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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건강염려증, 유전되나요? (글 길어요)

힘들다 조회수 : 1,280
작성일 : 2016-04-14 15:06:01
13살 아이가 대놓고 아파보고 싶다고 궁금해합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시한부 인생을 다룬 책 같은 건 몰두하여 봅니다
누가 차사고가 났다, 입원했다, A형독감이다, 백혈병이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부러워합니다
그런데 실제 건강하라고 챙겨주는 음식, 약 등은 별로 거들떠보지 않아요

학교에서도 수업도 빠지면서 아프다고 난리가 나고 학교보건실엔 단골입니다
오죽하면 보건선생님이 너 그만 오라고 했다고 그 선생 꼴도 보기 싫다고 합니다
수업을 그렇게 빠지면서 공부는 잘 합니다 희한하지요

보건선생에게 연락와서 애가 구역질하며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하니 맹장 같다고 빨리 병원가라 해서
부랴부랴 데리고 병원에 달려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면
맹장 아닌 그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엔 하도 아프다고 난리가 나서
입원시켜서(종합병원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입원부터 시키더군요) 100여 만원 어치의 검사도
여러 차례 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 때마다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요

얼마 전엔 또 한번 죽는 소리로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수업은 다 받아라 하고 끝난 후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진찰을 하더니 '감기 끼가 약간은 있지만 심한 건 아닌데요, 이상하네요?'하고 훗훗 웃었어요
진찰실을 나오자마자 아이가 하는 소리가 '아 쫌 아프다고 해 주지, 저렇게 말하냐?'라고 하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이유를 물으니, 아무 이상없다고 하면 엄마가 자기 뻥치는 줄 안다고,
제가 아이 이마 짚어보고 '열 없다' '괜찮다' 이렇게 말하면 그걸 1년 2년 끌고다니며 마구 이야기를 꺼내요
혼자 떠들다가 눈물까지 글썽, 지는 아파 죽겠는데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고요

그리고 며칠 전 저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정말 독감에 걸려보고 싶다는 거예요 왜 자기는 독감도 안 걸리냐며
그래서 같은 반에 며칠 기침과 열이 심해 며칠 마스크 하고 다니다가 독감으로 결정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 조퇴한다니까 당장 그 아이 마스크를 받아 자기 입에 문지르고 혀로 핥았다는 거예요
저는 기절초풍할 지경이었어요

그리고 장염걸려 조퇴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자리에 가서 엉덩이를 비비고 앉았다더군요
저는 너 대체 왜 이러냐고 소리쳤는데 자기는 진정으로 아프고 싶다는 거예요
자기 친구 오빠가 백혈병이라는데 정말 진심으로 부러워서 부럽다고 했다는 거예요

얘 조부모와 아빠가 지독한 저런 증상이 있었어요
물론 며느리 책임이다 아내 책임이다 떠넘기기도 잘 했고요
시어머니가 티눈이 났는데 갈라져 피가 난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던 남편 생각이 나요
제가 아무 말이 없자 걱정도 안 한다고 소리지르고......
시부모는 말할 것도 없어요

시어머니가 신장의 양성종양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가 가장 심각한(?????) 병이었구요,
그 때도 뭐 온나라가 들썩였어요 죽네사네
그 때 남편의 친구가(의사) 신장은 악성암이어도 제일 간단한 암이다, 떼어내도 상관없고, 전이도 거의 없다,
염려말고 건강관리 잘 하시라고 해 드려라, 이렇게 말했었어요
그 때 남편이 저 미친새끼 죽인다고 남의 병에 대해 하대한다고,
저는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의사친구라고 그래도 좋게 말해주며 격려해주는 건데 왜 죽일놈인지,
그 이후에도 남편은 그 친구를 부부동반으로 지나가다 만나도 생깠어요 저만 어색해서 어쩔 줄 몰랐죠

남편도 간단한 질환이 있으면 종합병원까지 찾아가요 동네병원 가서 대놓고 진료의뢰서 요구합니다
그래서 종합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검사 몇백 들어가고 하고 나면 별 이상없으니 건강관리 하셔라 하면
의사 방에 다 들리도록 진료실 밖에서 돌.팔.이.라고 소리를 쳐요
그리고는 대형약국에 가서 오만가지 약을 다 사서 한 번에 한 주먹씩 약을 털어넣어요
더 재미있는 건, 마치 자해라도 하듯이 건강에 더 나쁜 것을 골라가며 몰아가며 다 해요
아내인 제가 환장할 정도예요

사랑해주지 않아서 그런다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보아 남편 친구들은 부부동반 모이면 저같이 건강 생각하고 챙겨주는 마누라가 없다고
자기 마누라는 어쩐다 저쩐다 부러워만 해요

그래서 말인데, 정말 이런 증세도(제가 보기엔 정신적 증세인데요) 유전인가요?
보고 배우는 것인가요? 어제도 아이가 일부러 기침을 콜!!!!!!!! 록!!!!!!!!!!!! 이렇게 해 가면서
(웃기는 게 스마트폰이나 친구와의 전화통화에 푹 빠져 있으면 기침이 전혀 나오지 않더군요?)
지금 계속해서 학교에서 전화와서 자기 아프다고,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어버버버 거리는데
제가 보건실 가서 열 재보라고 하니, 보건선생이 자기 오지 말랬다고 꼴보기 싫다고 안 간대요
전화가 세번째 오는데 제가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일단 받아서 그래 학교 끝나고 병원가자 잘 달랬어요

예전에도 이런 적 있어요 아파 죽겠다고 전화와서 학교 끝나고 병원가려고 기다리는데
안 와서 연락해보니 친구 집 가서 논다고......안 아프냐고 하니 죽을 것 같다면서
좀 놀다 간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믿겠냐고요? 그런데도 엄마는 안 믿는다고
걱정도 안 한다고 난리가 납니다 제가 정신병 걸리기 직전이랍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불쌍
    '16.4.14 3:10 PM (14.63.xxx.158)

    관심에 굶주린 아이요.
    야, 너 안죽어!! 말해주시고 무시하세요ㅋ

  • 2. 읽기만 해도
    '16.4.14 3:16 PM (14.52.xxx.171)

    혈압이 오르네요
    실제로 제가 몇년 아팠어서 환우카페 가면요
    입원 안 시켜준다고 의사 욕하는 글에
    문병 안 온다고 인연 끊는다는 글
    그 병은 병도 아니라고 했다고 거품무는 글들이 꽤 많아요
    사람이 다 내 맘 같지는 않지만 저건 관심병도 아니고 진짜 아픈 꼴을 못봐서 저런 배부른 소리지 싶네요

  • 3. 울 제부랑 똑같네!!
    '16.4.14 4:40 PM (211.253.xxx.34)

    유전인지는 잘 모르겠고!

    예를 들면 2~3시간씩 어깨운동하고 아프다고 병원진료가서 아무이상 없다 운동 줄이라 그러면 의사새끼 돌팔이 라고, 다리운동 2~3시간씩 하고 아프다고 병원가고 아무이상 없다 그럼 한의원 가서 침맞고...
    배즙이라도 사다 놓음 하루에 열개 이상씩,, 집에 있음 냉장고 뒤져 하루종일 몸에 좋단거 찾아 먹어댑니다.
    온통 머릿속엔 건강생각뿐... 옆에서 보면 정신병도 이런 정신병이 없어요
    꼴보기 싫어 않봅니다.
    건강염려증 있는 사람 옆에 있음 진짜 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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