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비포 선셋에 이어 비포 미드나잇 다시 봤는데, 제가 보이네요. ㅋ

빈틈 조회수 : 1,808
작성일 : 2016-04-12 15:39:17

줄리 델피가 저와 닮았단 얘긴 아니구요. ㅋ


오늘 특별한 일정 없는 휴가라서 모처럼 케이블에서 비포 선셋을 하길래 중간부터 보다가 비포 미드나잇까지 봤어요.

예전에도 봤던 영화이고 좋아하는 시리즈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계속 이어지는 영화라서 다시 보니 또 새롭더군요.

비포 미드나잇도 예전에 봤을 땐, 뭔가 삶에 찌들어버린 초중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와닿았어요. ㅋ


특히 셀린느의 모습을 보면서, 제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제시의 모습에도 남편이 있더라구요. ㅋㅋ

생각이 꼬리를 물어 집요하게 생각하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기회를 틈 타 폭발하는 셀린느와

이기적인 생각을 갖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셀린느의 마음을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제시에서 저와 남편의 모습이 보이구요. ㅋㅋ

육아 문제에 대한 시각이나 표현도 너무 재밌었구요.


그렇게 종반까지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탁 놓아버리는 셀린느와 제시 ㅋㅋ


요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제가 너무나 교과서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어요.

제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살지 않으면, 흐트러질까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게 되고, 계속 계획하고 모든걸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남편에게도 엄정한 잣대라고 할까요. 사랑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아버지로서의 역할과 동반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상대로 보게되고, 바라게 되구요.

물론 현실을 살아가면서 현실을 놓칠 수는 없겠지만, 요즘 제 모습 특히 남편을 제 모습 보면서, 참 딱딱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던 차였죠.


그런데 영화속에서 셀린느가 제시에게 하는 말 중에... 나는 산소를 마시고 살고, 당신은 헬륨을 마시고 사는 것 같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셀린느는 다큐로 말하고 제시는 개그로 맞받아친다는 거죠.

저 또한 그랬어요.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하는 남편의 말을 받아줄 때도 있지만, 다큐를 다큐로 받아내질 못하는 남편에게 더 다큐로 대했을 때도 많았거든요


비포 미드나잇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사람에게는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빈틈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산소도 필요하지만 가끔 헬륨도 필요하다는 것.

심각하던 모든 것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해제 시켜버릴 줄도 아는 개그도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지속시키게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칼로 물베기라는 게 그런게 아니겠어요. ㅋ


요새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영화를 본 것 같아요. ^^


IP : 119.64.xxx.2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빈틈 좋습니다.
    '16.4.12 3:49 PM (14.53.xxx.161)

    글 읽고
    저도 표현못한 제 마음을 볼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헬륨과 산소표현이 너무 잘 들어옵니다.
    정신 안 차리고 살면 다 흐트러질까봐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았던 제가 저와 제 남편을 힘들게 했다 싶네요
    육아가 거의 끝난 40대 후반 인데 젊으신 분께 많을 것을 배웁니다.

  • 2. ..
    '16.4.12 3:49 PM (119.192.xxx.73)

    비포미드나잇에서 셀린느 욕 많이 먹었는데.. 저는 안타깝기만 하더라고요. 제시가 자기 하고픈 일 하며 아들 때문에 미국 가고 글 쓰느라 왔다 갔다 할 동안, 쌍둥이 키우면서 유모차 끌고 밤에 돌아다녔다는 셀린느 생각하니까ㅠㅠ 볼 땐 잘 봤는데 시간 지나니 유모차 끌고 밤에 돌아다녔다는 셀린느 말 밖에 기억에 안 남는 영화였어요. 이제 살만해서 다시 일하고 자리 잡으려 하는데 또 미국 가자고 하는거 보고 정말 같이 빡치더군요.. 비포선셋 정말 좋아했어요. 너 그러다 비행기 놓친다고 말하면서 노래 부를 때 멋있었는데... 그러던 언니도 애 낳고 육아하느라 허덕이는데 인터넷에서 셀린느 성질 더러워지고 피곤하다 소리만 많이 들은 거 생각하면....ㅠㅠ

  • 3. 주말에
    '16.4.12 3:55 PM (221.139.xxx.19)

    비포 선셋 우연히 보고 시리즈? 모두 다시 보고싶어요.

  • 4. 향기
    '16.4.12 4:39 PM (14.52.xxx.193)

    이미 시기가 지났지만 급 보고 싶네요

  • 5. ..
    '16.4.12 4:55 PM (124.5.xxx.41) - 삭제된댓글

    비포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인것 같아요
    그게 내 이야기같다는 것

    비포선라이즈를 보고 9년뒤 비포선셋을 보는데
    그들이 하는 대화가 나의 이야기더라구요
    연애에 시행착오를 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비포미드나잇은 아이를 낳고 중년이 된 나의 이야기

    나와 같이 성장해가는 영화같아요

  • 6. 그때
    '16.4.12 5:11 PM (39.123.xxx.107) - 삭제된댓글

    그시절의 내가 그립고...
    지금의 내 상황같아서 ....
    비포시리즈 진짜 훅 들어오는 영화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5106 초짜입니다. 한 문장 번역부탁드려요 3 영어 2016/05/05 629
555105 일이 너무 힘들어요. 위로해주세요... 6 흑... 2016/05/05 2,014
555104 백종원 레시피 중 가장 맛있는게 뭔가요 25 점심 2016/05/05 8,601
555103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삽입곡 잘 아시는 82님들,,,, 4 음악 2016/05/05 1,087
555102 어제까지의 내 고민은 살찐거...남자친구 없는거...그게 다 였.. 2 ,,,,, 2016/05/05 1,824
555101 깡패 고양이 시계를 무서워함 5 .... 2016/05/05 1,398
555100 가게안된다고 글올리셨던분. 8 ..... 2016/05/05 2,801
555099 옷입기님 글 저장하신 분 다시 올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송이 2016/05/05 751
555098 공중화장실가면 변기물내릴때 손으로내려요?발로내려요? 29 가정의달 2016/05/05 5,393
555097 휴일에 어떤 식으로든 외출 하시는 분들 3 hey 2016/05/05 1,318
555096 평소에 써도 오버스럽지 않은 선글라스 추천 좀 해주세욤 5 선글라스 2016/05/05 1,923
555095 자녀분들도 이러시나요? 학원에서만 공부를 하는건지 알아요. 13 ... 2016/05/05 2,927
555094 극장 시간표에 회색으로 표시된건 매진인가요? 2 .. 2016/05/05 526
555093 연휴가 길어 꽃소비가 부진 할거라고 예상하던데 5 어버이날 2016/05/05 1,484
555092 [강남신세계] 리뉴얼 하고 식당가 너무 별로지 않나요? 7 식당 2016/05/05 2,148
555091 지인에게 돈 빌려주려고 하는데, 현금보관증 법적 효과있나요? 32 어리버리채권.. 2016/05/05 4,651
555090 밑에 나경원이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요. 12 국정화반대 2016/05/05 1,678
555089 집에 남은 옥시 제품 처리 어찌하세요 ? 3 궁금 2016/05/05 1,475
555088 바오바오 프리즘 숄더백 3 색상고민 2016/05/05 2,240
555087 도미노피자 홈페이지 저만 잘 안열리나요? 2 ,,, 2016/05/05 938
555086 한국일보 대구 기획보도, 1000만원 받고 썼다 3 기레기양성정.. 2016/05/05 964
555085 치과 의사 분 - 제 임플란트 좀 봐주세요. 2 임플란트 2016/05/05 1,632
555084 관절아픈데 스쿼트 치명적인가요? 8 2016/05/05 1,901
555083 강남구청 인강 들으시는분 어떤가요? 1 중3아이 .. 2016/05/05 3,289
555082 여지껏 인생을 잘못 살았어요 7 바우 2016/05/05 3,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