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찌니 예전에 몰랐던 코골이가 너무 심해져서 같이 잠을 자기가 힘들 정도예요. 맞벌이인데 제가 밤에 일하다가 네 시간 정도 잘 수 있을 때 남편 옆에 누우면 악몽만 꾸다가 두세시간 만에 일어나요. 전 짧아도 깊은 잠 잘 자는 스타일인데 남편 옆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니거든요. 온갖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아이를 만드는 일도 힘들었지만 저희 친정쪽에서 아기는 꼭 가져야 한다고 돈도 보태시고 압력이 심해서 시험관으로 이쁜 아기를 만들었어요. 지금 다섯살. 저희 부부 둘다 너무나 사랑하지요.
남편은 이년 전에 실직하고 집에서 놀지만 집안 일 하는 건 거부하고 있어요. 구직활동이 바쁘다는 이유로.
다 좋아요, 근데 아기 임신하기 직전부터 성생활이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5년이상 된 거죠. 가끔 제가 욕구가 넘쳐서 덮치면 별의별 이유를 다 대요, 결국은 제가 센서티브하지 못하다, 자기 감정을 이해해 달라 그런 거고요. 밖에 누가 지나간다, 오늘 일정이 이런데 ㅅㅅ할 처지가 아니다, 진짜 별 핑계를 다 대요. 제가 그건 핑계니까 전문가 의견이라도 들어봤음 좋겠다 하면 그러겠다고 말뿐이고요 의사를 만나본 적은 없고요. 제 생각에 성욕이란, 이해가 안 가더라도, 더럽다고 느끼든 구역질 난다고 느끼든. 어쨌든 정말 리얼한 거거든요. 저도 이런 느낌을 갖는 제가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삶의 일부잖아요 밥 때되면 배꼽시계부터 울리는 내가 얄미워도 어쩔수 없는 것처럼요, 남편 아닌 다른 남자한테 성욕을 느낀 적도 없고 그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고 싶은데 그것 조차도 이상하게 보는 남편 어떻게 하죠. 남편은 제가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그동안 제가 잘 못한 것 (아주 사소한 말 실수 같은 걸) 조목조목 따지면서 한동안 성생활은 어렵겠다고 그러네요. 근데 제가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도 없고 그런지 오년이 넘었으면 이거 변명 아닌가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란 말이 왜 나왔는데요, 성생활이 원만하면 어느정도는 덮어진다는 말 아닌가요? 혼란스러워요. 아직 저는 젊고 새로운 사람 만나려고 해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