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바둑 대국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데요. 이세돌이 완패할 것 같네요. 도저히 게임이 안 되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흑 잡고 대등하다면 7집 반 집차이인데, 이는 실력차가 상당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아니겠어요?
알파고.. 아주 영리해서 자기가 이길 것 같으면 안전한 길을 가고, 불리하면 승부를 띄우고 ... 사람이 (세계 최고의 프로기사들도) 못 찾는 상대의 헛점을 잡아내고 (알파고가 던진 102수째의 승부수 전에 KBS1 해설을 맡은 박정상 프로기사의 계가로는 이세돌이 약간 우세한 걸로 나왔는데, 바로 그 때 알파고는 우변에 침입하는 생각지 못한 그 한 수로 승부를 완전히 자신 쪽으로 돌려버렸네요.) .. 모든 경우를 수를 동원해도 그 한 수로 승부가 기울어 버리는 것 같아요. 각 착점마다 향후에 일어날 경우의 수들을 계산한 다음 최적의 수를 골라내 거기에 두고 ..
중반 이후에 특히 막판으로 갈수록 더 강한 것 같네요. 초반엔 돌이 얼마 안 놓여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알파고의 파워가 안 느껴지지만 돌 들이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에선 각 착점이후 생기는 변화를 모두 읽고 최선의 수를 찾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중반이후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 같네요.
바둑은 초반에 승부가 나는 법은 없고 중반 이후에 승부가 나는 건데 중반 이후가 너무 강해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 보여요.
초반 포석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차이는 미세하거든요. 중반에 전투를 치르며 차이가 나는 건데, 알파고는 중반 전투에서 자신이 싸워 이겨 우세를 점하면 그 우세를 끝까지 잘 유지할 것 같고, 자신이 져 약간의 집 차이가 나면 참아가면서 상대의 실책이 있는지 파악하면서 조금씩 만회하는 전법을 쓸 것 같고, 자신이 많이 지고 있는 것 같으면 아직 패배가 굳어지기 전의 적절한 시점에 승부수를 띄우는 등 최고의 승부사네요.
이세돌이 잘 해야 1: 4, 아니면 거의 확실하게 0: 5로 이세돌이 완패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바둑 보고 소름 끼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