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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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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과 애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실망 조회수 : 1,055
작성일 : 2016-03-14 22:15:07
보통 경사 보다는 애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기억에 더 오래 남고, 힘이 된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근데 전 살면서 겪어보니, 딱 그 반대더라구요.
인간관계에서 위로 보다는 축하가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어요.
제가 20대 때는 전문직 자격증 준비만 했었어요. 
베프는 유학 가있었고, 유일하게 만났던 친구들이 고등학교 동창 4명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급식 같이 먹으면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었구요, 졸업하고 나서 생일때마다 만나서 친하게 지냈었거든요. 
제가 시험준비한지 2년만에 1차를 합격했어요. 2차까지 된것도 아니고 따로 알리지 않았죠.
얼마후 친구 생일이었는데, 한 친구가 시험 준비 잘 되고 있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1차는 합격했다고 했죠. 
그랬는데....  물어 본 친구 정말? 그랬구나... 표정에서 좀... 불편한 감정을 느꼈어요. 나머지 친구들 고개만 끄덕이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를 안하더라구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었는데, 그 날 실망을 많이 했죠. 
그러고 공부하고 그러느라고 모임에 계속 빠지게 되면서 그냥 정리해 버렸어요. 뭔가... 그날 이후로 마음도 상하고, 친구가 무슨 소용이냐 싶었거든요.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준 건, 부모님과 여동생, 남자친구, 고시반 교수님 이었구요.
그러고 저는 1차만 합격하고 2차에서 계속 아깝게 떨어졌어요. 그러니 오기도 생기고, 나이 먹어 갈곳도 없고 고시폐인이 됐죠. 
부모님한테 손벌리기는 싫어서, 학교에서 잠깐 근무도 하고, 학원강사 일도 하고, 빵집에서 알바도 하면서 계속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30대가 되어서야 합격을 했어요. 발표 나고 당연히 가족들이나 남자친구는 진심으로 축하해 줬었구요. 
베프는 축하한다는 문자 한 줄 주더라구요...ㅜ
남자친구와는 스무살에 만나서 오랜기간 연애를 하고 있었고, 남자친구 어머님이나 누나와도 잘 알고 지냈죠. 
결혼 전제로 만나던 거라, 거의 며느리처럼 지냈어요. 일하면서 공부하기도 했고, 공부만 하기도 했고 그래서 어머님이 무슨 일 있다고 부르시면 가기도 하고, 병원 퇴원하셨을 때는 딸 대신 제가 가서 모시고 온 일도 있었구요. 
아무튼, 남자친구와는 합격하고 결혼 하기로 마음먹은지라, 바로 양가에 얘기했죠. 
시어머니와 시누한테는 남편이 직접 가서 합격소식과 결혼하겠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시어머니와 시누 모두 저희 결혼 기다렸던 분들이기도 했구요.  제가 돈벌면서 힘들게 공부한거 아시는 분들이고, 이제 가족이 될 분들이라 정말 축하 받고 싶었거든요. 
근데... 연락이 없으시더라구요. 연락이 없길래, 남편한테 소식 전한거 맞냐고 물어봤어요. 
그러고 한 일주일 후에, 시어머니와 시누한테 축하한다고 문자 오더라구요. 그래서 감사하다고 답문 보냈구요.
바로 며칠 후에 결혼 상의 하느라 시어머니 만났는데, 합격 한거에 대해서 정말 한마디도 안하시더라구요. 
얘기 꺼내면 바로 말 돌리시고,,,  많이 서운했는데, 그 속마음이 짐작은 가더라구요. 
남편 집안이 가난하고 환경이 안좋거든요.  시누는 전업 수험생으로 9급 공무원 십년을 준비했는데 떨어지고 시간제에 겨우 붙었고, 주변에는 다 9급 공무원 붙은걸로 말해놓은 상황이었구요. 저 또한 9급으로 알고 있는걸로 되어있고...
속이 편하진 않으셨겠죠. 근데 그게 짐작은 가면서도, 아... 이사람은 진짜 내 가족은 아니구나. 그렇게 느꼈어요. 많이 속상했구요. 그때부터 마음이 많이 닫힌거 같아요. 그 이후로도 이런 저런 일 있어서 시가쪽에 대해서라면 정이 다 떨어졌구요. 
얼마전 티비 보는데, 뇌 정신학자가 나와서 강연하시더라구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시던데, 
그 얘기가 딱 들어왔어요. 
나한테 득되는 사람 아닌 이상, 남 잘되는거 좋아하는 사람 없다.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그렇더라구요. 같은 맥락에서 축하가 위로보다 훨씬 더 힘든거라는 걸 느껴요. 
물론 저도 여기에 대해서 남을 비난 할 수 없겠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구요. 
나이 들면서, 사회를 겪으면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과 실망이 많이 드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건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건 아닌지... 
솔직히 앞으로 관계를 맺을 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지... 조금 힘든 마음이 들어요. 
 


IP : 175.123.xxx.9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6.3.14 10:18 PM (14.52.xxx.171)

    나 슬플때 같이 울어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근데 나 잘되면 같이 기뻐할 사람은 정말 적어요

    보통 사람은 남이 안되는거를 보면서 자기는 안 그렇구나,하는 안도감과 행복을 느끼죠
    그래서 같이 슬퍼해주면서 자기가 대단한 선행을 베푸는 착각을 하는거에요
    근데 남이 잘될때 그사람의 본성이 나온다고 봐요
    심지어 부부 부모자식간에도 질투가 있으니 뭐...

  • 2. 네.
    '16.3.14 11:00 PM (121.129.xxx.229)

    사실 형제간에도 완전히 축하해주고 기뻐해주는거 드문거 같아요...
    내가 잘 되는거 기뻐해주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결혼하고 남편이 직장이 좀 좋았는데,
    연봉들으시더니 남동생하고 비교하시면서.
    넌 잘살잖니, 넌 어려운거 없잖니 하시면서.. 동생한테만 퍼주세요.
    여러번 큰돈 간거 저한테 자랑삼아 말씀하시고...

    그래서 또 극단적인 저는. ㅎㅎ
    아 세상은 혼자구나 했답니다.

    좀 다른 이야긴데... 그래서 저는 자식 자랑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왜냐면 좋은일 이야기해도 남들한테 시기질투 받을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일부러 깍아내릴 필요도 없지만,
    나서서 자랑해 나쁜 기운받게 할 필요도 없는것 같아서요.

  • 3. 56778
    '16.3.14 11:22 PM (116.33.xxx.68)

    전 가족들이 잘되면 무지좋더라구요
    조카잘되면 너무좋고
    그치만 시댁쪽은 조금덜기쁘더라구요
    남편도그렇겠지만

  • 4. 공감합니다
    '16.3.29 11:48 PM (121.165.xxx.143)

    다들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참석하라고 하죠.
    그런데 살아보니 슬픈 일은 스스로를 위안삼게 되는데 기쁜 일은 시기 질투를 하게 되네요.
    나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기는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
    인생은 정말 오묘합니다. 정답도 없고 그 정답마저도 바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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