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 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당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의미 있는 구조로 각 당의 의석이 결정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 당의 입장에서는 30석 이상의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민주당 국민의 당>120석, 정의당 변수는 제외)이 되는 구도가 중요합니다. 120석은 국회선진화법에서 막대한 위력을 발휘하는 숫자이기 때문이죠. 최근 헌재는 이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여부에 대해 19대 국회 임기 전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는데, 만약 헌재가 위헌 판정을 하게 되면 그 때는 (더민주당 국민의 당>150석, 정의당 변수 제외)이 되는 것이 의미가 있게 되겠죠. 상황에 따라 국민의 당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의석수가 중요하지 국민의 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는 것이죠. 차라리 10석만 얻더라도 캐스팅 보트를 쥐고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 국민의 당에게 유리하고 안철수나 천정배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도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국민의 당은 더민주당과 정의당과의 야권 연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고 이는 총선 끝까지 갈 것으로 봅니다. 국민의 당 입장에서는 자신이 의석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민주당이 120석( 현행 국회선진화법 유효)이나 100석(개헌 저지선)을 얻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20대 국회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2) 상기에서는 국민의 당 입장에서 바라보는 총선이었다면 이번에는 보다 근원적이고 향후 정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문제에 천착하여 새누리당 내부의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에 김무성의 옥새 투쟁은 3:3이라는 타협으로 미봉되었습니다만, 이 싸움은 단순한 친박과 비박과의 권력 쟁투나 대선후보의 선점을 위한 싸움이 아닙니다. 그 밑바닥에는 개헌이라는 근원적 문제가 깔려 있지요.
김무성, 이재오, 유승민, 정의화 등의 비박, 친이계들은 향후 자신들이나 자신의 계파가 대권(대통령)을 쥘 수 있는 상황이나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내각제 개헌이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거나 이를 심중에 두고 있습니다.
김무성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의 눈 밖에 났고, 반기문, 오세훈에게도 밀리는 형국이라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만의 하나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본선에서는 자신의 결점(병역문제, 사위 마약 문제, 딸의 수원대 임용 특혜, 아버지의 친일문제 등)이 너무 많아 상대 진영의 공격으로 망신창이가 될 공산이 크고, 박근혜 지지자들로부터 오히려 역선택을 당할 우려가 있어 대통령 당선은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김무성을 대선후보로 내세우지 않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김무성은 대통령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권을 잡는 방법은 대통령이 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을 통해 국회의원들만의 투표나 계파간 합의로 내각 총리나 수상이 되면 일국의 권력을 쥘 수 있는 것이고, 수상이나 내각총리가 되지 못하더라도 계파의 수장만 되면 막강한 정치적 파워를 행사할 수 있게 되지요.
더민주당의 경우는 좀 복잡하게 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일단 비대위 대표인 김종인이 내각제를 선호하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김종인은 인터뷰에서 더 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신이 킹이 되겠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김종인이 내심 킹까지 노려 보는 욕심이 생겼다고 해석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20대 국회가 어떻게 여야가 의석을 가지게 되느냐, 새누리당 내에서 김무성계나 비박들이 몇 석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개헌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종인은 그 때와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재인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나, 현재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내년 대선정국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을 뿐아니라 새누리당에서 반기문을 내세울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을 문재인 뿐아니라 더민주당과 야권에서도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김무성(계)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할 경우 호응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현 국내 정치상황에서는 개헌을 확고하게 반대하는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다른 제정치세력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개헌에 동참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죠.
저는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 동안에 개헌이라는 대형 정치문제가 우리 국회나 정치계를 집어삼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기상 개헌문제로 남은 2년을 허송세월 하면 우리나라의 경제 뿐아니라 안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안보에 초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 언론, 사회가 온통 개헌문제로 날을 새고, 정파간, 계파간에 이전투구를 한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을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친박계가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100석을 확보하느냐를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잡고 있고, 새누리당이 설사 과반(150석)을 넘지 못한다 하더라도 친박계(개헌 반대파)가 100석을 넘기면 좋다고 봅니다.
1)의 관점에서 안철수의 국민의 당은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가능한 수도권에서 후보를 많이 내려고 했고 중도 사퇴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2)의 관점에서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지지자들은 대구와 수도권에서 비박계 새누리당 탈당파(이재오, 유승민 등)를 대상으로 18대의 사천의 이방호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1), 2)의 관점에서 그 대상이 되는 지역구를 관심있게 바라보면 이번 총선이 재미있어질 것입니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4월 13일 밤을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