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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공감 능력 떨어지는 부모님과 우울함

공감 조회수 : 7,076
작성일 : 2016-02-29 22:18:53

엄마는 장남에게 시집와서 시동생 시부모 건사하느라 늘 힘들고 바빴어요. 아빠가 버는 돈이 지금 제 월급 수준도 안 되었을텐데 그 돈으로 대가족이 먹고 살아야 했으니. 나중에 삼촌들이 결혼하고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땐 많이 나아졌는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해야 되는 일들이 아주 많았어요. 제사도 매년 10 번 가까이 지내야 했고.

엄마는 제 감정에 별로 신경 써 주질 못했어요. 항상 책임감 있고 사교적이긴 했지만 그건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수준이었고, 거기 너무 바빠서 겉으로 보이는 것이 평온하면 그냥 오케이. 지금 생각하면 본인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열심히 해서 늘 감정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좀 비관적이고 시니컬한 면도 있었어요. 집안의 존경받는 맏며느리였어요. 아빠는 보수적이고 말이 없는 편인데다 거의 항상 직장에 나가서 바빴어요. 기본적으론 딸바보이긴 한데, 말이 잘 안 통한달까. 거침없이 하이킥 이순재가 꼭 우리 아빠 같아요. 삼촌, 고모, 할머니가 계셔서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시긴 했지만 다 채워지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지금도 삼촌 숙모 사촌들까지 드물게 다들 사이 좋고 화목한 집안이긴 해요.

가끔씩 마음이 우울하고,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모님은 연세도 많고 자세한 얘긴 걱정할까봐 못 하고. 직장에 선배들이 있는데 그 중에 이해 관계가 없는 스승에게 가끔 고민을 얘길 하곤 해요. 아빠같은 분이거든요. 하지만 언제나 그럴 수도 없고,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요즘 여러 일들이 있는데, 정리가 잘 안 되고, 거기 제 묵은 문제들도 쏟아져 나와서 아주 복잡합니다. 


어딘가에서 최근에 읽은 글 중에, 말이 통하고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파트너로 구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인가 보라고 하더군요. 좋을 때 좋은 사람이 되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인간의 기본이 제대로 된 사람, 주변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어요. 제 주변에 아주 드물게 그런 사람이 있어요. 저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저도 부모님처럼 너무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느라고 하고 싶은 일을 잘 못 찾겠어요.


IP : 118.32.xxx.113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2.29 10:24 PM (222.235.xxx.177)

    의존해서 살아갈 수 없어요
    결국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되어야 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좋은사람과 결혼하면 마음이 안정되지만 내문제는 그대로 더라구요 ..

  • 2. 벼리벼리
    '16.2.29 10:28 PM (175.119.xxx.215)

    윗님 말씀이 주옥같네요

  • 3. 혼자사는게인생
    '16.2.29 10:29 PM (203.226.xxx.57)

    님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정말 힘드셨겠다 싶어요.
    외부의 시선으로는 모자람없는 엄마밑에서 자란것 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텅텅 빈 감정의 창고를 감추며 살아야 했었을테니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 위해선 사랑을 먼저 받아본 경험이 있어야 하지요..
    그래도 삼촌 고모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니 불행 중 다행 아닌가 싶어요.
    작은 씨앗이지만 가슴 어딘가에 뿌려져 있는 사랑이 있을거 같아요. 여기에 이런 고민의 글을 올리는 것만 봐도 말이죠.
    아무런 어려움없이 자라 평탄하게 살아가는 삶보다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사람의 행복감이 더 크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미리 걱정하지 마시고 살짝 루즈하게 살아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같이 힘내요. 저는 원글님보다 훨씬 .. 말도 안되는 엄마 밑에서 두들겨 맞으며 자란 사람입니다. 결혼도 싫다는거 억지로 시켰어요. ^^;;

  • 4. 쓸모없는 일들을
    '16.2.29 10:30 PM (115.41.xxx.181)

    가지치기하듯 잘라내시고 정리하셔야해요.

    중요한일들을 잘하기위해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알려면

    쓸모없는 인간관계부터 정리하세요.
    시간을 꽉채워서 하루를 살아내는게 아니고
    시간을 헐렁하게 비워둬야

    중요한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수 있습니다.

    다른사람일들에 너무 많이 연결되어있으면
    어려운 문제를 풀수있는 집중력이 생겨나거나
    문제해결능력이 자라날틈이 없답니다.

    어려운 문제 있을때 사람의 도움보단
    발벗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집착만이 열쇠입니다.

  • 5. ㅇㅇ
    '16.2.29 10:40 PM (125.191.xxx.99)

    곱게 자란느낌이네요. 대박 힘들게 자라면 완전 씩씩하고 용감하고 독립적으로 되던데
    님이나 저나 복에 겨워서 부모탓 환경탓 성격탓 배우자탓 마지막엔 자식탓....
    반성합시다.

  • 6. 아이구
    '16.2.29 11:09 PM (120.16.xxx.122)

    20살 넘어서 부모님 같이 살기 힘들면 고시원이라도 구해 나가 따로 사세요.

  • 7. ....
    '16.2.29 11:42 PM (118.32.xxx.113)

    저 독립한 전문직이고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서 진로 결정을 혼자 해왔어요. 정서적 독립을 너무 어려서부터 강제로 하게 된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쓴 글인데요. 의존을 어려서부터 못 해서 아직도 그 욕구가 해소가 안 된 것 같다구요.

  • 8. ..
    '16.3.1 12:10 AM (116.124.xxx.192) - 삭제된댓글

    명상, 사색을 통해 부모님을 이해해야 하더라구요. 오랜 시간 동안요..
    부모님들은 장남의 도리, 맏며느리의 도리 하기도 벅찬 시기에 부모 도리 까지 해야 했으니,
    한 인간으로서 과부하였을 거에요.
    한국 사회가 도리가 많다 보니,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것 같아요.
    도리는 생존을 위한 장치이고,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을 위한 장치죠.
    도리를 하지 못하면 사회적 비난과 스스로에 대한 비난으로 고통을 받지요.
    우선 고통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우선적으로 하게 되고, 그 와중에 행복은 후순위로 밀리는 거죠.
    오랜 시간 부모의 인생을 생각하고, 또 부모님을 관심있게 지켜 보고, 그 또래분들을 지켜 보면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아버지의 부족분, 어머니의 부족분은 성인이 된 후라도 채우고 싶어해요.
    그 부분은 그 비슷한 성질의 것으로 밖에 채워지지 않는 듯 해요.
    아버지로부터 삶의 지침을, 어머니로부터 일상의 감정적 공감을 받지 못하면 그 구멍은 빈 채로 평생 가는 거죠.




    햇님달님



    햇님은 세상을 키우지만

    그를 쳐다볼 수는 없게 한다.

    10분만 쳐다봐도

    시력을 잃어 눈이 멀게 된다.



    햇님은

    마치 아버지 같다.

    아버지는 우리를 키우지만

    두눈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우리도 햇님처럼 아버지처럼

    열심히 키우는법을 배운다.



    달님은 바다를 움직이지만

    바라보는 내 마음도 움직인다.

    달님을 10분만 쳐다봐도

    마음은 안정을 찾아 평화를 얻게 된다.

    달님에게는 속마음도 얘기하고 싶어

    자꾸 말을 걸게 된다.



    달님은

    마치 어머니 같다.

    어머니는 집안을 움직이지만

    내 마음도 움직인다.

    엄마를 바라만봐도

    마음은 안정과 평화를 찾는다.

    엄마에게는 속마음을 얘기하려고

    자꾸 말을 걸게 된다.

  • 9. 엄마와
    '16.3.1 12:12 AM (124.54.xxx.150)

    감정적 교감을 못한거는 평생을 가는것같아요.세상 어느누군가에게는 그런 공감받고싶어 헤매는듯.그걸 내자신이 자신에게 해줄수있어야 끝나는 우울.

  • 10. ..
    '16.3.1 12:25 AM (116.124.xxx.192)

    저는 성인들이 신을 찾는 이유가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아버지..라고 부르고,
    성모 마리아..가 등장 하잖아요.
    하느님이라는 아버지로부터 길을 찾고 싶어하고,
    성모라는 어머니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얻고 싶어한다고 봐요.
    신들과 추앙하는 인물을 통해 부모님에게 미처 받지 못한 부족분을 성인이 된 후에라도 받는 거죠..

  • 11. ..
    '16.3.1 12:33 AM (112.148.xxx.2)

    댓글들 주옥같네요

  • 12. ..
    '16.3.1 12:34 AM (222.235.xxx.177)

    오은영박사님 강의에서, 어릴적 충족되지 못한 사랑 만큼 불안으로 남는거라고 그걸 먼저 인정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부모를 매몰차게 객관화시키는 과정을 사춘기때 하지 않고 계속 속으로 참으면서 지내면 후에 자녀를 키우든 자신이 살아가든 늘 불안하다구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의 독립이 필요한거 같아요 원글님은 이미 자신을 반추하고 자신의 불안을 인정하기 시작하셨으니까 이제 극복해 나가기 위한 한 발을 내디디신 거 같아요 저는 한번 나를 위해서 용기를 내 봤어요 부끄러운 짓도 해봤고 뭐랄까 남보다 내가 소중하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해보고 ㅎㅎ 부끄러운 고백도 해보고 별짓 다 해보고

  • 13. ...
    '16.3.1 2:22 AM (59.12.xxx.237)

    많이공감되네요.공감능력 ㅠㅠ

  • 14. ..
    '16.3.1 10:16 AM (222.121.xxx.83)

    저도 님처럼 바쁜 부모님들 아래서 정서적 공감받지 못하고 자랐는데요. 애 낳아보니 부모님이 얼마나 잘해주신 건지 알게 됐어요 ㅋ 모성애라는게 애 낳는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던데...힘드셨을 텐데 버리지 않고 그저 재우고 먹여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더라구요. 사람이 내 몸 하나 힘들고 부대끼면 자식도 눈에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도 사람이고 심리학적 교육학적 지식도 없는 보통 사람이 결핍 없이 자식을 심적으로 보살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 15. oo
    '16.3.1 2:47 PM (121.200.xxx.121)

    자식을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것은 아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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