못 가도 슬퍼하지 마

아빠, 새벽 세 시에 안 자고 일어나 내 사진 자꾸 보지마

아빠, 내가 여기 친구들이 더 좋아져도 삐치지마

 

엄마, 아빠 삐치면  나 대신 꼭 안아줘

하은언니, 엄마 슬퍼하면 나 대신 꼭 안아줘

성은아, 언니 슬퍼하면 네가 좋아하는 레모네이드를 타줘

지은아, 성은이가 슬퍼하면  나 대신 노래 불러줘

아빠, 지은이가 슬퍼하면 나 대신 두둥실 업어줘

이모, 엄마 아빠의 지친 어깨를 꼭 감싸줘

친구들아, 우리 가족의 눈물을 닦아줘

 

나의 쌍둥이 하은언니 고마워

나와함께 손잡고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여기서, 언니는 거기서 엄마 아삐 동생들을 지키자

나는 언니가 행복한 시간만큼 똑같이 행복하고

나는 언니가 사랑받는 시간만큼 똑같이 사랑받게 될 거아

그니까 언니 알지?

 

아빠 아빠

나는 슬픔의 큰 홍수 뒤에 뜨는 무지개 같은 아이

하늘에서 제일 멋진 이름을 가진 아이로 만들어줘 고마워

엄마 엄마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들 중  가장 맑은 노래

진실을 밝히는 노래를 함께 불러줘 고마워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

 

 

IP : 125.181.xxx.1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4.16 6:46 PM (113.216.xxx.53)

    오늘 김용민씨가 이 시를 읽어주었어요.
    말미에 김용민씨도 울컥한것 같았고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정말 예은이가 말하고 있는것 같아서

  • 2. ㅠㅠ
    '16.4.16 6:49 PM (114.200.xxx.14)

    울고있어요

  • 3. ....
    '16.4.16 9:56 PM (58.233.xxx.123)

    너무 억울해요. 이 아름다운 아이들을 짓밟아 버린 악독한 사람들을 저주합니다. 빗소리랑 같이 울고 있어요.....

  • 4. 어떻게 하면 좋나요..
    '16.4.17 12:08 AM (220.76.xxx.253)

    우리 아이들..선생님..아빠와 아이...그리고 힘들게 하늘나라로 간 우리 아이들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1601 외며늘은 멘탈이 강해야함 ᆢ 18 Wt 2016/05/29 5,253
561600 고승덕 딸, 캔디 고, 멋진 사람이네요. 9 아... 2016/05/29 4,877
561599 디마프 콜라텍 장면 어떻게 보셨어요? 16 000 2016/05/29 5,498
561598 미국은 광주 5.18과 제주 4.3에 사과해야 한다 1 체로키파일 2016/05/29 608
561597 미세먼지 적은 곳이 어디일까요? 28 두통 2016/05/29 12,870
561596 생리대살돈도없어요- 저소득층가정 청소년들의 말할수없는고백 7 집배원 2016/05/29 2,233
561595 지하철 안전문 사고로 사망한 직원이 19살 이었대요 24 .... 2016/05/29 5,947
561594 살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 5 2016/05/29 1,723
561593 박찬욱 감독 몇년새 흰머리가 많아졌네요 2 흰머리희끗 2016/05/29 1,705
561592 고 3아이가 요즘 8 방법이 2016/05/29 2,573
561591 길음 뉴타운과 삼선SK뷰중 아이 키우기 어디가 좋을까요? 8 케로로 2016/05/29 2,071
561590 직장 생활 11년차...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5 ... 2016/05/29 3,386
561589 자식 하나도 겨우 키웠는데 둘째는.. 사치이자 과욕이겠죠? 31 ㅇㅇ 2016/05/29 6,402
561588 엄마 생일에요 1 ^^ 2016/05/29 642
561587 죽으면 끝이 아니고 다시 태어난다면 이번생을 어떻게 사실 건가요.. 2 살아가는 법.. 2016/05/29 1,675
561586 극장에서 어쩜 그리 팝콘을 우저우적 먹는지... 14 000 2016/05/29 2,858
561585 개인사업자인데 세금관련 여쭤봐요 2 ㅇㅇ 2016/05/29 1,206
561584 먹거리엑스파일 카페 컵 재활용 22 summee.. 2016/05/29 5,851
561583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시키셨어요? 19 신입생 2016/05/29 3,760
561582 평일 대낮에 인왕산갔다가 아찔... 24 3년전? 2016/05/29 14,242
561581 좁은 골목길에서 마세라티가 박았어요. 6 2016/05/29 3,741
561580 남들 입에 안오르내리는 퇴사사유 좀 알려주세요. 19 조언좀 2016/05/29 7,131
561579 길에서 아버지랑 아들이랑 앉아서 대화를 하는데... 6 아이사완 2016/05/29 3,020
561578 쿨한 부부로 사는 법 1 수민맘 2016/05/29 1,741
561577 제가쓴 글이 자꾸 없어져요 2016/05/29 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