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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자리에 기둥을 세운 집이라 했다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나는 당장 갈 곳이 없었으므로
무너진 방을 가로질러 뒤안으로 갔다
항아리 하나가 떠난 자들의 공명통이 되어 여울을 만들고 있었다
관 자리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던 일가는 어디로 갔을까?
한때 그들은 지붕을 얹어준 죽은 자를 위해
피붙이 제삿날에 밥 한 그릇 항아리 위에 올려놓았을 것도 같고
그 밥 그릇 위에 달빛 한 송이 앉았을 것도 같은데
지금은 항아리 혼자 구멍 뚫려
떨어지는 빗방울의 무게만큼
물을 조용히 흘러 보내고 있었다
산자와 죽은 자의 눈물이
하나가 되어 떠나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든
이 세상에 무덤 아닌 곳 없고
집 아닌 곳 없을지도
항아리 눈을 쓰다듬으려는 순간
이팝꽃이 내 어깨에 한 송이 툭 떨어졌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후두둑 그 집을 뛰쳐나갔다
비가 오는 날 내 방에 누우면
집이기도 하고
무덤이기도 해서
내 마음은 빈집
항아리 위에 정한수를 올려놓는다
- 지연,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
※ 2016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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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1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3/10/20160311grim.jpg
2016년 3월 11일 경향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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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34349.html
2016년 3월 11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4865669fc453495cb83d5a7197ffcaa2
기계에 소름 돋기에는 아직 이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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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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