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우리 딸이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고 오늘 사진 보내줬어요.
어찌나 예쁜지 받자마자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해놓았어요.
머리를 잘라도, 머리가 길어도 얼마나 예쁜지.
가만이 있어도 말을 해도 예쁘고, 심지어 자고 있어도 예쁘죠.
자식이 엄마 눈에는 이렇게 예쁜데
왜 우리 부모님에겐 딸은 잉여생산물로 여겨졌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되어요.
어제 아주 오래된 엄마들 모임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만났는데
벌써 며느리가 자식을 낳아서 손자가 학교 다니는 집도 있거든요.
어떤 엄마는 둘째가 이번에 분만을 해서 봐주느라고 못 왔구요.
그러면서 요새 분만하고는 어떻게들 한다면서 예전과 다르다고 말하더라구요.
속으로 우리 부모님은 왜 그랬나 싶었어요.
저는 첫째 낳은 땐 부모님 두분 다 해외여행가셨구요,
둘째 낳고선 3*7일 지나고선 어머니만 오셔서 제가 차린 점심상 드시고 가셨어요.
저는 딸이라서 지독한 차별을 받고 컸고, 결혼도 제 힘으로.
결혼후에도 돈을 악착같이 벌고 거지같이 살면서 몽땅 저축하고
지지리 궁상으로 살고 있었지만 친정에서 돈 한푼 주실 생각도 없었고 저도 기대 안 했구요.
저 혼자 셀프산간 했어요.
언젠가 우리 첫째가 외할아버지(저의 친정 아버지)한테 갔을 때
친정 아버지께서 우리 첫째한테 그랬대요.
너희 엄마는 극한에 달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모두 혼자 이룬 것이다.
너도 엄마 본을 받아서 앞으로도 많이 발전하기 바란다... 이러셨답니다. 참!!
저는 젊은 시절 내내 힘들게는 살았지만 결국은 저희 힘으로 이만큼 일구었고
저는 형편이 넉넉치 않을 때에도 내내 어머니께 용돈 보내드렸었어요.
자식도리라 생각해서요.
뭐 어차피 우리 친정 부모님에게는 아들만 중요했다는거 받아들여요.
저는 원망 안해요. 여태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오늘 우리 애가 보내준 사진 보니
자식 사진만 봐도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 본능적인 내리사랑이 우리 부모님에게는 최소한 나를 대상으로는 불가능했다는게
그게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되네요.
아이 사진만 봐도 나는 빙긋 웃음이 나오는데
우리 부모님에게는 제가 그렇게도 하찮고 의미가 없었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