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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처럼 살림 못하는 사람 또 있긴 있을까요..?

ㅁㅁㅁ 조회수 : 4,056
작성일 : 2016-03-21 17:36:26

제 생각엔 살림도.. 공부 잘하고 노래 잘하고 운동 잘하는 것 처럼 다 따로 타고 나는 재능중에 하나인것 같아요.

여기에서 살림이란.. 집안 정리정돈, 빨래, 청소, 요리, 매달 규모있는 지출을 계획 세워서 잘 해내는것.. 뭐 그런것을 총칭하는 의미로 씁니다.

그리고 전 살림에 정~~말~~~로 재능이 없어요. 이제 40대인데 아직도 살림을 이리도 못하는걸 보니.. 정말 구제 불능인듯 합니다.  아마 공부로 치자면 반에서 꼴등정도 하는 정도 아닐까 싶을 정도요..

일단 성격이 정리 정돈이 잘 안되는 성격입니다. 타고나기를 게으르고 에너지 없고 몸은 자주 아프고요.. 정신 차리고 정리정돈 잘 해놔도 깜빡 하면 반나절 사이에 집안이 다시 엉망이 되어요.

손재주가 없어서 부엌일을 하면서 뭔가를 엎어 버리고 부엌에 있으면 뭔가를 떨어뜨린다거나 냄비를 놓친다거나.. 이런일이 너무 비일비재하고요. 어제는 냄비채 있던 국을 하나가득 다 엎어버리고 나도 이런 내가 싫고 혐오스러워서 한동안 망연자실 했었어요..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뭔가 살림과는 안맞는 인간형이라는걸 스스로도 알았던것 같아요. 교과목중 가정/가사 점수가 제일 낮았구요. 밥짓는 시간 뜸들이는 시간.. 이런걸 외워야 한다는게.. 학문도 아닌데 이런걸로 시험본다는게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뭔가 제 사고 체계로는 이런일들이 가치 있는 일들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것 같아요.

그런 주제에.. 친정엄마는 언제나 살림을 반딱반딱 윤이나게 하시는 분이라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집안이 제대로 윤이 나고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혼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형입니다. 그러니 한마디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행위에는 소질도 없고 노력도 안하고 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주제에, 제대로 된 쾌적한 살림살이는 누리고 싶고 누려야 하는 이율배반적이고 아주 이기적이고 게을러 빠지고.. 뭐 어디 한군데에도 쓰잘데기가 없는 인간이 아닌가.싶어요. 제가.. ㅠㅠ

부모가 집안일을 안시켜서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 정반대였습니다. 저희 엄마는 저희 남매를 항상 집안일을 시키셨었어요. 그리고 제 남동생이 저보다 백배는 더 잘해서 칭찬도 많이 받고 그랬었던것 같아요.


이런 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은 잘 다니고, 정리정돈을 칼같이 하고 제대로 체계화 해서 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잘 해내고 있습니다.. 제 정리정돈 스킬을 아는 남편이 네가 네 일을 잘 하는게 불가사의라고.. 한숨을 쉬어요.

제 생각에는 제가 워낙 타고난 성향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그 직업에 남들이 쓰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제 본능과 거스르는 일을 함에 있어서).. 그러니 집에 와서 더더욱 늘어지는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모든 살림을 도우미 도움을 받고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냥 한평생 돈을 열심히 벌어서 내가 타고 나지 못한 재능을 그 돈으로 메꾸는 느낌..? 이랄까요. 그리고 작년부터 오시는 도우미 아줌마가 특별히 살림을 잘하시는 분이다 보니.. 그분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아 이분은 정말 살림살이를 잘하는 재능을 타고 났구나.. 나는 참말로 따라 갈수 없는 재능이구나.. 하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지금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여자의 모든 덕목이 살림을 잘하는 그 딱 하나로만 정해져 있었던 시기에 태어났다면.. 나 같은 여자는 어디 똥막대기 취급 받고 소박받고 참 비참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도 궁금해요.. 저같은 여자.. 이 넓은 세상에 어디 한두명 정도는 더 있겠지요..??

IP : 121.7.xxx.214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돼지귀엽다
    '16.3.21 5:40 PM (220.95.xxx.164)

    진짜 세상 잘 타고 난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느껴요.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또있나 싶네요. ^^

  • 2. 푸른연
    '16.3.21 5:41 PM (61.105.xxx.119)

    저도 그래요. 원글님은 직장일을 잘 해내시잖아요.
    정리정돈 안 되고 늘 물건들은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거나 서랍에 널부러져 있고
    손님 오신다 하면 후다닥 치우고 닦아서 좀 나아집니다.
    손님 가고 나면 다시 어수선한 집으로 ㅋㅋ

  • 3. 저도
    '16.3.21 5:43 PM (223.62.xxx.5) - 삭제된댓글

    저도 그래서 전업할 생각 1도 없어요.
    잉여력 폭발할걸 알기에 ㅎㅎ

  • 4. ㅇㅇ
    '16.3.21 5:48 PM (49.142.xxx.181)

    그러게요. 원글님은 살림은 꽝이시지만 굉장히 스마트한분인것만은 틀림없는듯 싶어요.
    벌써 글이 줄줄줄줄 쉽게 읽히는것만 봐도요..
    국민교육헌장에도 써있죠.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

  • 5. 원글..
    '16.3.21 5:48 PM (121.7.xxx.214)

    예 맞아요. 저도 전업을 하고 싶어도 못해요.. 정말 아이와 시간을 더 가져야 하는건 아닐까 하루에도 열두번씩 갈등을 하는데.. 제가 집에 있어도 아이한테 좋은 본을 못보일것 같은 자괴감이 들어요.
    나라는 인간은 어디 조직에 매여 있어서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야 그나마 그에 맞추느라 사람 노릇 하고 살 수 있을것 같아서요..
    왜 이런 인간인건지.. 이것도 유전이라면 내 애한테는 전해지지 않았으면 간절히 바라네요..

  • 6. 저도 그래요.
    '16.3.21 5:49 PM (124.53.xxx.117)

    전업주부로는 절대 못살아요.
    ㄷㄷㄷㄷ

  • 7. 저도요
    '16.3.21 5:57 PM (211.206.xxx.162)

    그래도 원글님은 직장일 잘하는 재주라도 있으시니 다행이고요.

    저는 이것도 일종의 분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원글님은 직장 다니시며 돈벌고

    또 살림 잘하시는 분은 그분대로
    일자리 얻어
    돈도 벌고 본인이 잘하는 일을 할수 있으니까요.

  • 8. 심플
    '16.3.21 6:01 PM (59.14.xxx.91)

    저는 직장인으로는 절대 절대
    못살아요;;; ㄷㄷㄷ
    시간표대로 움직여여하는삶
    끔찍하지 말입니다. ㅋㅋㅋ

  • 9. 재능 맞아요
    '16.3.21 6:02 PM (112.140.xxx.220)

    청소 잘한다고 요리 잘하는것도 아니고
    각자 한테 잘하는게 있습니다.
    다만 못하는 것이라고 자꾸 안해볼 버릇하면 더 못하니
    조금이라도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늘어 갑니다.

    노력엔 장사 없어요. 하다보면 늘어요

  • 10. ...
    '16.3.21 6:06 PM (119.64.xxx.92)

    대부분 남자들이 님 같을걸요. 님 남편도 안그런가요? ㅎㅎ
    살림 잘하는것도 큰 재주인데 여자라고 다 잘하게 태어날리가 없죠. 살림 못하는 여자가 더 많음.

  • 11. ..
    '16.3.21 6:08 PM (210.97.xxx.128) - 삭제된댓글

    저와 반대시네요
    잘하지는 못하고 그닥 재미 있는것도 아니지만 그나마 해내는게 살림이에요
    게으르고 체력이 별로라 미뤄뒀다하지만 마음 먹고 하면 그냥 저냥 두려움 없이 하는 정도
    하지만 그건 도우미 도움을 받으면 해결되는거고
    요즘 시대에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죠
    문제는 회사 일을 못해요
    돈 벌이를 못하는거죠
    이게 제일 큰 문제 아닌가요
    이건 방법이 없어요
    버는게 안되니 할 수 있는거라곤 안쓰고 무식하게 졸라매고 사는것 뿐이네요
    전공을 맞는 일도 못해내다 취집해버린지 몇년 하지만
    웃기게도 제가 꼭 벌어야하는 입장에 있어요
    인공지능 시대에 제일 먼저 도태되어버릴 인간형이라 씁쓸합니다

  • 12. ..
    '16.3.21 6:08 PM (210.97.xxx.128)

    저와 반대시네요
    잘하지는 못하고 그닥 재미 있는것도 아니지만 그나마 해내는게 살림이에요
    게으르고 체력이 별로라 미뤄뒀다하지만 마음 먹고 하면 그냥 저냥 두려움 없이 하는 정도
    하지만 그건 도우미 도움을 받으면 해결되는거고
    요즘 시대에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죠
    문제는 회사 일을 못해요
    돈 벌이를 못하는거죠
    이게 제일 큰 문제 아닌가요
    이건 방법이 없어요
    버는게 안되니 할 수 있는거라곤 안쓰고 무식하게 졸라매고 사는것 뿐이네요
    전공에 맞는 일도 못해내다 취집해버린지 몇년 하지만
    웃기게도 제가 꼭 벌어야하는 입장에 있어요
    인공지능 시대에 제일 먼저 도태되어버릴 인간형이라 씁쓸합니다

  • 13. 괜찮아요^^
    '16.3.21 6:14 PM (117.111.xxx.152)

    원글님은 직장일은 잘 하시잖아요.
    제가 원글님이 말하는 살림이 적성인 사람이예요.
    살림이 많은편인데 나와 있는거 없이 다 제자리에 들어가있구요.
    남편이나 아이가 뭐 찾으면 앉아서 어디어디에 몇번째 서랍 오른쪽....뭐... 이렇게 알려줘요.
    아이옷이랑 제 옷 외출복 말고는 만들어서 입어요.
    요리는 학교나 어른들 선물용으로 드린다고 주위에서 좀 만들어달래서 가끔씩은돈 받고 만들어줘요.
    근데 게을러서 이 모든것들은 마음이 동할때만 해요.
    얼마전에는 친구네 놀러갔다 집정리때문에 남편이랑 싸웠다길래 빨래 각잡아서 서랍에 정리하는거랑 이불 수납하는거 알려주고왔어요.
    저랑 친구 둘 다 10년 전업인데 이렇게 다르네요.
    원글님은 직장 다니시니 지금처럼하세요.
    다 자기 할 일 하고 사는거죠.

  • 14. 어쩜
    '16.3.21 7:43 PM (60.240.xxx.19)

    오늘 제 딸아이 방을 보면서 해도해도 너무한다 하며 82에다 글 좀 써볼까 했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제딸이 원글님 같네요 정말 치워줘도 10분도 안되어서 어질러져 있구요 또 그러면서도 깨끗한것을 동경한답니다 참 모순이라 생각하는데 ..또 직장생활은 원글님처럼 잘해내고 있구요^^
    그나마 참 다행인데...문제는 나중에 이런아이를 어느 남편이 이해해줄까 걱정입니다 정말 우리딸을 끔찍히 사랑하고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넓어야 살수있을텐데.ㅋ
    암튼 타고나는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는 중입니다

  • 15. ..
    '16.3.21 8:55 PM (175.214.xxx.95) - 삭제된댓글

    저의 도플갱어를 여기서 뵙네요.

  • 16. 제 딸이 그래요
    '16.3.21 9:08 PM (180.230.xxx.163)

    공부는 전국권, 학벌은 글로벌 상위권이지만요. 정리 정돈이나 집안 일엔 빵점, 관심도 없고 일단 있는 에너지를 밖에서 다 쓰고 들어옵니다. 그러니 혼자 지내는 집안도 언제나 폭탄 맞은 듯. 절대로 집안 일은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도우미 쓰면 되는데요. 해 봐야 제대로 되지도 않고 힘만 들텐데 뭐하러 하나요. 경제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남에게 시키고도 잘 살 수 있는데요. 원글님 절대로 기 죽지 마세요. 더 당당해도 됩니다. 전 딸과는 달리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주부였지만 그거 별거 아니네요.

  • 17. ㅋㅋ
    '16.3.21 10:11 PM (122.35.xxx.21)

    제가 보기엔 살림 잘해서 도우미하는것보단
    돈잘벌어 도우미 고용하는 원글님이 더 나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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