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아요 제가 건강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지 얼마되지 않아 일일이 밥하는것도 힘겨운 찰나
장에 갔다오는길에 앞집할매 마당 가마솥에 펄펄펄 나무때는 연기가 나더라고요
할매? 뭐 끊이임니꺼? 하니까 사우자슥이 설에 소빼간지를 택배로 짜다리 보냈더라
그래서 고으고 있다 아이가
시커먼 큰 가마솥에 하얀우윳빛깔로 고아질 곰국을 연상하면 너무 보고싶어서
할매 얼마나 고아졌는지 함보입시더 하니까
시커먼 장갑을 끼더니 가마솥뚜껑을 확 열어제끼는데
이야~~완전뾰얀 국물이 기름기 하나없이 우유보다 더 진하게 고아지고 있더라고요
할매 너무 맛있겠다 하니 할매가 어디 한그릇 무봐라 함써 플라스틱 바가지로 푹 담구길래
할매 다른바가지 없능교 아이고 내 미치것다 아이고 뭐 우때서
에라 모리것다 하고 할매가 곰국한그릇을 같이 마당에 대충 돌멩이 깔고 앉아 할매가 나무껼같은 굵은손으로
이런건 굵은소금을 넣어야 맛있다고 함써 툭툭 두번 뿌려주더니 함 마셔봐라 쥑인다
니같이 몸약하고 회복환자에겐 딱이다 어떻노 쥑이제 하길래 후후 불어가며 들이키고나니 등짝에 붙었던
배까죽이 벌떡 일어납디더
할매한테 너무 잘먹었다하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할매가 저녁에 냄비하나 들고오이라 곰국 좀 갖고 가라
알았제 하길래 알겠습니다 하고 집으로 와서 이런저런일하다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길래 누궁교 하니까 남편이 저 앞에 할맨가배 하길래
문을 여는 순간 세상에 할매가 무슨 시커먼고무바께스에 곰국을 가득담고 위에 덮지도 않고
그대로 한손으로 들고 현관문에 서 있는데 이건 뭐 소 여물 주는것도 아니고 미치고 환장 할뻔
했다 얼렁 받아라 뭐하노 니가 안와서 내가 이리 왔다 하길래 아이고 할마씨도 성질도 급하네
뭐하러 여기꺼정 갖다줍니꺼 내가 갈긴데,,하면서 곰국을 얼렁 받아서 따로 큰냄비에 부어놓고
할머니는 커피한잔 먹고는 가셨는데 마침 저녁머고있는시간이라 곰국을 다시 끊여서 남편한테
할매가 진하게 잘 고았던데 함 묵어볼랑교 하고 줬더니 남편이 곰국에 냄새를 맡더니
이거이거 치아라 나는 못묵것다 고무통 냄새나서 그라고 할매 어찌 그리 시근이 없노
덮지도 않고 고무바께스에 들고오면 어짜노 나는 안묵을란다
아이고 냄새도 안나거마는 참 코도 개코다 나는 맛만 좋네,,
요새 일주일째 이 곰국만 먹어요 좀 찜찜하긴 해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