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995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7657 과외교사 나이 많으면 부담스럽나요? 11 .... 2016/06/18 3,271
567656 초2딸 반항 말대답 어떻게 잡을까요? 3 2016/06/18 2,421
567655 많이 베풀고 많이 바라시는 시댁 34 냐냐냐 2016/06/18 8,044
567654 무리해서 집평수 넓혀 갈까요? 8 그러고 싶다.. 2016/06/18 2,832
567653 박유천,어릴 때 화장실학대니 하면서 원인 찾지 마세요 21 푸른연 2016/06/18 9,023
567652 재계약시 반전세 전환 4 ... 2016/06/18 1,652
567651 딸 친구 땜에 화가 나는데요 105 화나요 2016/06/18 20,121
567650 홍만표씨는 어디갔나요?? 11 ㅇㅇ 2016/06/18 1,323
567649 성추행에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대처하려면 연습해야하는지 11 ㅇㅇ 2016/06/18 2,020
567648 오이지 국물 재사용 가능한가요? 2 레오 2016/06/18 1,262
567647 드라마 오나의귀신님 혼자 보기 안 무서울까요? 4 ㅎㄷ 2016/06/18 1,143
567646 0아르헨티나 사시거나 잘아시는분 2 점둘 2016/06/18 696
567645 작은집 세가족 어느정도 괜찮나요? 3 상대적이지만.. 2016/06/18 1,520
567644 즐거운일은 하나도 없이 사는게 정상은 아니겠죠? 5 ㅅㅅ 2016/06/18 1,812
567643 여학생, 문과이과 고민중이에요 6 바다짱 2016/06/18 1,711
567642 고3때 철들어 상위권 대학 가는 경우도 더러 있나요? 10 궁금 2016/06/18 2,653
567641 예전에는 디마프 신구 할아버지 같은 남편들이 많았나요? 8 ,,, 2016/06/18 3,065
567640 '박유천 사건' 틈타 조용히 묻힌 '소름돋는' 뉴스 3가지 14 사기언론속는.. 2016/06/18 2,786
567639 저희 아랫집에 참새가 이사왔나봐요. 3 dd 2016/06/18 2,065
567638 법인세 원위치 하자는데 새누리당 반발 1 .. 2016/06/18 594
567637 그레이 벽지 후회 안할까요? 대형평수이긴한데요. 14 온토 2016/06/18 4,768
567636 정차시 브레이크 슬 밟고 계속 차가 조금씩 움직이는 경우 2 습관 2016/06/18 833
567635 수학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6 아지77 2016/06/18 1,493
567634 핏플랍 샌들신고 해외여행 가능할까요? 9 .. 2016/06/18 3,514
567633 자기한테 맞는 운동이 있나봐요 2 .. 2016/06/18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