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신과 상담 1년 6개월 했어요. 좋네요.

조회수 : 5,045
작성일 : 2016-04-03 21:51:53
10대 사춘기 이후를 우울증과 함께 했어요. 만성 수면장애와 극단적인 가난 가정불화가 겹쳐서 자살시도도 여러번 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도움 받아 대학 졸업하고, 취업했는데 10시 출근해서 새벽 2시 퇴근하다가 보니 너무 실수가 많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구요. 반복된 실수로 회사에서 권고 사직 받았어요. 이 정도면 성인 adhd 인 것 같아 대학병원 정신과 가서 인지/심리검사 받고 EGG하고 치료 시작했어요. 주치의 말씀이 인지능력은 평균보다 많이 높고, 우울증이 심해서 그런 것 같다 하시더라구요.

우울증 치료 시작하고치료 1년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치료 하면 할 수록 점점 나빠지는 것 같고, 약은 계속 늘고, 이것 저것 안 맞아서 리튬까지 먹다가 자살시도로 응급실 몇 번 실려갔어요.

그러다 인터넷에서 저랑 비슷한 성장배경을 가진 분이 상담하고 이겨내는 걸 찬찬히 올리셔서, 병원 묻고 상담 받기 시작해서 이제 1년 반입니다. 비용은 대학 한 학기 등록금 만큼 들었는데, 인생을 완전히 바꿨어요.

저는 "너만 참으면(없으면) 우리 집은 행복하고 조용하다" 는 분위기에서 커서, 상담받기 전에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중고등시절 6년 왕따로 이게 거의 뼈에 각인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싫어하거나 말거나"의 자세가 됐어요. 완벽주의인 엄마 밑에서 모든 것에 늘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인 동생과 늘 비교 당하고, 엄마에게 인정받으려고 애를 쓰며 살았는데 이것도 떨쳐 냈어요.

저희 엄마가, 제가 전교1등 성적표 가져갔을 때, "이런 건 다 소용없다. 진짜 니 실력이 아니다. 나는 네가 공부하다가 죽을 것 같다고, 이게 내 최선이라고 하는 거 듣고 싶다. 너는 노력하지 않으니 가짜다" 하셨던 분이예요. 엄마가 늘 무섭고, 그만큼 엄마가 좋고 그랬는데 이 감정이 정리된 게 너무 좋아요. 숨 쉬기가 편한 느낌이예요.

불안하니까 차라리 불행하고 말자고 생각했던 것도,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내 탓이야"하고 생각했던 정말 지긋지긋했던 연애도 끝났네요.

저는, 대학 4년에 쓴 등록금 3000만원 보다, 이게 더 가치 있는 것 같아요. 상담 고민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정말 꼭 한 번 시작해 보세요.
IP : 175.193.xxx.6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하드려요~~
    '16.4.3 9:59 PM (122.46.xxx.101)

    저도 님글 보니 등록금 보다 더 가치있게 쓰셨단 생각이 드네요~^^
    이글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2. 지금
    '16.4.3 10:19 PM (115.41.xxx.181)

    엄마와의 관계는 어떠신가요?
    엄마에 대한 감정은요?

  • 3. 저는
    '16.4.3 10:35 PM (211.36.xxx.138)

    님과는 좀 많이 다른 케이스이긴한데
    상담받은지 원글 님만큼 되었구요
    돈도 대학등록금 만큼 저역시 들었는데
    벽을 치는 한계가와서
    ㅈ포기할까 생각중입니다
    정말이지 이부분이 해결이 왜안되나 답답해하다가
    결국 그냥 내성격 내팔잔데 뭘분석하려하나
    회의감만 드네요

  • 4. 원글님
    '16.4.3 10:36 PM (211.36.xxx.138)

    죄송하지만 저에게 그 정신과선생님 소개 좀 부탁드릴수있나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심정이라서요

  • 5. 저도
    '16.4.3 11:20 PM (66.249.xxx.218)

    좀 알고싶어요
    어디로 다니셨는지

  • 6. 원글이
    '16.4.3 11:27 PM (175.193.xxx.66)

    축하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지금은 엄마랑 친구처럼 잘 지내요. 기대하는 것도 없고 원망도 없으니 참 좋네요. 엄마도 동상이몽 같은 거 보시면서 제가 참 힘들었겠구나 생각하셨다고, 미안하다 여러번 말씀해 주셔서 잘 지내요. 그 사이에 제가 독립해 나온 것도 영향이 크구요.

    저는, 36.6도씨 생활협동조합 소속 정신과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조합원 아니라도 초진은 가능해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7. 원글이
    '16.4.3 11:28 PM (175.193.xxx.66)

    벽을 치신다는 분은, 병원을 바꿔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맘이 마구 이해되고 안타깝고 하네요. ㅠㅠ

  • 8. ....
    '16.4.4 1:15 AM (211.201.xxx.68)

    정보 감사해요^^!
    인터넷에서 비슷한 경험담있는 사람의 글 잀으셯다는데 거기가 어딘가요 저도 가입하고싶은데 카페인가요

  • 9. 벽을 친다는
    '16.4.5 12:20 AM (182.212.xxx.237)

    댓글러 돌아왔어요.
    위에 쓰신 그 정신과 병원, 저도 함 알아봐야겠네요..
    원글님 감사드려요.

  • 10. 그런데
    '16.4.5 12:22 AM (182.212.xxx.237)

    원글님.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곳인가요?

  • 11. 원글이
    '16.4.9 9:48 PM (175.193.xxx.66)

    네, 맞아요. 맘튼튼의원이라고 이태원에 있어요.

  • 12. 이제서야
    '16.4.18 8:06 PM (211.36.xxx.9)

    봤어요. 맘튼튼의원. 기억해놀께요 감사합니다..

  • 13. 배추
    '16.5.29 1:06 AM (218.148.xxx.231)

    전 체인점인데...상담하는곳 진짜 최악이엇고 더 상처받고 왔는데 부러워요 흑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6332 '집단 탈북 긴급발표' 청와대가 지시했다 10 세우실 2016/04/11 1,230
546331 해야할 일이 산더미일때 연애 어떻게하세요? 6 dd 2016/04/11 1,008
546330 문재인님(월) 양산 부산많이 거제 광양 여수 15 힘내세요 2016/04/11 1,095
546329 2012년 프랑스 대선 1차 젊은이 투표율 1 데미지 2016/04/11 452
546328 코감기 목감기 빨리낫는 법 있나요? 6 2016/04/11 2,418
546327 2016년 4월 1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6/04/11 407
546326 쌀 벌레? [벌레사진 링크] 11 손님 2016/04/11 923
546325 김상중 '그런데 말입니다' 이 멘트요. 2 ... 2016/04/11 983
546324 지금 창문 열어도 되나요? 2 줌마 2016/04/11 672
546323 댓글 감사합니다 53 선택 2016/04/11 15,606
546322 후쿠시마 반경 60㎞ 유아 절반, 성인 허용치의 26배 피폭” 1 후쿠시마의 .. 2016/04/11 1,624
546321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잔잔하게 재밌었어요 - 영화 추천 5 한국 영화 .. 2016/04/11 3,046
546320 드디어 베란다로 산이 보입니다..눈물나네요.ㅜㅜ 8 2016/04/11 5,162
546319 나이들수록 취미가 다르면 부부 사이 좋기 힘들지 않나요? 10 부부 2016/04/11 2,705
546318 닛케이 아시안 리뷰,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 정부 상대 소송 .. light7.. 2016/04/11 422
546317 살면서 진퇴양난일 때 마인드컨트롤 5 어떻게 하시.. 2016/04/11 1,351
546316 기억하기 - 야권단일화로 사퇴한 후보자들 명단 입니다. 2 탱자 2016/04/11 468
546315 13년 노견 미용문제요 7 2003년생.. 2016/04/11 3,209
546314 자동차보험 인터넷 가입할때요 3 ... 2016/04/11 1,034
546313 글들보니 슬프네요. 2 dbtjdq.. 2016/04/11 1,088
546312 데이터 다이어트!! 1 .. 2016/04/11 542
546311 시댁이 이해가 안되요. 돈독이 오른것도 아니고 정내미가 다 떨어.. 7 ........ 2016/04/11 3,873
546310 SKT vs KT 와이파이존 3 zzz 2016/04/11 1,034
546309 이사람 이능력은 타고났구나 싶었던적있어요? ㅇㅇ 2016/04/11 1,765
546308 미국 보스턴에서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상영 light7.. 2016/04/11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