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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앞집할매가 곰국을 주시는데..

ㅠㅠㅠ 조회수 : 4,585
작성일 : 2016-03-04 22:13:23

시골살아요 제가 건강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지 얼마되지 않아 일일이 밥하는것도 힘겨운 찰나

장에 갔다오는길에 앞집할매 마당 가마솥에 펄펄펄 나무때는 연기가 나더라고요

할매? 뭐 끊이임니꺼? 하니까 사우자슥이 설에 소빼간지를 택배로 짜다리 보냈더라

그래서 고으고 있다 아이가

시커먼 큰 가마솥에 하얀우윳빛깔로 고아질 곰국을  연상하면 너무 보고싶어서

할매 얼마나 고아졌는지 함보입시더 하니까

시커먼 장갑을 끼더니 가마솥뚜껑을 확 열어제끼는데


이야~~완전뾰얀 국물이 기름기 하나없이 우유보다 더 진하게 고아지고 있더라고요

할매 너무 맛있겠다 하니 할매가 어디 한그릇 무봐라 함써  플라스틱 바가지로 푹 담구길래

할매 다른바가지 없능교 아이고 내 미치것다 아이고 뭐 우때서

에라 모리것다 하고 할매가 곰국한그릇을 같이 마당에 대충 돌멩이 깔고 앉아 할매가 나무껼같은 굵은손으로

이런건 굵은소금을 넣어야 맛있다고 함써 툭툭 두번 뿌려주더니 함 마셔봐라 쥑인다

니같이 몸약하고 회복환자에겐 딱이다 어떻노 쥑이제 하길래 후후 불어가며 들이키고나니 등짝에 붙었던

배까죽이 벌떡 일어납디더

할매한테 너무 잘먹었다하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할매가 저녁에 냄비하나 들고오이라 곰국 좀 갖고 가라

알았제 하길래 알겠습니다 하고 집으로 와서 이런저런일하다가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길래 누궁교 하니까 남편이  저 앞에 할맨가배 하길래

문을 여는 순간 세상에 할매가 무슨 시커먼고무바께스에 곰국을 가득담고 위에 덮지도 않고

그대로 한손으로 들고 현관문에 서 있는데 이건 뭐 소 여물 주는것도 아니고 미치고 환장 할뻔

했다  얼렁 받아라 뭐하노 니가 안와서 내가 이리 왔다 하길래 아이고 할마씨도 성질도 급하네


뭐하러 여기꺼정 갖다줍니꺼 내가 갈긴데,,하면서 곰국을 얼렁 받아서 따로 큰냄비에 부어놓고

할머니는 커피한잔 먹고는 가셨는데 마침 저녁머고있는시간이라 곰국을 다시 끊여서 남편한테

할매가 진하게 잘 고았던데 함 묵어볼랑교 하고 줬더니 남편이 곰국에 냄새를 맡더니


이거이거 치아라 나는 못묵것다 고무통 냄새나서 그라고 할매 어찌 그리 시근이 없노

덮지도 않고 고무바께스에 들고오면 어짜노 나는 안묵을란다

아이고 냄새도 안나거마는 참 코도 개코다 나는 맛만 좋네,,

요새 일주일째 이 곰국만 먹어요 좀 찜찜하긴 해도 ㅋㅋ

IP : 221.167.xxx.125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3.4 10:21 PM (59.15.xxx.86)

    시골 인정이 철철 넘쳐요~~~
    맛있게 먹은 음식은 0칼로리라고...ㅋㅋ
    키톡에 써있던데...
    이런 사랑 넘치는 음식은 고무 바케스에 들었어도
    최고급 영양식입니다.

  • 2. 인정으로 먹어야죠
    '16.3.4 10:39 PM (118.32.xxx.208)

    시골인심, 그리고 할머니들이 주시는건 그냥 다 계산없이 먹어요. 물론 제가 먹을땐 사발면조차 사기그릇에 옮겨 먹지만요.

  • 3. ㅇㅇ
    '16.3.4 10:41 PM (58.145.xxx.34)

    인정이 넘치는 글..
    할머니 정으로 금방 회복하실 거에요~~

  • 4. 전성
    '16.3.4 10:55 PM (175.117.xxx.60)

    플라스틱 바가지,고무대야에 뜨거운 음식 담아 먹으면 암걸려요.물론 아시겠지만 건강 안좋다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마음만 받고 버리세요.해로워요.이 까짓거 하실지 모르지만 그런 게 쌓여 병이 나는겁니다.

  • 5. 마치 소설을 읽는듯한
    '16.3.4 11:05 PM (183.100.xxx.222)

    소설을 읽는듯한 글맵씨에요. 정겨운 시골정과 구수한 사투리가 정겹네요. 어느지역 사투리인가요?

  • 6. 미테
    '16.3.4 11:06 PM (59.9.xxx.49)

    아 ! 이웃 할머니의 정성은 고마운데...
    고무대야에 뜨거운 음식을... 어떻게 해? 난감...

  • 7. 숨은 팬
    '16.3.4 11:19 PM (110.70.xxx.245)

    생활 일기 같은 글이 참 구수하고 정감 가네요.
    가끔 글 올리시는 분 맞죠?
    한번도 빼놓지 않고 꼭 읽었는데 묘사가 참 리얼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와 장면장면 상황을 연상하기에 어렵지 안네요.
    투박한 듯 하지만 대단한 글 솜씨 대단하시고요,
    앞으로 자주 자주 올려 주세요.
    별 일 아닌 내용도 참 재밌게 읽혀지거든요~^^
    그리고 고정닉으로 하심 찿아 읽기 더 편할텐데
    어찌 안될까요?ㅎㅎ

  • 8. ...
    '16.3.5 12:19 AM (59.15.xxx.86)

    그 할매 건강하게 살아계시는걸 보니
    어쩌다 한 두번 얻어 먹어도 별 탈 없심더....ㅎㅎ
    완전 제 모국어 같은 경상도 사투리...

  • 9. 모아서 책내세요
    '16.3.5 12:33 AM (119.149.xxx.138)

    음식 수필류? 쿡방지고 쿡설뜨고^^

  • 10. 쓸개코
    '16.3.5 1:27 AM (14.53.xxx.167)

    원글님 어쩜 이리도 글을 구수하게 쓰셔요?^^

  • 11. zz
    '16.3.5 1:39 AM (121.130.xxx.134)

    아이고 시상에나~ 마음은 고맙지만
    그 아까운 걸 왜 고무통에 담아오실까... ㅠㅠ

    하긴 그 할머니가 스텐통에 담아오셨다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겠죠?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 12.
    '16.3.5 3:33 AM (112.140.xxx.220)

    마음만 받고 버리라니~~

    하룻저녁 담겨져있던것도 아니고..
    잠시 담겨질걸 버리라니 세상에

  • 13. 삼월은 젖먹이로세
    '16.3.5 8:27 AM (59.27.xxx.43) - 삭제된댓글

    고무통에담아온 곰국은 안습.
    원글님 글솜씨는 짱!!!!
    드라마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쓰셨네요.
    자주 글 올려 주셔요.

  • 14. 에휴
    '16.3.5 8:59 AM (59.17.xxx.48)

    정도 인심도 다 좋은데 나라도 고민 한바가지 할거 같아요 이걸 먹어 말아 하구...


    제발 고무 다라이나 바가지 좀 제발 쓰시지 말라구 에효....메주 담글때도 뜨거운 콩을 플라스틱 바가지로....

    두부 만들때도 ~

    생각만 해도 몸이 안좋아질거 같아요.

  • 15. ..
    '16.3.5 9:58 AM (211.253.xxx.253)

    저도 환경호르몬 정말 멀리하고
    집에 플라스틱 별로 없는데요.
    할머니가 주신 곰국...전 맛있게 먹겠습니다.
    할머니가 떠서 바로 갖다주셨을텐데요.
    잠깐 뜨거운 플라스틱에 담긴거 그냥 먹겠어요.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듬뿍 떠온 곰국이잖아요..

    그 마음이 감동을 일으켜서 플라스틱이고 뭐고..
    좋은 옆집분 두셨네요.
    물론 원글님도 같이 그러셨겠지요.
    빨리 나으시길~~

  • 16. 토지
    '16.3.5 11:06 AM (223.62.xxx.88)

    토지 한 대목을 읽은 것 같아요. 글 참 잘 쓰시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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