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3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81
작성일 : 2016-03-24 07:49:39

_:*:_:*:_:*:_:*:_:*:_:*:_:*:_:*:_:*:_:*:_:*:_:*:_:*:_:*:_:*:_:*:_:*:_:*:_:*:_:*:_:*:_:*:_:*:_

6월 저녁 해어스름
어둠이 사물의 경계를 지워나갈 때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어두워지는 일이 이리 좋은 것인 줄 이제 알게 되네
흐릿해져서
흐릿해져서 산도 나무도
그 무엇보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싸웠던 일들도 흐릿
흐릿해져서
개망초 떼로 피어선 저것들이 안개꽃이댜 찔레꽃이댜
안개꽃이면 어떻고 찔레꽃이면 어뗘
개망초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뗘
꽃다워서 좋더니만
이제 꽃답지 아니해서 좋네 이녁
화장을 해서 좋더니
화장하지 않아서 좋을 때가 이렇게 왔네
저녁 이맘때의 공기 속엔 누가 진정제라도 뿌려놓은 듯
내 안에 날뛰던 짐승도 순하게 엎드리네
이녁이라고 어디 다를라고
뭐 죽도록 억울하지는 않아서 세상 다 용납하고 다 받아들이겠다는 듯
어둠 속에 둥글어진 어깨를 보네
이대로 한 이십년 한꺼번에 더 늙어지면
더 어둡고 더 흐릿해져서
죽음까지도 이웃집 가듯 아무렇지 않을 깜냥이 될까
모든 일이 꼭 이승에서만이란 법이 어디 있간디
개망초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뗘
꽃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뗘
그 때 기억할까 못하면 또 어뗘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지는 꽃 쪽으로도 마음 수굿이 기울여지던


                 - 복효근,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3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3/23/20160324grim.jpg

2016년 3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3/23/20160324jang.jpg

2016년 3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36568.html

2016년 3월 24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2c17af0396b64f568dadbcb9bf3ce715




짜릿함과 위기감의 공존...이랄까?





―――――――――――――――――――――――――――――――――――――――――――――――――――――――――――――――――――――――――――――――――――――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 윈스턴 처칠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군자란
    '16.3.24 9:34 AM (76.183.xxx.179)

    전과 15 범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국민들을 보며,
    저는... 제가 잘못 살았을지 모른다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먹물깨나 들었다는 친구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그를 선택했답니다.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걔들이 유신 반대 데모를 같이 했던 친구들 이거든요.

    그러다가...부엉이 바위에서 한 가닥 남은 희망이 떨어지고
    손 놓고 일주일을 울면서... 같이 통곡하는 국민들을 보며,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다음 선거.
    이번엔 머리에 꽃을 꼽은 여자를 대통령으로 세워 주더군요.

    두번 째에는 환멸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와, 그 안에서 마치 같은 숙명을 가진 한 민족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두렵기 까지 했습니다.

    대선은 아직 남았지만, 이 번 총선에는 또 어떤 결과를 보여주려는지
    지켜보는 마음이... 백척간두에 선 심정입니다.

    아마.... 단언하건데,
    더 처절하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1 번 이라는 그 사람들...
    정말 망해버린 나라에서, 저들의 딸을 일본군에게 빼앗기고
    저들의 아들을 막장에 몰아 넣은 후에, 땅을 치고 통곡하는 그 날이 차라리 빨리 오기를...

    세우실 님이 정성들여 올려주신 만평을 보며,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소감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0733 [단독] 후보들 잇따라 인터넷서 ‘의혹 글’ 지우기 3 ㅇㅇㅇ 2016/03/24 653
540732 초등생 언제 부터 자기방에서 혼자공부하나요? 4 여쭤볼께요 2016/03/24 1,089
540731 싱가폴사람에게 두 돌 아이 옷이나 용품 선물하려는데요 2 싱가폴 2016/03/24 543
540730 민감 부위에 뾰루지.. 해결방법 있을까요 ㅜㅜ 8 ... 2016/03/24 6,314
540729 보건증 주소지 달라도 발급될까요? 2 질문요 2016/03/24 2,518
540728 마른여자 좋아하는 남자도 있어요 17 ㄷㅌ 2016/03/24 13,331
540727 영어 한문장만 해석해주세요ㅠㅠ 4 리리 2016/03/24 661
540726 마트에서 포인트적립을 본인꺼로 한 계산원 47 뭔가 2016/03/24 8,968
540725 낮에 본 충격적인 것 때문에 악몽 꿀수도 있는 건가요 2 . 2016/03/24 1,200
540724 이제 팩트 화장하고 싶어요 보송보송한 피부.. 5 크로롱 2016/03/24 2,427
540723 남편에게만 하는 사랑스러운 애교 있나요? 17 tk 2016/03/24 5,669
540722 가게인수받을때, 매출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14 .. 2016/03/24 3,316
540721 자궁적출수술 받기로 했는데 덜덜 떨려요 27 따뜻함 2016/03/24 8,942
540720 자기소개서..자필을 원하는데도 많나요. 3 중년 2016/03/24 1,208
540719 싱가폴 20개월 아이 괜찮을까요? 6 .3 2016/03/24 1,045
540718 직장에서 도시락 먹는사람인데요 17 이런사람도 2016/03/24 4,989
540717 [16/03/24 ] 행간 "다음주 한일정상회담 열릴 .. 또 외유 2016/03/24 408
540716 황신혜씨딸의직업은? 10 ..., 2016/03/24 5,447
540715 연산 연산 조언 부탁드립니다. 2 .... 2016/03/24 731
540714 마른 사람들 밥량이 믿기질 않네요 @@ 4 .... 2016/03/24 2,706
540713 소고기 김밥 만들려고 하는데요. 질문이요!! 10 김밥 2016/03/24 1,509
540712 제가 남자친구한테 너무 연락 갈구하는건가요? 11 ww 2016/03/24 3,433
540711 사춘기 때 순한 남자아이들도 있는 거죠? 9 궁금 2016/03/24 1,619
540710 영수증 모아서 자기 달라는데,, (남편회사에서 필요하다고) 안되.. 18 친한동료 2016/03/24 4,042
540709 김성수 이 사람 참 라인을 잘 탔네요. 2 투표하자 2016/03/24 2,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