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거처
손세실리아
담장 아래 수북한 풀을 뽑다가
키가 한 뼘쯤 되는 포도나무를 발견했다
영글면 무얼 할까 설레다가
이토록 경이로운 소행의 주범은 누굴까
페이스북에 남겼더니 누군가
신 운운한다 순간 발끈해져
신은 맹골수도에 계시다 받아치고 말았다
바다에 계셔야 옳다고
연일 빵빵 터지는 지상의 사건 사고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끄고
아이들 건사에만 전념하시라고
골고루 거둬 먹이고
추울 테니 자주 안아주라고
정 올라오고 싶거든
누구 하나 빼놓지 말고 같이 오라고
그럴 자신 없으면 거기 가만 계시라고
그날 이후 나의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바다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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