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골드미스인 여동생이 결혼안해서 걱정이 된다고 글이 올라왔는데, 댓글들이 원글에게 꾸짖는 일이 많았어요. 잘살고 있는 동생에게 왜 그러냐고, 소개도 제대로 안해주며서 걱정해주는 언니를 질책했던 글이 있었는데, 제 이야기 같았어요.
제가 딱 그 동생입장이거든요.
본인의 의지는 아니였지만 어릴때부터 많이 아프고, 어리버리하고 손이 더가는 언니때문에 저는 엄마의 관심도 못받고 착하고 순종적으로 컸는데, 크고나니 엄마는 저에게 힘든 얘기는 다 하고 감정적으로 의지도 하고 저를 자꾸 힘들게 해요.
아빠가 어릴때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4남매를 홀로 키우셨기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지만 대부분 엄마들은 자식들이 자기보다 잘 살기를 원하잖아요.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인데 한번씩 결혼때문에 저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해요..
나이가 40인 딸이 결혼도 안하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가는건 이해가 가는데, 클때는 관심도 잔정도 없이 커서 별로 대화도 안하고 커서 엄마는 제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도 몰라요. 언니랑 여동생은 알아서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중간에 낀 저는 저는 뭐가 문제인지 연애도 잘 못하고 사람사귀는게 힘들더라구요. (나중에 싦리상담해보니 애정결핍에 자존감도 많이 낮았고, 중간에 끼여서 제가 필요한 관심을 못받아서 생존본능의 방식으로 성격이 좋아보이고 순종적이지만 실제로 아주 예민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성에게도 아주 방어적이기도 합니다) 대신에 언니 동생보다 공부잘했고, 중간에 방황해서 대학을 좋은데는 못갔는데 편입해서 장학금도 받고 대학 졸업해서 좋은데 취직도 했어요.
방황하는 기간에, 20대에 잠깐 정신이 딴데 팔려서 다른일하다가 큰 빚져서 돈때문에 너무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제가 잘못한거니 엄마한테는 힘들다는 티도 못냈고 혼자 벌어서 빚갚고 대학다녔어요. 동생들도 어려서 대학등록금 많이 들어가던 시절이어서 대학 다시 간다는 얘기도 못하고 몰래 다녔습니다. 언니가 더 큰 문제를 터트렸기에 제 문제는 상의할 엄두가 안나는 시기였어요. 저는 작은 직장이라도 잘 다니고 엄마말 잘들으니까, 엄마는 제가 돈 벌어서 동생들 뒷바라지 해주는걸 좀 바래는 눈치였고, 생활비도 조금씩 드려야 했거든요. 지금와서 생각하니 꼭 아들과 딸의 후남이 같네요.....
아무튼 그시절을 저혼자 버티고 나이 서른에 정년이 보장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서 타지로 가면서 독립을 했어요. 이제 엄마를 벗어나는구나 싶었는데,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자 엄마가 계속 이상한 선자리를 해줘서 정말 기분이 나빴어요. 30대 초반이니 적령기이기도 해서인지 선자리가 많이 들어왔는데, 정말 가끔 좋은 선자리도 있지만 거의다 무슨일 하는지도 모르고 학력도 모르는 남자 소개를 그리 해줬어요. 선이라면서 저보고 항상 가서 물어보래요...
친척들이나 엄마 지인들 소개니, 엄마 얼굴 생각해서 싫은데도 나가서 만나보고 퇴짜놓고 했는데, 나이들면서 이건 아닌거 같아서 엄마랑 대판하고 그때부터는 엄마가 조심을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오늘 또 그러네요ㅠㅠ
사촌언니가 아는 사람을 소개하는데, 언니가 나이랑 직업만 얘기해주고 학력 보냐고 하더라구요. 저는 이왕이면 대학나온게 좋다고 했는데, 선남이 고졸이라기에 좀 실망한 티를 냈어요. 언니도 제가 나이가 있으니 만나보라고 하며, 사람은 좋다고 하고 솔직히 제가 더 아깝다고 하긴 하는데 저보고 안봐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사실은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저한테는 그남자 학력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데요. 아마 제가 안볼거라고 생각한가본데 기분이 너무 나쁘네요. 제가 판단하면 되는건데 엄마는 왜 이러는건지. 딸이 좋은데 시집가는걸 바라는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얼마전에도 별 남자 없으면 만나라고, 나이 먹고 자꾸 따지면 남들이 볼거도 없는게 따진다고 욕한다고... 저한테 지나가는 말로 하더라구요. 아.... 이게 우리엄마가 나를 생각하는 나의 모습인건가 하는 자괴감도 오고 참. 슬픕니다.
아무리 못난자식도 부모한테는 예쁘게 보인다는데 우리엄마는 제가 만만해서 그런지 저를 아주 못난이로 얘기하고 다녀서 그런지, 별로 안좋은 선자리가 들어와도 감지덕지하는 마음으로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네요.
정말 못배우고 가난해도 자식사랑이 넘치는 엄마 있는분들 너무 부러워요. ㅠㅠ 왠지 어려서부터 이런 느낌이 전해져서인지 저는 자식 많이 안낳고 싶었어요. 이제는 나이가 많아 많이 낳기도 힘들겠지만요, 꼭 하나만 낳아서 사랑 넘치게 키우고 싶었어요. 눈물 나네요...
차라리, 제가 친구나 직장에서 소개팅해서 만난 남자들이 더 나았는데, 얘기를 꺼내던가 데리고 갈때마다 별로 탐탁치 않아했어요. 마지막 남친은 결혼 말까지 오가서 가족한테 소개했는데 남자가 갑자기 연락끊어서 갑자기 헤어짐을 당해서 저나 가족들이 상처도 받기도 했구요.
이제 결혼을 포기해야되나 싶은데, 세상에 제편 하나가 없으니 쓸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