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할 것인가?, 심판 당할 것인가?
참으로 희한한 선거도 다 있다.
역대 대선이나 총선에서 야당이 여당의 무능과 독주(독재)를 비판하며 “집권여당을 심판하자!”는 선거구호를 들고 나온 것은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지만, 참으로 해괴망측하고 희한하게도 20대 총선에서는 집권여당의 선거구호 중 하나가가 “야당심판”이다.
박근혜정권 3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야당 탓”과 궤를 같이 한다.
박근혜 집권 3년 동안 경제가 잘못 되어도 야당 탓, 이명박 5년 동안 감추어졌던 비리가 탄로 나도 야당 탓, 박근혜가 한복치마저고리 걸치고 정상외교를 한답시고 외국에 나가 썰렁한 대접을 받아도 야당 탓,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벌써 8년 전에 정권을 내 놓은 야당 탓, 북한이 동해상을 향하여 유도탄인지 미사일인지를 발사해도 야당 탓, 개성공단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야당 탓, 야당 탓이 아닌 게 없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야당 탓”이라고 딱 부러지게 잘라 말하지는 않았으니, 두 사건이 누구 탓인지는 하느님만 알 것이다.
어쩌면 4대강에 한겨울에도 검푸른 녹조가 떠서 강물이 검프르딩딩 하게 죽어 나자빠진 것도 “야당 탓”인지도 모르겠다.
야당 탓도 일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이명박이 불도저 같이 4대강 죽이기 공사를 강행하려 들고, 국회에서는 박근혜로 대표되는 집권여당이 그 예산을 반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들 때 야당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걸거나 18대국회의 종말을 각오하고 정치생명을 걸고서라도 4대강공사를 막지 못한 책임은 있을 것이다.
그러니 4대강이 검푸르게 죽어 나자빠져 있는 것의 0.0001%는 야당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26일 서울역광장에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중들이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한데 어우러져 제 4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있었다.
나부끼는 현수막에도, 깃대에 매달려 흔들리는 깃발에도, 연단에 올라 피를 토하며 외치는 연사의 외침과 이에 복창을 하는 군중들이 외치는 구호도 하나 같이 “박근혜 심판”이었고, 서울역광장에서 1시간여의 집회가 끝나고 서울역광장 → 숭례문 → 신세계박화점 앞 로터리 → 을지로 입구 4거리 →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2만 여명의 시가행진에서도 모든 집회참가자들의 앞에는 “박근혜심판”과 투표용지에 붓 뚜껑으로 투표를 상징하는 동그라미 안에 사람人(인)자를 새겨 넣은 종이피켓을 들려 있었다.
과연 4.13의 20대 총선은 국민들이 박근혜를 심판하는 날인가?
한가한 소리 하지 마시라!
잘못 하면 박근혜한테 국민들이 심판 당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빨간 옷을 걸친 새누리당 후보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임시방편으로 무소속 옷으로 갈아입고 출마하였지만 속은 새누리당인 후보들이 현 새누리당의 의원 수 보다 단 한 석이라도 많이 당선되면 선거결과는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심판을 당한 것이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국민들이 박근혜를 심판한 것이 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심판할 것인지?
지금도 눈물과 한숨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가 힘든데, 만약 박근혜한테 국민들이 심판당한다면 그 뒤는 어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하지만 그 끔찍한 결과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푸른색 윗도리 걸치고 손가락 세 개를 펴 들고 박근혜를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이 쫙- 깔려 있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안철수여!
문재인이여!
김종인이여!
주판일 튕기고 계산기 두드리고 할 것 없다.
무조건 단일화하라!
국민이 박근혜에게 심판을 당하더라도 단일화해서 1:1로 맞서서다 힘이 부쳐 광화문광장에 큰대(大)자로 나가 떨어져서 심판을 받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
그래야 죽더라도 눈을 감고 죽을 수가 있다.
피가 말라 들어간다.
제발, 무조건, 이유 없이,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단일화해라!
단일화 하면 국민들이 박근혜를 심판 할 수 있다.
반대의 결과가 되어도 결과를 달게 받아 들일 수가 있다.
하늘의 명령이다.
단일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