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불어진보당에 합류한 궁극적인 이유는 정권교체를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더민주가 자신들의 전통적 정체성을 고집하는 한 정권교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평소 당 지지율이 20%에 머무는 당이 수권정당이 될 수는 없다.
왜 더민주 지지율은 20%에 고착되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분단체제 하에서 진보 그룹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계급적 기반이 취약해서 그렇다.
그리고 국민 정서와 동 떨어진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계급적 기반이 뚜렷하지 않아서 내부 분열이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이제는 고질화되었다.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이념에 사로잡혀서 실현 불가능한 정책 공약을 남발한다.
국민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불안하고 무능하니 신뢰가 안간다.
정당 지지도가 20%로 고착화된 이유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이들을 수권정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더민주는 호남의 지지세력, 비영남권 운동권, 그리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진보적 네티즌 세력이 연대한 정당이다.
지역색을 제외하고 보면 이념적으로는 수구적 진보와 개혁적 진보가 뒤섞여 있지만 운동권 시절 학습한 논리가 아직도 우세하다.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수구적 진보가 더 많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익을 우선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된다.
그래서 불안하다.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어서 항상 내분이 끊이지 않는다.
호남 사람들은 진보 운동권 세력을 자기들을 이용해 먹는다고 생각한다.
진보 운동권 세력은 호남 정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들끼리는 선명성 경쟁에 몰두한다.
사실 이게 더 쉽고 편하다.
시대착오적인 수구적 보수를 비판하기만 해도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래봤자 그게 다다.
여기에 열광하는 지지층은 일부다.
김광진씨가 필리버스터로 일약 스타가 된 것 같지만 당내 경선에서도 졌다.
그 다음,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부터 뭐 하나 제대로 처리할 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제 여당 8년을 지나면서 여당 역시 무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야당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무능하다고 낙인이 찍혔다.
사실 그동안 야당이 내 놓는 정책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실현성이 낮은 것 투성이다.
신기한 것은 더불어 민주당 사람들은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해도 별 걱정을 안 한다는 것이다.
뭐 다 그런거지, 선거 언제 한두번 해봤나?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아무러나 투표하면 40%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와서 보니 이겨야겠다는 기백과 결기가 안 보인다.
못 이길 바에야 힘들게 이기려고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멋있게 지기를 원한다.
호기는 호기 대로 부리고, 최소 국회의원 의석은 100석은 할테니 그 중에 한자리 차지하고 즐기면 된다.
귀족 운동권이 탄생한다.
그래서 적대적 공생 관계가 되었다.
끼리끼리 그리고 선배들에게 잘 보이면 된다.
국민도 안다. 전체 투표율은 점점 떨어졌다.
그런데 상대방 지지층의 투표율은 유지된다.
자기 편 투표율만 떨어졌다는 뜻이다.
평시 지지율 20%, 투표 지지율 40%가 고착화 되었다.
이래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그들도 안다.
지역세력이 분열해 나가면 폭망이라는 것을.
그들도 안다. 자기들의 정체성을 고집하면 허망하다는 것을.
작년 말, 허망 이전에 폭망 사태로 치달았다.
지역 이탈을 우선 막아야 했다.
예상 외 중량급 인물인 만큼 충격 요법이다.
그 무게 덕분에 폭망으로부터 잠시 숨을 돌렸다.
아직 안전하지는 않다.
그것 만으로는 안된단다.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들에게 이뻐보여야 한다.
지금은 너무 못생겼다.
결심을 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화장을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물론 화장만 하고 싶다.
김종인 박사에게 화장을 주문했다.
수술은 싫다. 자기 얼굴을 고치고 싶지는 않다.
밤에 혼자 화장을 지운 민낯을 보고 싶다.
이건 자기 정체성이다.
왠걸! 그는 자기가 의사란다.
수술을 하자고 한다.
이건 싫다. 밥줄도 달렸다. 파국 바로 직전까지 갔다 왔다.
여전히 오월동주다.
겉으로나마 유지하던 신뢰는 국민 눈에 보기에도 이미 깨졌다.
불안한 동거는 다시 시작된다.
의사는 수술을 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속이 틀어졌지만 수술을 하기 위해 일단 자기가 참기로 했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데 수술을 하려고 드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지금은 신뢰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선의를 갖고 있다는 것도 보여야 한다.
수술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안다.
앞으로 2년 동안 수술을 안 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계산과 그냥 수술이 싫은 정서적 미련 사이에서 한동안 오락가락 할 것이다.
나는 수술을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