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열이 좋아하는 시 - 주름(박노해시인)
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산을 건너보면 알지요
이유 없는 산등성이 하나 연유 없는 골짜기 하나
없지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은 없고 그냥 불어가는
바람은 없지요
얼굴은 얼의 골, 내가 살아온 사연의 행로는
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졌으니
주름 편다고 지워지지 않지요
주름진다고 낡아지지 않지요
피할 수 없는 시간의 발자국에 부디 짓눌려
구겨지지 말기를
얼의 골짜기로 무늬지어가기를
골짜기 물 맑고 깊으니 산 또한 푸르고 힘차니
주름 펴지 말고 아름답게 새겨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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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과 사연은 주름속에서 머문다.
나이들면
그래서 편안해지는 이유
오랜 기다림속에서 얻어진 주름이기에.
쉽게 울고 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