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977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4379 상반된 가정주부의 삶 83 ㅇㅇ 2016/04/05 29,095
544378 식목일이라 아이랑 심을? 키울 꽃화분 추천좀 요~ 1 나무 2016/04/05 493
544377 임신 6주1일에 심장소리가 안들린다는데 20 혹시 2016/04/05 33,903
544376 Ebs 인강 티비 다시보기 할수있나요 vod 사랑 2016/04/05 631
544375 직업 상담사가 어떤일 하는건가요? 2 ;;;;;;.. 2016/04/05 1,372
544374 연예인2세들 금수저~슈돌 아가들! 16 금수저 2016/04/05 9,351
544373 이런향의 향수 아시는분? 1 ㄴㅇㄹㅇㄹ 2016/04/05 1,038
544372 하얀 목련이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7 ... 2016/04/05 1,614
544371 날씬해보이는 일자 정장바지 사고 싶어요 4 통통 155.. 2016/04/05 2,106
544370 공대나오신 분 계시면 전기공식 해석 부탁드려요 5 녹차향기 2016/04/05 779
544369 (꼼수대단)강서병 단일화 비밀을 알아 냈습니다 3 엠팍링크에요.. 2016/04/05 964
544368 개표 참관인 신청했는데 발표일이 언제에요? 4 .. 2016/04/05 1,285
544367 object 1 1 2016/04/05 336
544366 면접때 독신주의라고하면 안되나요? 8 dsfd 2016/04/05 1,912
544365 자식의 결혼관 3 또나 2016/04/05 1,475
544364 박잎선 올린사람 새됐네요 13 ㅇㅀㄹㅇㅎ 2016/04/05 30,857
544363 초목달 어떤가요? 1 ... 2016/04/05 2,320
544362 환율전망이.. 달러화 환전 언제 하는게 좋을까요 3 환율전망 2016/04/05 2,558
544361 운동 싫어하는데 PT재밌네요 9 ㅇㅇ 2016/04/05 3,146
544360 편도비대증이랑 비염으로 한약을 먹는데... 4 -.- 2016/04/05 1,001
544359 소시오 패스가 3 ;;;;;;.. 2016/04/05 1,671
544358 또띠아 간편 보관법? 냉동법좀 알려주세요 7 배숙 2016/04/05 3,586
544357 헐었을때.. 4 하.. 2016/04/05 1,431
544356 님아, 님들아 하대 맞지요? 3 좀 글타야 2016/04/05 914
544355 치밀유방이라는데요~ 14 모모 2016/04/05 5,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