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개인적인 일 때문에 휴가 내고 놀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미세먼지 가득이라고 해도 창가에 앉아 차 한잔 하고 있으려니 ^^;;
아래 태후 주인공 얘기를 보다가 문득 궁금해서요. (저도 뒤늦게 이 드라마 빠져서 다시보기 몰아봤습니다만)
연애상대가, 수시로 회사에 불려가고, 자기 의지보다는 윗선의 명령(지시)에 따라야 하고, 주말에도 종종 일해야 하고 그러면 애인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겠지요?
하지만 우리 주변의 대다수 군인, 경찰, 심지어 레지던트나 수련의들도 다 연애하고 결혼하잖아요?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사랑일까요?
제가 신문기자로 십년 넘게 일하는데... 저도 그랬어요. 평일도 늘 종잡을 수 없는 스케쥴에, 저녁마다 약속이 있어 12시 안에 집에 들어가기 어려웠고, 사건 터지면 퇴근하다 다시 경찰서로, 현장으로 ㅡㅡ; 인터넷 속보 경쟁이 막 시작될때라 노트북 안들고 있으면 피씨방에 들어가서 기사 작성해서 회사로 보내고... 영화 보다가 뛰쳐나간 적도 여러번이었어요. 당연히 주말에도 근무가 잦았고, 약속 잡았다가도 빵꾸내기 일쑤다 보니, 나중엔 아예 개인적인 약속이란걸 못 하겠더라고요, 또 내가 먼저 약속을 깨게 될까봐.
그 바람에, 아이러니하게도, 친구도 가족도 뒷전이고(그래도 나이 드니 다들 이해해줘요) 무엇보다 너무 사랑했던 사람을 놓아버렸어요. 저의 종잡을 수 없는 스케쥴에 그 쪽이 먼저 지쳐버린거죠. 아마 이 여자랑 결혼하면 일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겁을 먹었을 것도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 후에 크게 따지지 않고 저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남자 만나 그럭저럭 살고 있어요. 그럭저럭이란 표현을 쓴건,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제가 계속 바쁘게 살고 있어서 남들처럼 알콩달콩도 못하고, 아이까지 낳고 보니 정말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요(많은 맞벌이들이 그렇게 사시잖아요). 다행히 지금의 남편은 참 무던하고 좋은 사람이고, 무엇보다 시댁이 제 사정을 모두 배려해 주세요.
연차가 쌓이다 보니, 예전만큼은 아니어서, 저도 제 스케쥴 조정하고, 바쁜 일은 후배를 대신 보내기도 하고, 그렇게 버텨내고 있어요. 그런데도 아직 수직적 문화가 남아 있는 조직이다 보니, 어린 기자들은 여전히 바쁘고, 그래서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힘들고... 그래서 4~5년차 한창 일할 친구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요즘 이 문제가 저희 업계에도 아주 이슈에요. (물론 다른 이유도 많습니다만, 절대적으로 개인 시간이 적다는 점이 요즘 같은 취업난에도 기자를 관두게 하는 요인이더라고요)
저희는,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 결혼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그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라서 그렇기도 해요. 물론 노총각, 노처녀도 매우 많고요 ㅜㅜ
그래도, 우리의 유대위는 나라를 지키고 지구 평화를 수호하는 막대한 임무라도 갖고 있지, 나는 겨우 이런 일 하느라(제 직업에 대한 비하는 아니구요) 그 때 그런 인연들을 놓쳤나, 드라마 초반부 보며 가슴이 시렸어요(아, 아줌마가 봄 타나 봐요).
아래, 유대위 뉴스 인터뷰 이야기 읽고 그냥 적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