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으시는 주님! 2014년 4월 16일의 충격과 아픔을 아직 기억합니다.
그 날 이후 야만을 목도하며 함께 침몰해간 우리 사회의 고통이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치지 않았습니다.
희생된 이들과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오니, 죄 없이 깊은 바다에 잠긴 이들의 영혼을 위로 하시고 안식으로 이끄소서.
아직 수습되지 못한 고창석, 권재근, 권혁규,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이영숙, 조은화, 허다윤 님을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시며, 한시도 안식하지 못한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소서.
이 참혹한 재난 앞에서 한국 사회는 민낯을 드러내고 분열되었습니다.
억울한 이들의 외침에 함께 울고 연대하는 이들에게 복을 주시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는 이들을 심판하소서. 이제껏 불의와 부조리에 눈 감고 살아온 우리 죄를 회개하오니 이제부터라도 고통당하는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불의한 이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편에 서게 하소서.
2년 동안 힘겹게 싸우는 유가족들과 국민의 요구는 단지 참사의 경위와 책임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주님, 이 당연한 요구가 거절당하고 왜곡되는 현실을 불쌍히 여기셔서 진실과 정의를 향한 부르짖음에 응답하소서.
진상 규명을 위해 애쓰는 모든 이들과 특별조사위원회를 이끌어주셔서 세월호 인양이 순조롭게 이뤄지며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소서.
주님, 이제 고통의 흔적을 우리 몸과 마음에 새기며 살고자 하오니 우리를 도우소서.
십자가의 고난을 기억하되 부활의 능력을 또한 믿고 바라보듯, 세월호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되, 진실과 정의가 부활할 것을 믿고 바라보게 하소서.
우리가 어둠에 지지 않게 하시고, 낙심하지 않게 하시며, 망각의 세월을 살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르리니 주여, 우리를, 이 참혹한 사회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