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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신과 상담 1년 6개월 했어요. 좋네요.

조회수 : 5,076
작성일 : 2016-04-03 21:51:53
10대 사춘기 이후를 우울증과 함께 했어요. 만성 수면장애와 극단적인 가난 가정불화가 겹쳐서 자살시도도 여러번 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도움 받아 대학 졸업하고, 취업했는데 10시 출근해서 새벽 2시 퇴근하다가 보니 너무 실수가 많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구요. 반복된 실수로 회사에서 권고 사직 받았어요. 이 정도면 성인 adhd 인 것 같아 대학병원 정신과 가서 인지/심리검사 받고 EGG하고 치료 시작했어요. 주치의 말씀이 인지능력은 평균보다 많이 높고, 우울증이 심해서 그런 것 같다 하시더라구요.

우울증 치료 시작하고치료 1년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치료 하면 할 수록 점점 나빠지는 것 같고, 약은 계속 늘고, 이것 저것 안 맞아서 리튬까지 먹다가 자살시도로 응급실 몇 번 실려갔어요.

그러다 인터넷에서 저랑 비슷한 성장배경을 가진 분이 상담하고 이겨내는 걸 찬찬히 올리셔서, 병원 묻고 상담 받기 시작해서 이제 1년 반입니다. 비용은 대학 한 학기 등록금 만큼 들었는데, 인생을 완전히 바꿨어요.

저는 "너만 참으면(없으면) 우리 집은 행복하고 조용하다" 는 분위기에서 커서, 상담받기 전에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중고등시절 6년 왕따로 이게 거의 뼈에 각인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싫어하거나 말거나"의 자세가 됐어요. 완벽주의인 엄마 밑에서 모든 것에 늘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인 동생과 늘 비교 당하고, 엄마에게 인정받으려고 애를 쓰며 살았는데 이것도 떨쳐 냈어요.

저희 엄마가, 제가 전교1등 성적표 가져갔을 때, "이런 건 다 소용없다. 진짜 니 실력이 아니다. 나는 네가 공부하다가 죽을 것 같다고, 이게 내 최선이라고 하는 거 듣고 싶다. 너는 노력하지 않으니 가짜다" 하셨던 분이예요. 엄마가 늘 무섭고, 그만큼 엄마가 좋고 그랬는데 이 감정이 정리된 게 너무 좋아요. 숨 쉬기가 편한 느낌이예요.

불안하니까 차라리 불행하고 말자고 생각했던 것도,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내 탓이야"하고 생각했던 정말 지긋지긋했던 연애도 끝났네요.

저는, 대학 4년에 쓴 등록금 3000만원 보다, 이게 더 가치 있는 것 같아요. 상담 고민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정말 꼭 한 번 시작해 보세요.
IP : 175.193.xxx.6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하드려요~~
    '16.4.3 9:59 PM (122.46.xxx.101)

    저도 님글 보니 등록금 보다 더 가치있게 쓰셨단 생각이 드네요~^^
    이글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2. 지금
    '16.4.3 10:19 PM (115.41.xxx.181)

    엄마와의 관계는 어떠신가요?
    엄마에 대한 감정은요?

  • 3. 저는
    '16.4.3 10:35 PM (211.36.xxx.138)

    님과는 좀 많이 다른 케이스이긴한데
    상담받은지 원글 님만큼 되었구요
    돈도 대학등록금 만큼 저역시 들었는데
    벽을 치는 한계가와서
    ㅈ포기할까 생각중입니다
    정말이지 이부분이 해결이 왜안되나 답답해하다가
    결국 그냥 내성격 내팔잔데 뭘분석하려하나
    회의감만 드네요

  • 4. 원글님
    '16.4.3 10:36 PM (211.36.xxx.138)

    죄송하지만 저에게 그 정신과선생님 소개 좀 부탁드릴수있나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심정이라서요

  • 5. 저도
    '16.4.3 11:20 PM (66.249.xxx.218)

    좀 알고싶어요
    어디로 다니셨는지

  • 6. 원글이
    '16.4.3 11:27 PM (175.193.xxx.66)

    축하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지금은 엄마랑 친구처럼 잘 지내요. 기대하는 것도 없고 원망도 없으니 참 좋네요. 엄마도 동상이몽 같은 거 보시면서 제가 참 힘들었겠구나 생각하셨다고, 미안하다 여러번 말씀해 주셔서 잘 지내요. 그 사이에 제가 독립해 나온 것도 영향이 크구요.

    저는, 36.6도씨 생활협동조합 소속 정신과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조합원 아니라도 초진은 가능해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7. 원글이
    '16.4.3 11:28 PM (175.193.xxx.66)

    벽을 치신다는 분은, 병원을 바꿔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맘이 마구 이해되고 안타깝고 하네요. ㅠㅠ

  • 8. ....
    '16.4.4 1:15 AM (211.201.xxx.68)

    정보 감사해요^^!
    인터넷에서 비슷한 경험담있는 사람의 글 잀으셯다는데 거기가 어딘가요 저도 가입하고싶은데 카페인가요

  • 9. 벽을 친다는
    '16.4.5 12:20 AM (182.212.xxx.237)

    댓글러 돌아왔어요.
    위에 쓰신 그 정신과 병원, 저도 함 알아봐야겠네요..
    원글님 감사드려요.

  • 10. 그런데
    '16.4.5 12:22 AM (182.212.xxx.237)

    원글님.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곳인가요?

  • 11. 원글이
    '16.4.9 9:48 PM (175.193.xxx.66)

    네, 맞아요. 맘튼튼의원이라고 이태원에 있어요.

  • 12. 이제서야
    '16.4.18 8:06 PM (211.36.xxx.9)

    봤어요. 맘튼튼의원. 기억해놀께요 감사합니다..

  • 13. 배추
    '16.5.29 1:06 AM (218.148.xxx.231)

    전 체인점인데...상담하는곳 진짜 최악이엇고 더 상처받고 왔는데 부러워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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