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95세에 병치레 없이 잠들듯 돌아가셨는데도
많이 허전했는지 친정엄마가 한동한 힘들어하셨어요
저는 직장때문에 2년전부터 지방에 따로 살고있는데요
외할머니 돌아가신지 6개월이 넘게 지난 지금은
엄마가 극복하고 잘 지내시는 줄만 알았어요
주말에 서울 친정에 다녀왔는데
이런저런 얘기하다가...몇주전에 엄마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 비밀번호가 갑자기 기억이 안나더래요
기억해내려고 애쓰고 애쓰다 기억 못하고
결국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봐서 열었다고 해요
요즘들어 자주 그런다고...치매인가 걱정이시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집 밖에 나가기가 너무 싫고
잠만 하루종일 쏟아진다고
깨어 있으면 멍하니 있을때가 많고..
그러다가...왜 사나...죽어야 되는거 아닌가...이런 생각이 든다며..ㅠㅠ
이모나, 고모가 나오라고 밥먹자고 하는데도
외출하는게 끔찍히 싫다고 하더라구요
엄마는 48년생이세요...낼모레면 칠순이시죠
평생을 부지런하셔서 이때껏 시간을 허투루 쓰시는 분이 아니셨죠
머리도 총명하시고, 활동량도 무척 많은 분이었어요
늘 모임도 많고 약속도 많고 재테크도 열심히 하시구요
시간 있으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집안 살림도 늘 반짝반짝...
김치도 종류도 다양하게 이것 저것 떨어지지 않게 담궈서
딸,아들집에 부지런히 해주고...그러는데
며칠전 파침치 한번 담구는데
하기싫어 겨우겨우 했다고도 하더라구요
엄마가 평소에도 워낙 강인한 성격이었고
대장부 기질이 있어서
저는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었거든요
우울증인지
치매초기인지...
외할머니 돌아가신 슬픔때문에 우울증이 오신건지
노인들이 겪는다는 빈둥지증후군인지
(지방에 오기전엔 결혼해서 친정 옆에 살면서 엄마가 애도 봐주시고 그랬거든요)
맘같아선 직장 때려치우고
엄마옆에서 같이 살고 싶은데...
그럴 여건이 안되요 ㅠㅠ
남동생 내외도
맞벌이고 다들 바쁘게 사느라
잘 챙기라는 말도 못하겠구요
아빠도 본인 몸도 아프셔서(얼마전에 혈압으로 응급실)
사실 엄마까지 신경을 잘 못쓰시나봐요
엄마의 증상이 걱정된다고 신경 좀 쓰라고 했더니...
엄마 괜찮다고 나이먹으면 다 그런거니까 걱정말라고만 하시더라구요
병원을 모시고 가야하는데
어디병원 무슨과로 가야하는지...
혹시 경험 있으신분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구...
뭐부터 해야하는지도 모르겠어요 ㅠㅠ
일단 자식들이 떨어져 있으니까
애완동물이 혹시 도움이 될까하고
저희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두고 왔어요...
(평소에 개를 무척 좋아하셨는데...아빠가 싫어하셔서 못키우셨거든요)
애낳고 나이 먹은 지금도
엄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랬는데
영원히 건강하게 옆에 계셔주실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약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 봐서
슬프기만 하고 저까지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