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출산 앞두고 이런 생각하신 적 있나요?

고민 조회수 : 1,096
작성일 : 2016-04-11 23:01:40
두서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부가 아이를 워낙 좋아하고 결혼 연차도 오래되어 
아이를 기다리던 차에 임신이 되었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가지 고민을 했어요. 

어린 아이를 보면 귀여워 어쩔 줄 모르고 
연약한 그 존재를 사랑해주고 싶다는 울컥한 마음...
사실 그것은 측은지심이든 연민이든 본능에 가까운 것이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훨씬 더 높은 성숙한 자세와 노력을 요하는 것인데
과연 내가 자격이 있을까...

비슷한 고민은 결혼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혼제도에 편입함으로써 나 역시 나와 내 가족을 좀 더 생각하게 될 거고
그게 사람을 참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저축을 하여 전세를 늘리고 집을 사고 차도 사고 
노후도 대비하고 아이 낳아 열심히 키우고...
가치있고 성취감 있는 일이지만, 
결혼 후 저는 한편으론 인간 관계의 이해의 폭이 넓어졌지만 
다른 면으로는 시야가 좁아졌다는 자책도 듭니다. 

주변에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 사람들, 내 부모님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만, 
부모가 됨으로써 아이가 사는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확장하는 성숙한 모습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역시 내 가족, 내 아이에 몰두하다 보니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더 발현하게 되는 면을 봤거든요. 
다 그런 거다, 인간이 뭐 별 존재가 아니다란 의견도 있을 수 있겠죠. 
게시판에도 왕왕 올라오는 자식과 관련한 주제들이 대부분 이런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식 사랑은 이타적인 사랑(이게 무엇이냐, 존재하냐 관점에 따라 복잡한 문제이지만)
이라기 보다는 본능에 기반한, 그러나 사회적 인간이기에 자녀를 양육함으로써 인간이 더 성숙해질 수도
아니면 더 이기적으로 변할 수도 있는 시험대가 아닌가 하는....

물론 굉장히 관념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막상 출산이 다가오니 이런저런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건강한 시민으로 살고 싶은 바람이 있고 
내 가족, 내 아이만이 아니라, 이웃과, 얼굴 모르는 벗들과    
좀 더 건강하고 가치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큰데 
제가 변변치 못해서인지 20대 때의 용기와는 비교할 수 없게 비겁한 것 같고. 
(딱히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드는 생각....) 
아이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품게 된 생명이 좀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남편과 최선을 다해 키우면서도 
그 마음이 확장되어 양육을 통해 제 자신이 공동체를 위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죠? ^^;; 


IP : 1.217.xxx.23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렇게 됩니다
    '16.4.11 11:08 PM (175.223.xxx.44)

    결혼과 양육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드는거 같아요.
    전세금 늘려가고 내 가족거리는 속물 소시민의 삶을 몸으로 살아보는 거랄까.
    경험없는 논리였다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앎이란 무엇인가로 진화하게 돼요.
    특히 잠못자고 애를 보다보면 과연 삶이 무엇인가 인류가 정말 이렇게 짐승처럼 존속해 왔단 말인가 나는 그저 입만 살고 머리로만 살아온 존재에 불과했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더이다

  • 2. ..
    '16.4.11 11:21 PM (66.249.xxx.224)

    애 낳고보니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이 뭔지 몸으로 깨달았는데, 그와 더불어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이기심도 생기더라고요? 제가 갖게되리라 생각지도 못 한 기성세대의 선이견이라든지..
    둘 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 새끼를 지키위해서
    생기는 본능적인 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본능을 느끼고나니 다른 아기들, 그리고 아기들이었던 사람들이 누군가에 의해 무한한 사랑을 받고 보호되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관심도 다불어 생기고요. 저도 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많이 웃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만, 한 개인의 의지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살필 줄 알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 3. 원글
    '16.4.11 11:26 PM (1.217.xxx.234)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경험하면서 많이 깨지고 변화되어야겠지요...

    제가 우려하고 안타깝게 여기던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거든요.
    계속 성찰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쓴소리도 해주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
    속물성이 뭐 어때서... 다 그런 거야...라고까지 정당화하는 그런 밑바닥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내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자기 성찰이 안 된다면 그건 정말 모순되는 태도 같아요.

  • 4.
    '16.4.12 1:09 AM (211.36.xxx.156)

    저는아이는없지만 아이를 낳고키우는건 나에서 우리로 넓혀지는 좀더확장된 좀더발전적인 모습같아요
    좀덜이기적이기위해선 사회적시스템이받쳐저야하는데 그렇지못하고 오히려 퇴보되가는듯하니 더욱 본능적으로 개개인들이 움츠러드는것같아요 아이를낳지않는건 사회적요인이큰것같아요

  • 5. MandY
    '16.4.12 5:12 AM (121.166.xxx.103)

    저는 좀 이기적으로 사는 것에 대해 관대해지기로 했어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정작 아이에겐 나쁜 부모인적이 많았거든요. 그 우려하고 안타깝게 생각되는 분들에게도 나름의 정당성이랄까 명분이랄까 그런것들이 있는게 아닐까요? 그사람 입장에선 선을 행한거라는... 미움받을 용기에 나오는 이야기예요. 각자 자기몫의 과제를 감당해야 하는데 타인의 과제까지 끌어들여서 삶이 어려워진다 그런 얘기..
    어차피 내가 속한 세상외엔 그 바깥은 없어요. 엄마가 되면 아이가 우주가 되는 것이고요. 저도 한때 아이에게만 몰두하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은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한발 물러서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의 우주는 아이예요. 어쩔수 없어요.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요^^ 아이에게 몰두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아이에게 매몰되는거 같지만 실제로는 더 큰 우주를 만나게 되실꺼에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9853 이런 경우 병원에 가야할까요? 3 황당 2016/04/20 801
549852 안철수 무서운 사람 53 안드로로갈까.. 2016/04/20 4,707
549851 엄마가 뭐길래방송에 나온.. 조혜련씨 자가용이 뭔가요? 9 .. 2016/04/20 5,115
549850 건보료 정산달..월급쟁이로 힘드네요..ㅠ 2 한숨 2016/04/20 2,030
549849 정청래 전 의원은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18 ,m, 2016/04/20 2,784
549848 작은 아이 성장호르몬 처방 문의 18 키작은 하늘.. 2016/04/20 3,264
549847 프로듀스101, ioi 16 소녀들팬 2016/04/20 2,946
549846 젊음 그 자체가 예뻐 보이는거죠? 11 진이 2016/04/20 2,750
549845 모임에 현금안들고 나오는사람 18 ㅇㅇ 2016/04/20 5,670
549844 교복을 한달반이나 입고 다녔으면서도 6 중1딸 2016/04/20 2,318
549843 세탁소마다 갖다주는 기일 차이는 뭘까요? 3 ... 2016/04/20 794
549842 태아보험 만기 100년으로 하셨나요?? 9 에이 2016/04/20 2,370
549841 호텔 침구 알러지있는분 계신가요? 1 호텔 2016/04/20 1,016
549840 2016년 4월 2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6/04/20 590
549839 어제 102 보충대 입대시킨 맘들 계세요? 49 입대 2016/04/20 2,543
549838 경찰행정과 14 동국대 2016/04/20 2,068
549837 마 100% 옷 물세탁해도 되요? 13 세탁 2016/04/20 3,490
549836 집 매매시 은행대출 어찌하나요? 6 좀 도와주셔.. 2016/04/20 1,794
549835 갤럭시 잠금장치 풀 수 있을까요? 3 사춘기 아이.. 2016/04/20 799
549834 테팔 무선청소기쓰시는분요!!! 2 청소기 2016/04/20 1,324
549833 저와 같은 분들 계세요? 백담비 2016/04/20 953
549832 숀 버니 “日 센다이원전 당장 멈춰야…한국도 위험” 4 후쿠시마의 .. 2016/04/20 1,546
549831 알러지 침구 하루 사용한 느낌 12 .. 2016/04/20 4,721
549830 울 학교 교장 선생님 귀여우셔 4 노란팔찌 2016/04/20 1,723
549829 카톡좌판 ..... 2016/04/20 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