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궁금해하시는 분 계실까봐 글 링크 올릴려고 검색해봤는데 삭제하신건지 검색해도 안나오네요..ㅜㅜ
어린시절의 결핍이 20대,30대를 지나며 극복하며 지내는 듯하다가 나이가 들며 다시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는
글이셨고, 댓글들에서 여러 조언 해주셨어요. 가토 다이조 책도 추천해주시고...
제 어린시절 얘길 조금 하면...
아빠는 늘 부재중. 언니는 엄마와 늘 갈등중... 그래서 전 스스로 '착한딸'을 자처했어요.
무얼 갖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고, 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폭발해서 집을 벗어나고 싶어 대학을 타지역으로 갔지만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본적이 없었기에 뒤늦게 사춘기 앓느라 참 잃은 것도 많구요.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제가 갖지 못한 것, 받지 못한 사랑을 다 가진 사람을 제가 먼저 좋아해서 결혼했어요.
가토 다이조의 표현을 빌리면 전 받지 못한 제 어린시절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충족시키고 싶어 그 사람을 선택한거죠.
그렇다보니 당연히 결혼 이후 갈등의 연속이었구요.
가토 다이조의 책 '착한아이로 키우지 마라'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례가 제 안에 있어요.
그렇다보니 남편의 호의와 친절에 고마워하기는커녕 그건 당연한거고 더 많은걸 바라는
평소의 저(감정을 억누르고 있기에 겉으로는 배려심 많고 친절해보이는...)와
다른 '내'가 남편에게 늘 투정을 부리는 상황의 연속...
남편은 부모님이 자신의 곁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전 '신사의 품격'같은 재밌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엉엉 울었었어요.ㅎㅎ 장동건이 김하늘에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고 물었었는데 김하늘의 대답이 "아무도 떠나지 않는 집"이었거든요..)
부모님에게 늘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얘기하고 '싫다'고 거절하고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면 몇 달 씩 연락을 안할 때도 있지만 다시 화해를 하고 나면 다시 이전과
같은 상태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누군가에겐 자연스러울 수 있는 그 일상이 저에겐 참 신기했었요.
처음엔 남편이 부모님에게 말을 막하는 것 같아서 제가 잔소리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가토 다이조의 책을 읽은 그대로 대입해보면...)
남편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해도 부모님이 자신을 떠나거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꺼라는 생각자체를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기때문에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거더라구요. 반대로 옆에서 저 혼자 그런 상황이 불안했던거구요.
사이가 좋을 때는 남편의 권유로 부부상담도 받고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저 혼자 상담을 받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저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제 생각의 패턴을 바꿔야되는거고 그것 역시 습관을 바꾸는 것 처럼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하는건데
저를 둘러싼 친척을 비롯하여 주변이 늘상 사건사고의 연속이기에
괜찮아질만하면 또 일이 생겨 거기에 흔들리고(그러면 또, 역시 난 극복을 못해... 이런 구멍에 빠지고..)
이런 일이 늘상 반복되면서 이제 힘내기도 지쳐가는 상황...
저에게 힘을 준 건 아들이에요.
아들을 키우면서 제 바닥을 직면하게 되었어요...아들 키우며 저의 억눌렸던 어린시절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구요.
참 이쁜 아들이고 전 다행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아들과 성향이 잘 맞아 육아시기가 참 좋았는데
그런것과 별개로 '저의 어린시절'의 불안의 기억들이 너무 생생하게 절 뒤늦게 찾아왔어요...
다행인건지... 그동안 남편과의 관계에서 제가 많이 회복되었기에 아들에게 저희 엄마가 저에게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어요.( 물론 절반은 연기였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아니라 제가 되고싶은
저를 연기한거니까.. 물론 전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제가 변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아들이 네 살이 되면서 말을 잘하게 되고 ,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게 되면서...
예를 들면 저에게 혼나고 나서 "엄마 눈물이 나려고해요" 이런 말을 한 날 밤에...
아들과 이제 '사람:사람'의 대화를 점점 나누게 될 텐데 저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이제는 좀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절망의 구멍에 그만 빠지고 싶다는 절박함도 생겼구요..
그 때쯤 82쿡에 그 글이 올라왔고, 올려주신 좋은 댓글들은 손글씨로 따라 써보기도 하는 시간을 보냈구요.
가토 다이조 책 원래 몇 권 보긴 했었는데 '착한아이로 키우지 말라'는 다시 필사하면서 보는 시간 보내고 있어요
아들을 키울 때 초보엄마로 좌충울돌 할 때 참 감사했던 것 한가지는
매일매일 새 날이 찾아오는거였어요. 어제 좀 실수를 했지만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서 오늘 조금 만회할 수 있어서
아들이 저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주는 느낌이랄까..
그땐 제가 육아에 푹 빠져있어서 좀 안정되어 있던 시기라 긍정적일 수 있었던 시기같아요.
행복했던 그 시기를 떠올리며 저 자신에게도 매일매일 기회를 줘가며... 저의 결핍을 조금씩 채워가고 싶네요.
저 처럼 자주 빠지는 각자의 '구멍'이 있으신 분들....우리 서로 힘줘가며 힘든 날들이나 서로 조금씩 극복한 날들...
게시판에 서로 마음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익명의 게시판이 이럴땐 참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