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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하고의 스트레스를 큰딸에게 푸는 느낌이에요

... 조회수 : 1,936
작성일 : 2016-03-11 13:25:17
저는 9살 딸아이의 엄마입니다
제 딸은 많이 예민하지만 예민한 만큼 스스로 잘 조심하고 학교 생활도 잘하고 꽤 기특한 아이입니다

원래는 정말 바빠서 얼굴조차 보기 힘든 남편인데 회사에서 대학원 보내주는 데 뽑혀서 지금 해외 나와서 스폰으로 대학원 다니는 중이라 거의 매일 붙어있습니다ㅜ 스폰이라 공부도 안하고 학교는 일주일에 이틀 5시간정도씩만 가고 방학도 엄청 길고 많아요ㅠ 너무 붙어있으니 쉽지 않네요
물론 남편이 육아 살림 엄청 많이 도와줍니다

딸도 해외 학교에 적응 힘들고 아이가 제일 힘들겠죠 그래서인지 약간 그 스트레스를 집에서 살짝 풀기도 합니다
남편과 저 둘 다 잘 받아주고 전 정말 누가 보기에도 친절한 엄마고 애한테 잘해주는데 가끔 한번씩 폭발합니다

이게 아이한테 폭발하면 바로 남편하고도 싸우게 되니 남편하고 싸워서 아이한테도 화가 나는건지 아이한테 화가나서 남편하고도 안좋게 되는건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어요

아님 자꾸 남편이 집에 있으면 자꾸 의지하고 도와달라고 하게 되서 그런건지....
차라리 집에 없으면 평온해요...
그렇다고 집에 있는데 안 시키기도... 공부라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맨날 인터넷으로 게임만 해요ㅜ

예전에 저 자라면서 아빠가 바람을 피셨어요 엄마의 그 감정의 쓰레기통이 저였는데 혹시 제가 그러지는 않을지 걱정되요
그런데 또 보면 제 딸은 정말 간혹 화나게 할 때도 많아요
남편도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얼마전에 저에게 진심으로 우리아이는 전문직 여성으로 키워야 할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왜냐면 저 성격에 어떤 남자도 못 맞춰주고 금방 이혼당할꺼라고...

아무튼 아이한테 버럭 한 번 하고 괜시리 마음이 안좋아 글 써봅니다...

IP : 72.252.xxx.14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힘드시죠
    '16.3.11 1:30 PM (119.194.xxx.182)

    남편 분 상황도 그렇고 또 개성이 뚜렷한 따님을 키우시는게 만만치는 않으시죠?
    하지만 아직 따님은 약자이니 아이가 느끼기에 부당하게 감정적으로 혼내지는 마세요.

    아이들이 다 차곡차곡 눈물로 마음에 담아둔다고 합니다...
    저녁에 맛있는게 해주시도 꼬옥 안아주세요.

  • 2. ....
    '16.3.11 1:33 PM (72.252.xxx.148)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82에 날선 댓글들이 많이 보여서 너무 강하게 그런 사람은 엄마 될 자격이 없다는 댓글이 달리면 어쩔까 마음 졸였는데....

    여기시간은 밤인데 이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안아주고 재웠습니다

    왜 이럴까요 후회하고 마음도 결국 안좋은데 약자인 아이에게 버럭하고...

    조언 감사드립니다

  • 3.
    '16.3.11 1:33 PM (220.80.xxx.101) - 삭제된댓글

    그거 아이도 느껴요. 저도 무의식중에 그런단 걸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안 해요. 님도 이제 알았으니 하지 마세요.

  • 4. ...
    '16.3.11 1:36 PM (39.117.xxx.22)

    제가 어릴때 그런 딸이었어요.
    예민하고 알아서 잘하는 아이. 그런 저에게 엄마가 심리적으로 기대셨어요.
    아빠에게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제게 푸셨죠. 아직도 본인이 뭘 하셨는지 모르세요.
    옷과 음식, 청소를 완벽하게 하셔서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세요.
    엄마가 절 그렇게 키운 결과 전 극심한 만성 우울증에 걸렸고 치료기간이 장장 1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죽을 정도로 노력해서 치료했습니다.
    약 복용, 심리분석했고 현재는 매일 108배 하며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완치는 아닙니다.
    평생 수행하며 닦아야 겠죠.
    제발 아이에게 그러지 마세요. 특히 큰아이에게.
    아이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잘 아시잖아요?
    부탁드립니다.

  • 5. ...
    '16.3.11 3:11 PM (91.51.xxx.25)

    제 어릴적을 돌이켜보면, 행복한 시절을 보냈씀에도 엄마가 아버지랑 싸우고 저한테 한 문장 이라도 하소연할라치면 당장 귀막고 동굴로 들어가버리고 싶었어요. 착한 막내딸인 저는 그냥 꾸욱 다 듣고 그런날은 지옥이었어요

  • 6. 버럭
    '16.3.11 3:44 PM (1.225.xxx.57)

    저도 그렇게 당하며 큰 딸입니다.

    열 몇살 무렵 엄마가 해 준 떡볶이 앞에서 지난 번 것이 더 맛있었다고 했다가
    동네 떠나가게 혼나고 저녁에 동생 손 잡고 성당으로 가던 내 모습이 지금도 떠오르네요ㅠ

    지금은 연로하셔서 움직이기도 힘든데
    병원 퇴원하고 우리 집으로 모셔서 3주 정도 간병했는데
    나를 이렇게 대우 할 거면 왜 데리고 왔냐고 지금까지도 소리 지르는 분 입니다.

    고등학교 때 어느 기억의 한 장면에서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아주 쓸모 없고 낮고 작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죠.

    부모가 자기 감정을 버럭하며 자식에게 쏟아부을 때
    아이가 어려서는 잘 몰라요.
    하지만 그 아이가 크고 힘이 생기고 경제력이 생기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갈 때
    그 부모는 자식으로 부터 그대로 되갚음을 당합니다.
    자식이 그렇게 하려고 맘 먹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겁니다.

    내 속이 썩는 게 낫지 자식을 썩게 만들지 마세요.
    그거 죄 짓는 겁니다.
    그 벌 원글님이 늙어서 받게 되는 거구요ㅠ

  • 7. ㅗㅗ
    '16.3.11 6:26 PM (211.36.xxx.71)

    못나셨네요..

  • 8. 저도 그렇게 당한 큰 딸
    '16.3.11 6:35 PM (1.234.xxx.187) - 삭제된댓글

    더 억울한 건 저 위에 님처럼 엄마가 옷 음식 뒷바라지는 완벽하게 해주시고 ;; 정서적으로 화풀이를 했거든요
    저 우울증 걸렸다가 상담 10년 받고 완치했고요그간의 맘고생 보는 눈 없고 자존감 낮아서 이상한 사람들에게 걸려 갖은 맘고생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더 억울한 건 밑에 애들한텐 안그랬는데 동생들도 엄마도 내가 이상하다고 합니다. 니들이 한 번 당해봐
    대학 때부턴 엄마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았는데 지금은 그냥 내인생 살려고요 괴로워도 자꾸자꾸 신경 끕니다
    저도 108배 갖은 프로그램 상담 안해본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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