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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까치야- 네가 부럽다.

꺾은붓 조회수 : 639
작성일 : 2016-03-04 18:00:23


              까치야- 네가 부럽다.


  저 불쌍한 까치부부와 어미의 뱃속에 든 새끼(알)들은 어찌한단 말인가?

  지금 새 봄을 앞두고 산과 들의 나무 위에 까치집 짓기가 한창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전직전기기술자 출신(한전 근무)으로서 까치를 비롯한 조류들의 생태에 대하여는 깜깜합니다.

  하지만 어려서 촌마을 고향에서부터 까치들은 아주 친숙하게 지냈고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라 까치는 그냥 새가 아닌 친구같이 여겨집니다.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배낭에 물병 두서너 개 넣어가지고 집에서 1.5km쯤 떨어진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봉제산(해발 117m ; 전에 봉제산 기슭에 국군수도통합병원이 있을 때는 “통합병원 뒷산”으로 불렸음)에 올라 산을 한 바퀴 도는 아침운동을 하고 강서구청에서 그 기슭에 지하 200m에서 암반수를 끌어 올려 인근주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는 약수터에 들려 물을 길어가지고 옵니다.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운동으로서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알맞은 운동량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물 배낭을 걸머지고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전봇대 위와 건물옥상에 까치가 20여 마리 몰려 앉아 몸을 비틀며 길바닥을 바라다보면서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울음을 울고 있었습니다.

  까치의 울음소리래 봐야 “깍-깍!”하는 외 음절의 소리이지만 그날의 울음소리는 아주 특이했습니다.

  물론 “깍! 깍!”하는 단발마이지만 그건 평소에 듣던 까치울음소리가 아닌,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절규에 가까운 울음소리였습니다.

  그래서 까치들이 내려다보며 통곡을 하는 밑을 보니 아스팔트 위에 까치가 피투성이가 되어 납작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로드 킬”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까치 두 마리인가 세 마리가 사고를 당한 까치의 날개를 물고 어떻게든 그 까치를 살려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고, 위에서는 까치들이 이를 바라보며 피울음을 울며 아래에서 애쓰는 까치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상황이 일순간에 파악이 되었습니다.

  제가 부상당한 까치를 치료할 능력은 없고 부상당한 까치가 아직 숨이 멈추지를 않아 살릴 가능성이 0.01%라도 된다면 비닐봉지에 부상당한 까치를 담아가지고 봉제산 숲 사이에 갖다 놓으면 따라온 까치들이 그들 나름의 치료방법을 총동원하여 어떻게든 살려보게 하려고 납작 깔린 까치의 날개를 잡고 쳐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당한 까치는 이미 온 몸이 짓이겨져 날개를 잡아 올리자 몸이 산산조각으로 찢기는 것이었습니다.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길옆으로 밀어 놓았습니다.

  제가 죽은 까치를 살피는 동안 잠시 옆으로 비켜나 있던 까치들이 다시 달라붙어 죽은 까치의 날개를 물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 참!

  까치들도 저럴진대!

  그 때가 세월호 참사가 난지 1년이 가까워 오고 있을 때였습니다.

  세월호에서 수백 명의 학생과 국민이 시시각각 죽어갈 때 우리 정부와 해군과 해경은 어찌했습니까?

  다 아시는 내용이니 긴 설명 안 하겠습니다.

  다 죽은 다음에 시신 건져내는 게 전부였고, 아직까지도 9분의 시신은 용궁에 갇혀 밝은 세상 보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쩌면 우리는 까치만도 못한 짐승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양천구 신정동)에서 봉제산을 가려면 경인고속도로 위에 놓인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경인고속도로는 폭이 넓어 이 사이를 건너뛰는 전주는 콘크리트 전주가 아닌 아주 높은(16m이상)철관주가 육교 양옆에 설치되어 배전선로(22,900v)가 고속도로를 높이 횡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 높은 철관주위에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까치집”이라고 부르지만 실상 그건 까치집이 아니고 알을 낳아 까기 위한 부화장입니다.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산의 나무위에는 수많은 까치집이 있지만 까치는 한 번 알을 부화한 옛집은 다시 재사용을 하지 않고 봄마다 새로운 집(산란장)을 지어 부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철관주 밑에 삭은 나뭇가지들이 매우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까치들이 힘들게 나뭇가지를 물어다 건축자재를 너무 낭비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있다 보니 1/2쯤 공사가 진척되어 얽혀있던 까치집이 온데간데없고 그 밑 육교위에는 나무토막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습니다.

  까치집이 없어진 것과 육교위에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는 순간 까마득히 잊혔던 한전재직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까치와 전봇대 위의 까치집은 아주 상극입니다.

  전봇대 위에 까치집을 지으면 살아있는 22,90V의 특고압 전압선과 전주나 전주위에 설치된 철구류(완금이나 완철로 부름)가 전기적인 접촉을 하면 그 순간 폭음과 함께 전선이 녹아내리거나 단선이 되어 대규모 정전사고가 일어나고 까치집은 순식간에 불덩이가 됩니다.

  그런데 요새는 까치도 집을 튼튼하게 짓기 위해 건축자재로 철근을 쓰는지 까치집 헐은 것을 보면 나뭇가지뿐 아니라 철사토막도 간혹 끼어 있습니다.  그러니 사고가 더 잘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전에서는 봄철 까치집을 지을 무렵이면 비상이 걸립니다.

  전봇대 위에 까치집을 짓는 것을 보면 반드시 이를 철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쇠고집”이란 말이 있지만 아무리 고집이 센 소라도 까치의 고집은 따르지를 못 합니다.

  아무리 철거를 하고 또 철거를 해도 한번 작정했던 전봇대 위에 끝까지 다시금 집을 짓습니다.

  재직시절 까치집을 철거하는 직원들로부터 들은 까치의 고집이고, 그때 저도 길을 지나며 그런 장명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그 기억이 다시 떠올라 철관주 위를 바라다보았더니 까치 한 마리가 나뭇가지 하나를 물고와 무허가라고 말끔히 철거된 철관주 위에 다시 까치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한전에서 이를 다시 철거할 것입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제가 까치들에게 매우 위험하니 전봇대(철관주)위에 집을 짓지 말고 봉제산 나무꼭대기에 집을 지으라고 일러줄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사정을 다 알면서 한전에 전화해서 후배들에게 비록 무허가일망정 어디어디 까치집은 철거를 하지 말고 봐주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잘 모르지만 그 까치부부는 올해 유산을 하고 어미 뱃속에 들었던 알은 세상구경 못 하고 어미뱃속에서 까치의 일생을 마칠 것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아니 단군할아버지 자손인 8천만 배달겨레의 운명이 전봇대 위에 까치집을 짓는 까치부부와 그 어미 뱃속에 든 까치 알 보다 나을 게 있습니까?

  북에서는 핵폭탄 날려 보내 한 방에 잿더미를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남에서는 사드와 패트리어트 우산을 쓸 테니 해볼 테면 해 보라고 맞장구를 치며 네가 한 대 때리면 나는 백대 때리겠다고 하고 나오고.

 그나마 한 가닥 숨통이던 개성공단의 문마저 걸어 잠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서로 네가 잘못 했느니 내가 잘못 했느니 따져볼 수도 없고.

   한반도는 비좁다고 태평양 건너 유엔에까지 건너가서 형제가 세계인이 다 쳐다보는 앞에서 서로 멱살과 머리칼을 휘어잡고 데굴데굴 굴러대며 쌈 박 질을 하고 있으니......

  이거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지금 우리의 운명이 전봇대 위에 집을 짓는 까치가족보다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전봇대 위가 아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무위에 터를 잡은 까치들은 부부가 사랑도 하고, 알도 낳고, 알토란같은 새끼를 부화시켜 까치의 역사를 계속할 것입니다.

  헌데 우리겨레는 어떻습니까?

  김무성인가 누가 “한 방에 훅- 간다!”고 했는데, 참말로 잘못 하다가는 우리겨레 한 방에 훅- 하고 갈 수도 있습니다.

  왜 형제간에 너 살고 나 살자고 안하고, 너 죽고 나 죽자 고만 한단 말입니까?

  지금쯤 현해탄 건너에서는 왜구들이 훈도시 밑자락을 양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요시!”하고 손바닥에 침을 뱉어 비비며 한반도에서 “훅-!” 소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까치야- 네가 부럽다.

IP : 119.149.xxx.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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