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일 년여 오빠가 늦게 결혼했었죠
만삭이었던 나는 제왕절개로 수술날짜가 잡혀있었고 .
한겨울이었는데..
새언니가 내 수술날짜 며칠 후로 결혼식 날짜 잡았다고 뒤늦게 연락이 왔어요.
그쪽은 속도위반이라 급하게 날을 잡은거 같긴 했는데
의아했어요..수술날짜 뻔히 알면서.
사실 가려고 맘 먹으면 애낳고 2주후에 갈수도 있죠.
병원도 가는데.
근데 가기 싫었어요
우리 집 풍비박산난 집이에요
생을 포기하려다 겨우 맘잡고 제가 먼저 결혼했고요,
안그래도 결혼식날 그 갈갈이 찢겨진 우리쪽 식구들 억지로 모여섰는거 보고 있느라
맘이 정말 힘들었어요 수치스럽고요.
정말 다시는 이런 자리 만들지 않으리 결혼식 중에 다짐을 할 정도.
그래서 애 둘 다 돌잔치도 안했고 아무 행사도 안했어요 그 뒤로.
그 와중에 시어머니는
우리 이모 (부모님 이혼후 처음만난-한 20여년만에 만난 이모) 옷차림에 대해서 당신 친구분들과
깜짝놀라 수군댔노라고 저한테 전하더군요. 전 보지도 못했어요
아마 한복에 신었던 어떤 신발이 대단히 화려하고 특이했던가..뭐 그랬나봐요
게다가 세 살 터울의 오빠는
어릴적 저를 죽도록 패고, 성적 수치심을 주고,
커서는 직장 앞에 돈달라고 오고
알콜중독과 게임중독으로 보고있는것만으로 맘이 부서질거 같은 존재였죠
그래서 안가게 되어 차라리 너무 좋았어요.
아무도 보고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첫 애를 낳고 시댁에서 산후조리하는데
친정엄마라는 분도 한 번 와보지도 않고
여러가지로 혼란스럽고
여성호르몬 탓인지 도저히 몸과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힘들더군요
결혼식 바로 전날
'나 결혼하기 싫다' 며 나와 통화하던 오빠에게
정말 왜그러냐고 ,나 좀 살게 해주면 안되겠냐고
아기 안고 엉엉 대성통곡하던 생각이 나네요.
다 용서했고, 다 뛰어넘었다 생각했는데
40 중반이 된 요즘
난 아직도 그게 힘들구나...싶도록 다시 야금야금 내 맘을 흔들어 놓네요.
그러나 딱 여기까지만 힘들래요
내 아이들과 가족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