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런 아버지 어떤가요

.. 조회수 : 1,420
작성일 : 2016-04-16 12:39:44
정말 가난한 집 망한 집에서 자란 아버지에요
공부는 잘해서 서울대갈 실력은 됐지만 지방국립대 갔고
자신이 벌어서 학비내고 동생들 다 대학보내주고
당시 현대중공업에도 입사하여 장미빛 미래를 꿈꿨었죠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0 에요
타고난 성품도 그렇지만 자라온 환경이
너무 가난해서 친구한명 사귈수없었다던 아버지
당연히 사내정치에서 밀리고
승진에서 계속 고배를 먹어도 뻔뻔하게 몇년 더 다녔지요 (아무나 못함 오히려 타인의 감정을 몰라서 가능)
그럭저럭 월급쟁이로 지내오면서
저를 키우셨지만
꿈이 많은 저로서는
아버지가 좀더 멋진 모습 멋진 말이나 철학 화법 인간관계 같은걸 몸소 보여주지 못하신데
늘 불만이 많았습니다
한번도 정서적인 교감을 갖는 이해의 대화를 해본적도 없고요
급기야
도박으로 망해먹은 할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술담배도 안하고 살아오신 아버지였지만
제 12년간의 노력의 결과인 수능성적으로 도박을 하셨죠
전 맞지도 않는 지방의대에 진학했고
(1~2년 다니고 그만둘거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 각서를 써놓지 않은게 후회)
실제로 2년 다니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두는 의대생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후 늘 서로를 원망하는 사이가 될수밖에 없었고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고
도박이 나쁜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도박에서 잃는게 나쁜거지요
남이 벌여놓은 판은 딸수가 없으니 나쁜거고
자기가 별여놓은 판은 딸수도 없으니 해볼만 한거지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고
한국사회 의사친구들 부럽지 않은 위치가 되고보니 (가치판단의 기준은 자신이니까요^^)
도박판을 벌여준 아버지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고
무엇보다
특별히 배울점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특별히 감동적인 대화를 해주지는 못했지만
배우면 안되는 것들을 보여준적은 없었고 (흔한 반찬투정 한번없는 분)
오로지 참고 인내하는 것말고는 없는 아버지였지만
인생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었네요 (창의력쪽에서 인정받고 있는 직업인데도요..)
IP : 121.155.xxx.24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시대
    '16.4.16 12:43 PM (211.230.xxx.117)

    그런아버지면
    좋은 아버지입니다
    그시대에 자식과 공감할수 있는 부모님이
    오히려 극소수였지요
    성실하게 제몫을 다 해낸 부모님이면
    충분히 존경받을수 있는 부모님이시라고
    감히 말할수 있습니다

  • 2. ...
    '16.4.16 12:45 PM (183.98.xxx.95)

    저도 그당시에는 성실과 인내외엔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3. //
    '16.4.16 12:47 PM (222.110.xxx.76)

    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 4. ...
    '16.4.16 12:54 PM (220.75.xxx.29)

    자식 배부르게 밥 먹이고 남들만큼 공부시켰으면 좋은 아버지에요.

  • 5. ......
    '16.4.16 1:38 PM (59.0.xxx.38)

    훌륭한 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단점과 장점을 잘 이해하시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따님도 훌륭하십니다.

  • 6. ..
    '16.4.16 1:39 PM (182.209.xxx.49) - 삭제된댓글

    좋은아버지이네요 저희아버지도 공부에는 타고난재능과 성실하셨던분이고 늘책과함께 하시는분
    친구들만나서 좀 노시기도 하시고 호탕하셨으면 싶은면도 있지만
    그냥 그 성실하게 살아오신 그자체가 저희들에게 많은 좋은 영향을 주셨던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자체만으로도 존경하게 된다고해야할까.. 님아버지도 성실하시고 묵묵하게 자기삶 살아오신분같은데
    좋으신분같아요

  • 7. ..
    '16.4.16 1:51 PM (121.155.xxx.240)

    감사합니다

  • 8. 삶은 말이 아니라 행동
    '16.4.16 2:17 PM (125.176.xxx.108)

    평생 삶으로 성실과 책임감을 보여주신 아버지
    보면서 자라면서 무의식으로 배운다는 자기 아버지의 도박 술 담배를 가까이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설움과 눈물속의 다짐이 있었을까요
    망한 집에서 줄줄이 달린 동생들까지 건사하고
    그와중에 내 자식이 공부 잘해줘서 의대갈 성적까지 키워냈다면 한번쯤은 자식에게 부모로서의 욕심을 내비출만 했네요
    원글님 아버지께서 요즘 세상에 태어나 내 공부만 실컷하고 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컸다면 원글님 못잖게 세련되고 품위있고 자신을 어필할 줄아는 매너까지 갖추셨겠죠

    평생을 묵묵히 사회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않고,드러내지못하고 사신 아버지가 계시니 의대들어가서 2학년 때 그만두는 호기를 부릴수도 있던거 아닐까요?

    존경받기에 충분한 아버지입니다

  • 9. ..
    '16.4.16 3:29 PM (121.155.xxx.240) - 삭제된댓글

    감사합니다 이글 보여드리면 님이 알아주신 마음에 눈물을 흘리실듯 하네요
    나이드시니 감성적으로 좀 변하셔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3125 [펌] 우리는 왜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가 14 ^^ 2016/06/03 3,778
563124 애 하나 더낳음 내 노후는 어케될까요.. 17 우리집만 2016/06/03 4,481
563123 섬쪽 발령을 선생들도 꺼려해서 신규교사가 배치된다고 13 2016/06/03 6,606
563122 영화 아가씨 봤습니다. 겨우 이딴걸로 칸 영화제 수상운운하다니요.. 5 그래도칸인데.. 2016/06/03 4,719
563121 리조트요. 3 토토짱 2016/06/03 703
563120 이런 거 넘나 사고 싶어요~ 3 초코 2016/06/03 1,486
563119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시는 분 보십시오! 5 부탁드립니다.. 2016/06/03 2,018
563118 10대보다 20대들이 얼굴이 더 크네요 2 2016/06/03 1,552
563117 서울메트로, 지하철 스크린도어 부실시공 인정 1 ㅇㅇ 2016/06/03 640
563116 과학고 영재고 학생들은 의대는.. 19 무명 2016/06/03 5,808
563115 미국 재무장관, 이주열 총재와 비공개 회동..금융시장 '주목' 3 중국과 미국.. 2016/06/03 735
563114 노화현상중 충격적인거 20 규마족 2016/06/03 25,235
563113 선민사상이 있는 게 자기긍정의 일환일까요? 1 피곤하게함 .. 2016/06/03 982
563112 호스피스 병동에 병문안 가야되는데요...? .... 2016/06/03 1,243
563111 랑방 슈가백 2 랑방 2016/06/03 1,251
563110 곡성에서 궁금한거 있어요...이장면은 왜 굳이? 7 ㅇㅇ 2016/06/03 2,608
563109 지역감정 조장은 절대 아니고요, 정말 궁금해서요 24 왜 그랬는지.. 2016/06/03 4,298
563108 연대앞까지 16 새가슴 2016/06/03 1,857
563107 결혼생활 원래 쉽지않은거죠? 16 pp 2016/06/03 4,355
563106 혼자서 한정식당 가서 배터지게 먹었어요 17 ㅋㅋ 2016/06/03 5,636
563105 서로 인사하는게 맞지 않나요? 23 .... 2016/06/03 4,695
563104 세월호부터, 곡성공무원사건까지..우울증걸리겠어요. 8 ㅠㅠ 2016/06/03 1,704
563103 3일동안 다이어트 할랍니다 3 ... 2016/06/03 1,525
563102 여름 결혼식 갈때에 2 뜨거워 2016/06/03 2,320
563101 가까운 사람이 우유부단 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3 짜증 2016/06/03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