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서 그런가요.. 아님 제가 지쳐서 그런걸까요..
홀어머니 4남매의 장녀로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교직이수하고 일년만 더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너무나도 힘들어 하는 엄마를 외면하지 못하고,
대기업 취업해서 엄마에게 힘이 되는 딸, 의지할 곳 없는 우리 동생들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큰 언니, 큰 누나가 되고
싶었어요..
돈으로 항상 쪼들려서 살았어서, 취업하자마자 주말 알바에 야간알바, 설문알바까지 뛰면서 월급보다 더 많은 돈도
벌어보고, 그 돈으로 밑에 여동생 둘 수험생활 뒷바라지. 남동생 결혼 자금까지 준비해 엄마께 드렸던.
결혼하면서 동생들에게 각각 오백씩 통장에 넣어서 건네면서 하고싶은 공부, 절대 포기하지 말고 돈이 필요하면
이 돈으로 밑천잡아서 시작하라고 하곤 결혼했어요.
벌써 십년전 일이네요.
결혼할때 남편이 원하는 선에서 제 할 도리는 다 했습니다.
남편은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예요.
오랫동안 저를 사랑해준 사람인데 제가 너무 늦게 알아본 케이스라 늘 서로에게 감사하면서 살아요..
그런데 점점 남편의 태도에 혹은 상황에 너무 지쳐갑니다.
아이둘을 낳고 점점 육아가 너무 힘들어졌어요.. 아이 하나만 낳겠다라는 저에게 남편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설득하려
했고 그 와중에 둘째가 찾아왔어요. 너무 감사한일이라는 생각이지만 제 커리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
양가 모두 육아를 도와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버티다버티다 제가 퇴사를 하게 됬고, 그 와중에 집 근처에 자리가 나서 재취업을 했어요.
다행이도 아이들 등하원은 제가 할 수 있는 것, 식사는 제가 먹일 수 있는 것, 점심시간에 찾아가서 아이들과 얼굴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죠. 뭐 급여야 확 떨어졌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곳이기에 위안을 삼고 있어요.
이 곳은 9-6 칼인곳이라서 육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좋은데,
정말 혼자서 육아와 가사를 몇년째 이렇게 하다보니 지쳐가는 것 같아요.
남편은 정말 바쁜사람이예요.
자기 경력에 이것저것 놓치고 싶지 않고, 저도 이해합니다.
가장이니 그 무게가 더 무겁겠지요..
주말에도 하루는 꼭 출근해야하고, 뭐 11시 퇴근은 기본입니다...
프로젝트하나 맡으면 늘 그러한 패턴이 반복되요.
저도 해봤던 일이고, 남편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거 아닌거 아니까 남편의 출퇴근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안대는
편인데,,, 하 요즘 정말 컨디션이 바닥인지... 자꾸 짜증이 나요...
제가 급여가 많아서 도우미분을 좀 부르거나 하면 좋겠지만, 저도 급여가 낮은 곳이라 그럴 엄두가 안나고,
잠시 아이들 맡기고 바람이라도 쐬면 좋겠지만, 아이들을 돌봐줄 누구도 주변에 없어요.
연차라도 내고 하루쯤 놀아보고도 싶은데, 아이들이 아직 어린이집 유치원생이라,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몰아써야
하거나 아프면 내야하는 연차다보니 그것도 어려워요.
가끔 동생들에게 sos를 쳐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미혼들이다보니 이해의 폭이 좁구요..
그럼 저는 동생들에게 그런마음이 들면 안되는데,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서운한 감정이 들구요...
항상 5시 반에는 일어나서 집안치우고 아이들거 정리, 준비하고 남편 챙겨보내고 했었는데,
요 몇일,,, 기분이 바닥을 치네요...
봄이라 그렇겠지 싶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데도 잘 안되요..
자꾸 아이들에게 짜증만 내고 있고 ,,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즐거울텐데 하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자꾸 버럭하고,
안하는거 지적하고,, 큰 딸이 7살인데 요즘 엄마가 다른 사람같다구.... 엄마가 가장 잘하는게 잔소리인거 같다며.. ㅜ.ㅜ
이럴때,, 우울감이 바닥을 칠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지금 내가 이렇게 우울하게 있을때가 아니라는 걸 잘 아는데,,
자꾸 마음이 가라앉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