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관전 포인트>
이번 4.13 총선은 어느 당을 중심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향후 20대 국회와 우리나라 정치, 나아가 대한민국의 방향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저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민주당이 몇 석을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민주당이 몇 석을 얻느냐에 따라 새누리당과 국민의 당의 운명도 결정된다고 생각하죠.
더민주당이 120석을 넘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도 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겨 독자적으로 개헌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200석을 넘겼다고 오만하게 자기 마음대로 개헌하면 국민들로부터 역풍을 맞게 되고, 차기 대선에서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굳이 현재의 대통령 중심제를 바꿀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개헌을 한다고 해도 대통령 중심제는 그대로 두고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정도이고, 실제 국민들은 개헌에 크게 관심도 없을 뿐아니라 국내외 사정이 개헌에 정력과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어 개헌의 동력이 없어 쉽지 않을 것이구요.
북한의 사정이 대단히 유동적이라 통일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개헌 후에 통일의 시기에 또 헌법을 손보는 이중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세를 얻게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굳이 200석을 넘겨 초거대 여당에 대한 부담만 지고 견제의 역풍이 부는, 실익도 없는 상황을 좋아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현존하는 상황이라 과반(150석)을 넘기는 것은 아무런 일도 못한 19대 국회를 보더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국회선진화법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법안처리가 가능한 180석(60%)이 의미가 있을 뿐이죠. 최악의 경우 과반이 깨지더라도 120석만 넘기면 국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죠. 120석이나 150석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오늘의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대한민국 국회죠.
이런 측면에서 더민주당의 최종 목표는 내심 120석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과반 150석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수치일 뿐아니라 120석과 비교해 아무런 실익이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괜히 국정에 대한 책임만 나누어 가지고 차기 대선에서 국민들의 견제심리만 더해줄 뿐입니다.
<더민주당의 목표는 120석>
더민주당의 입장에서의 최선은 120석을 넘기는 것입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19대와 같이 120석(40%)으로 얼마든지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다 국민의 당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당이 40석 이상을 가진다 하더라도(물론 현실성이 없지만) 실제적으로 국민의 당은 아무런 힘을 못씁니다. 40석 이상의 거대 제3당이 된다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더민주당에게 끌려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오히려 국민의 당이 2석만 되어도 더민주당이 119석이 되면(정의당, 무소속은 의석이 없다고 할 경우) 단 2석으로도 더민주당을 흔들 수 있죠. 119석의 제1 야당 더민주당은 1석이 부족해 국회선진화법의 마법을 활용할 수 없게 되어 국민의 당에게 러브콜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2석의 국민의 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되죠.
당연히 179석의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도 2석의 국민의 당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꼴이 됩니다. 2석으로 119석과 179석의 효과를 톡톡히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김종인의 통합 제안과 안철수의 되받아치기>
이런 측면에서 지난 주의 김종인의 야권 통합 제안과 이에 대한 안철수의 되받아치기를 이해해야 합니다.
김종인의 목적은 120석 이상 확보에 있지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나 개헌선 저지에 있지 않습니다. 통합을 제안하지만 속내는 통합이 아니라 수도권 야권 단일화 연대를 통해 어떻게든 120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죠. 통합은 안철수가 도저히 받을 수 없고 호남의 탈당파들도 실익이 없는 통합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회한 김종인이 모를 리 있겠습니까? 수도권 야권후보 단일화가 목표인 것이 이번 김종인의 야권 통합 제안입니다.
현 상황에서 115석이 예상된다면 수도권 야권연대로 10석을 더 확보하고 국민의 당에게 5석을 양보하더라도 120석을 넘기면 된다는 계산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120석을 넘기는 결과만 나오면 그 다음에는 국민의 당을 조지는 것은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누워서 떡 먹기가 됩니다. 국민의 당이 아무리 많은 의석을 얻더라도 더민주당이 헤게모니를 쥘 수 있고 국민의 당 흔들기로 야당 통합과 의원 빼오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차기 대선에서도 더민주당 주도로 야권을 통합해 더민주당의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드는 것 역시 간단해집니다.
이것이 김종인과 문재인의 밀약이며, 이번의 김종인의 통합 발언과 친노(강기정 등) 공천 탈락에 대해 문재인과 친노들이 가만히 있는 이유이지요.
그래도 명색이 서울의대 출신에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한 안철수인데, 아무리 정치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이런 김종인과 더민주당의 계산을 읽지 못할 리는 없습니다. 안철수가 이런 김종인의 속내를 간파하고 죽어도 통합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입니다.
안철수나 국민의 당 입장에서는 비록 10석 이하의 미니 정당이 된다 하더라도 더민주당이 120석을 가지지 못하면 국회에서도 힘을 쓸 수 있고, 차기 대선 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할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국민의 당이나 안철수의 목표는 국민의 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더민주당이 120석을 못 가지게 하는 것이 내부 목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민주당이 120석을 못 넘기고, <국민의 당 더민주당>의 의석이 120석을 넘기는 결과가 안철수와 국민의 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과입니다.
아마 국민의 당은 수도권에서 더민주당 후보의 낙선을 위한 총선전략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속내를 겉으로 내세우지 않고 운동권 정당과 만년 지는 야당을 비판하면서 통합과 연대를 반대하겠죠.
<김한길의 비열함>
국민의 당이 김종인의 통합 제안에 잠시 흔들렸던 것은 김한길이 통합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는 이런 김한길의 생각을 호남지역 국회의원 중심으로 한 탈당파들의 지원을 받아 의총을 통해 이틀만에 제압을 해 버렸죠.
김한길은 “집권 여당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 당의 입장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그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속내는 자기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에서 국회의원 한번 더 해먹기 위함이지요.
현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200석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비례대표 47석 중 절반이 넘는 24석을 차지한다고 해도 지역구에서 253석 중 176석을 차지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야당이 지역구에서 77석만 차지한다는 이야기인데, 호남 28석 중 순천의 이정현 빼고는 새누리당이 힘들다고 보면 야당(무소속 포함)이 호남에서 27석이 됩니다. 강원 8, 충청 27석 중에 1/3만 건져도 12석으로 호남/강원/충청에서만 야당이 39석이 되죠. 수도권 122석(서울 49, 경기 60, 인천 13) 중에 38석만 건져도 야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77명이 되고 새누리당은 176석이 됩니다. 아무리 야당이 죽을 쑨다고 해도 수도권 122석 중 38석만 당선되겠습니까? 38석이면 31% 밖에 안 되는데 이게 현실성이 있을까요? 수도권이 강원/충청보다도 더 야당이 죽을 쑨다는 이야기인데 20~30대 유권자의 지역별 상대적 비율이나 수도권의 호남 원적자의 비율로 볼 때 가능한 숫자가 아닙니다.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 저지를 내세우는 김한길의 주장은 그냥 명분용이라는 것이죠. 집권세력의 국회선진화법 무력화(180석) 저지를 내세우기에는 국회선진화법으로 19대에 더민주당이 깽판 친 것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으니 이를 내세우지도 못하고, 집권세력의 과반 확보(150석) 저지를 내세우는 것도 새누리당이 현재도 157석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명분용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해 김한길은 개헌선 확보 저지를 내세우긴 했는데 설득력이 없습니다.
김한길의 지역구인 광진갑은 새누리당 정학송, 더민주당 전혜숙, 국민의 당 김한길의 3자(3당) 대결 구도인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학송 1위, 전혜숙 2위이고 김한길은 3위로 당선은 커녕 3위라는 굴욕을 당할 위기에 있죠. 김한길이 왜 야권 통합에 매달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김한길의 야권 통합 주장이 얼마나 개인적 이해관계가 작용하는지 알 수 있죠.
김한길의 야권 통합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김한길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고, 또 하나는 더민주당과 김종인의 친노 세력(정청래 등)의 공천 배제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자신의 주장이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것을 보여주고, 친노 배제로 더민주당의 친노패권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 받음으로써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김한길이 이 두 가지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철새 정치인, 개인을 위해 당을 희생시키는 해당 행위자, 야당이나 우리 정치를 우선 하기보다 오로지 자신의 당선만을 목표로 하는 인간으로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