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얼마전에 '결핍'관련 글과 댓글에 도움받아 하나하나 시도해보고 있어요...

별이남긴먼지 조회수 : 2,947
작성일 : 2016-04-03 17:37:18


혹시 궁금해하시는 분 계실까봐 글 링크 올릴려고 검색해봤는데 삭제하신건지 검색해도 안나오네요..ㅜㅜ

어린시절의 결핍이 20대,30대를 지나며 극복하며 지내는 듯하다가 나이가 들며 다시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는

글이셨고, 댓글들에서 여러 조언 해주셨어요. 가토 다이조 책도 추천해주시고...


제 어린시절 얘길 조금 하면...

아빠는 늘 부재중. 언니는 엄마와 늘 갈등중... 그래서 전 스스로 '착한딸'을 자처했어요.

무얼 갖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고, 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폭발해서 집을 벗어나고 싶어 대학을 타지역으로 갔지만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본적이 없었기에 뒤늦게 사춘기 앓느라 참 잃은 것도 많구요.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제가 갖지 못한 것, 받지 못한 사랑을 다 가진 사람을 제가 먼저 좋아해서 결혼했어요.

가토 다이조의 표현을 빌리면 전 받지 못한 제 어린시절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충족시키고 싶어 그 사람을 선택한거죠.

그렇다보니 당연히 결혼 이후 갈등의 연속이었구요.


가토 다이조의 책 '착한아이로 키우지 마라'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례가 제 안에 있어요.

그렇다보니 남편의 호의와 친절에 고마워하기는커녕 그건 당연한거고 더 많은걸 바라는

평소의 저(감정을 억누르고 있기에 겉으로는 배려심 많고 친절해보이는...)와

다른 '내'가 남편에게 늘 투정을 부리는 상황의 연속...


남편은 부모님이 자신의 곁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전 '신사의 품격'같은 재밌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엉엉 울었었어요.ㅎㅎ 장동건이 김하늘에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고 물었었는데 김하늘의 대답이 "아무도 떠나지 않는 집"이었거든요..)

부모님에게 늘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얘기하고 '싫다'고 거절하고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면 몇 달 씩 연락을 안할 때도 있지만 다시 화해를 하고 나면 다시 이전과

같은 상태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누군가에겐 자연스러울 수 있는 그 일상이 저에겐 참 신기했었요.

처음엔 남편이 부모님에게 말을 막하는 것 같아서 제가 잔소리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가토 다이조의 책을 읽은 그대로 대입해보면...)

남편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해도 부모님이 자신을 떠나거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꺼라는 생각자체를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기때문에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거더라구요. 반대로 옆에서 저 혼자 그런 상황이 불안했던거구요.


사이가 좋을 때는 남편의 권유로 부부상담도 받고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저 혼자 상담을 받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저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제 생각의 패턴을 바꿔야되는거고 그것 역시 습관을 바꾸는 것 처럼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하는건데

저를 둘러싼 친척을 비롯하여 주변이 늘상 사건사고의 연속이기에

괜찮아질만하면 또 일이 생겨 거기에 흔들리고(그러면 또, 역시 난 극복을 못해... 이런 구멍에 빠지고..)

이런 일이 늘상 반복되면서 이제 힘내기도 지쳐가는 상황...


저에게 힘을 준 건 아들이에요.

아들을 키우면서 제 바닥을 직면하게 되었어요...아들 키우며 저의 억눌렸던 어린시절이 더 생생하게 떠올랐구요.

참 이쁜 아들이고 전 다행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아들과 성향이 잘 맞아 육아시기가 참 좋았는데

그런것과 별개로 '저의 어린시절'의 불안의 기억들이 너무 생생하게 절 뒤늦게 찾아왔어요...

다행인건지... 그동안 남편과의 관계에서 제가 많이 회복되었기에 아들에게 저희 엄마가 저에게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어요.( 물론 절반은 연기였던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아니라 제가 되고싶은

저를 연기한거니까.. 물론 전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제가 변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아들이 네 살이 되면서 말을 잘하게 되고 ,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게 되면서...

예를 들면 저에게 혼나고 나서 "엄마 눈물이 나려고해요" 이런 말을 한 날 밤에...

아들과 이제 '사람:사람'의 대화를 점점 나누게 될 텐데 저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이제는 좀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절망의 구멍에 그만 빠지고 싶다는 절박함도 생겼구요..

그 때쯤 82쿡에 그 글이 올라왔고, 올려주신 좋은 댓글들은 손글씨로 따라 써보기도 하는 시간을 보냈구요.

가토 다이조 책 원래 몇 권 보긴 했었는데 '착한아이로 키우지 말라'는 다시 필사하면서 보는 시간 보내고 있어요


아들을 키울 때 초보엄마로 좌충울돌 할 때 참 감사했던 것 한가지는

매일매일 새 날이 찾아오는거였어요. 어제 좀 실수를 했지만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서 오늘 조금 만회할 수 있어서

아들이 저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주는 느낌이랄까..

그땐 제가 육아에 푹 빠져있어서 좀 안정되어 있던 시기라 긍정적일 수 있었던 시기같아요.


행복했던 그 시기를 떠올리며 저 자신에게도 매일매일 기회를 줘가며... 저의 결핍을 조금씩 채워가고 싶네요.

저 처럼 자주 빠지는 각자의 '구멍'이 있으신 분들....우리 서로 힘줘가며 힘든 날들이나 서로 조금씩 극복한 날들...

게시판에 서로 마음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익명의 게시판이 이럴땐 참 좋은 것 같아요^^






IP : 118.217.xxx.11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호로롱
    '16.4.3 5:43 PM (121.165.xxx.109)

    전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새로운 날이 매일 온다는 말이 참 좋아요.
    이 말 기억할게요~^^

  • 2. 미미
    '16.4.3 5:47 PM (59.15.xxx.118)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몇년뒤엔 더 좋은 엄마 아내, 또 내가 더 좋아하는 나 가 되실거에요. 응원합니다.

  • 3. ...
    '16.4.3 5:49 PM (220.116.xxx.162)

    저도 응원해요!

  • 4. 푸아
    '16.4.3 5:50 PM (210.183.xxx.130)

    카프카도 부모에게서 (특히 아버지) 받은 상처가 굉장히 컸던가봐요...
    오래전 읽은 것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의 여동생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부모로부터 온 굴레?를 벗은 것같이 보인다고 썼더군요.

    맞아요...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세상을 가르치면서 부모 자신이 그 지식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어요.

  • 5. 하루하
    '16.4.3 5:52 PM (211.204.xxx.58)

    행복한집님의 글을 보신듯하네요. 그분글 참좋아요.

  • 6. 동지
    '16.4.3 5:52 PM (211.36.xxx.95)

    를만난기분이예요
    육아를 어떻게했는지도 궁금하네요
    저자신을못믿기에
    앞으로도 쭈욱 이런공통분모를가진사람과 교류하고싶네요

  • 7. 하루하
    '16.4.3 5:53 PM (211.204.xxx.58)

    그래도 존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좋은엄마이신것같아요

  • 8. 라비린스
    '16.4.3 5:56 PM (223.62.xxx.102)

    힘내세요.

    결핍에서 나온 서러움이 공감능력이 되기도 합니다.
    같이 이들 많이 나중에 도와주세요.

    하늘이 부여한 순리대로 살며 선인이 되는 건 좋지만
    가족의 필요에 맞게 생존역할을 하면 언젠가 탈이
    납니다.

  • 9. 엄마
    '16.4.3 6:14 PM (121.160.xxx.222)

    원글님 글에서 내 모습을 봤어요.
    자연스러운 내가 아니라, 내가 되고싶은 엄마의 모습을 연기한다는...
    저도 늘 질책하고 추궁하는 엄마 밑에서 자랐어요.
    엄마 본인의 욕망이 너무 크고 실수를 용납지 않는 분이라
    엄마의 욕망에 떠밀려 저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긴 했는데,
    누군가에게 이해받아보고 따뜻한 애정을 받는 일은 너무나 낯설었어요.
    저도 아이를 낳았을때, 아이가 작은 실수를 하거나 넘어졌을때
    저도모르게, 엄마가 그러길래 조심하랬지!! 하고 버럭 소리지르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어요.
    딱 우리엄마의 목소리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그런 엄마는 절대로 되고싶지 않았는데...
    그래서 저도 연기를 했어요. 에구 우리 애기 안다쳤어? 괜찮아~ 하고 꼭 안아주는 연기요.
    발연기였는데도 애가 속아주더라고요 ^^;;;
    그런 따뜻한 엄마의 역할을 연기할때마다 저는 유체이탈하는 것처럼 어색함을 느끼지만
    그래 잘하고있어... 하고 저 자신을 격려해줘요. 안 받아봐서 어색하지만, 잘하지 못해도 이만큼 하는것도 훌륭해...
    라비린스님 말처럼, 제가 받지 못했던 결핍에서 타인의 슬픔을 보는 공감능력을 찾아냈어요.
    지금은 결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할만큼 극복해냈어요.
    원글님 우리 앞으로 같이 극복해나가요...

  • 10.
    '16.4.3 6:46 PM (121.138.xxx.233)

    아들이 저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준다는 원글님 표현이

    너무 와닿네요

  • 11. 훌륭
    '16.4.3 6:46 PM (121.163.xxx.115)

    자식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으로 치유 하신다니 너무 훌륭해요

  • 12. 감사해요
    '16.4.3 7:17 PM (182.222.xxx.103)

    저도 어린시절 애정.관심 결핍으로 결혼이후 힘든시기를 보냈어요. 현재 4개월 아들 키우고 있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들딸 차별하는 엄마 아래서 차별인지도 모르고 어떻게든 인정받고자 사랑받고자 눈에들려 노력했던 어린시절이 참 아팠어요. 저 또한 사랑많이 받고 자란 따뜻한 남자 만나 조금씩 좋아지고 이제 아들 낳아서 키우는 입장이라 원글님 글이 참 의미있게 느껴져요

    원글님이 읽으셨다는 글도 궁금하네요
    원글님과 아드님 더욱 행복하길 바랍니다

  • 13. . .
    '16.4.3 9:14 PM (223.33.xxx.120)

    저도 요며칠 결핍. . 힘들었어요
    좋은글 위안입니다. . .

  • 14. 모성애
    '16.4.3 10:47 PM (1.229.xxx.197)

    별이 남긴 먼지 닉네임도 어찌 그리 이쁘신지요
    언니는 엄마와 매일 갈등중
    그 엄마가 저에요 아마 제가 깨닫지 못했다면 우리 둘째딸이 원글님이 느낀 결핍을 느끼며 착한 아이인척하고 살았겠죠 다행이 저는 많이 변했고 큰딸과의 관계회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원글님의 글에 눈물이 나면서 위안이 되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저란 인간을 발견하고 알게되어 좀 더 나아가게 되는는 기회라는 사실 다시한번 느끼고 갑니다

  • 15. gllackaru
    '17.4.26 2:35 PM (110.70.xxx.188) - 삭제된댓글

    매일매일 새날이 찾아오는게 감사했다
    ..는 아름다운 말씀 마음에 새길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3707 공공도서관에 책 가져다줘도 될까요? 7 . . . 2016/04/04 1,244
543706 공원 운동기구 이용하는분들?? 2 궁금 2016/04/04 1,344
543705 남편은 말이 없는 사람인건지, 저랑 대화하기가 싫은건지... 4 ... 2016/04/04 1,656
543704 여자가 회사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 19 ... 2016/04/04 4,718
543703 지금 sbs 스페셜-설탕전쟁, 당하고 계십니까..방송하네요 114 달콤 2016/04/03 28,884
543702 세입자-김치냉장고 고장 10 김냉 2016/04/03 2,220
543701 아이 어릴때 돈모으기랑. 버리는 거 관련 글 보고 생각나서요.... 3 오늘 2016/04/03 1,886
543700 잠 안 오는 밤 인생은 왜 이리 긴걸까 6 맥주한캔 2016/04/03 2,201
543699 108배 하는데 무릎이 까지네요. 13 108 2016/04/03 3,141
543698 돈을 벌지 않는 남편 7 .. 2016/04/03 3,622
543697 더민주는 정말 이해가 안되는 당이네요... 18 JMOM 2016/04/03 1,875
543696 나이먹을수록 자고 일어난 얼굴 정말 추하네요 ㅋㅋ 7 ㅗㅗㅗ 2016/04/03 2,703
543695 우리동네 무소속 후보 공약보고 웃음이 났어요. 3 총선사이다 2016/04/03 1,291
543694 맥주 한 캔 4 ..... 2016/04/03 1,555
543693 치과에서 이러는거..제가 예민한건가요? 5 ... 2016/04/03 2,372
543692 유권자, 즉 국민이"단일화"를 해야 할 비상한.. 1 꺾은붓 2016/04/03 521
543691 에어로켓 만드는방법 4 과학의날 2016/04/03 4,440
543690 선거-투표함 감시.. 하실분 시민의 눈으로 연락하세요 2 선거감시 2016/04/03 485
543689 후보자들의 공보물(공약/정책) 들을 보려면.. . 탱자 2016/04/03 318
543688 88세 시누이 80세 올케 16 절대 못이겨.. 2016/04/03 6,930
543687 초등 4학년 아이 옷 치수 어떻게 되나요? 3 .. 2016/04/03 1,259
543686 인생 선배님들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2 해답 2016/04/03 887
543685 마트에서 파는 분말형으로 된 인스턴트 까페라테 종류는 없을까요?.. 4 rr 2016/04/03 1,439
543684 자녀 특목고 보내신 분들, 유아 초1부터 남다른가요? 4 SJmom 2016/04/03 2,960
543683 난임검사 오바일까요 4 ..? 2016/04/03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