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남다른 감성을 가진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 아이가 밀양사건을 뒤늦게 알고는 관련자의 페북을 다 뒤지고 밤새 울었답니다.
방학이 되면 아무일 없었단 듯 편히 살고 있는 철면피 관련자들을 찾아
전부 죽이고 자신이 감옥에 가버릴까 한다고 해 제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저희 아들 둘. 남다른 공감 능력과 예민함, 명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감성적이라 늘 걱정입니다.
큰 아이는 마치 20세기 초의 모던 보이같습니다.
김구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고, 지는 싸움인 줄 알면서 죽음을 향해 장렬하게 걸어들어간애국지사들을 동경하며
이기는 편에서 약삭빠르게 사는 자들을 경멸하며,
백석의 시와 김수영, 김승옥, 기형도의 글을 사랑하고, 김윤식, 김현의 평론을 좋아하고,
예이츠와 블레이크의 시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위로를 받는.
러시아 문학에 묘사된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인간의 죄와 벌, 양심의 문제, 세상을 어떻게 정의롭게 바꿀까
이런 데에 지나치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나 독일과 같이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이루어 지지 않은 우리 역사에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관련 자료를 모아 소설을 쓰고 싶다고 틈틈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윤식교수가 자신의 글을 평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죠.
유학을 가서 공부하는 모습도 요즘 아이들이 아니라 마치 구한말 서재필 선생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늘 결연하고 장엄하기까지 하지요.
세종의 사람을 살리는 정치, 고노무현의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삶을 케네디의 패기와 닮았다고 존경합니다.
젊은데 왜 다들 패기가 없을까? 엄마 오래사는 건 중요하지 않아.
공부도 외국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공부를 도전해서 하고 있습니다.
둘째 역시 비슷합니다.큰 아이보다는 좀 더 냉철하고 분석적이죠. 두뇌회전이나 공부에 대한 재능은 큰애보다 크구요.
고등학생인데 좋아하는 가수가 한대수입니다.
두 녀석은 어릴 때 소풍을 보내면 용돈을 거리의 행상이나 거지에게 다 주고 자신들은 쫄쫄 굶고 돌아오기 일쑤고,
치킨집에서 닭을 사면 차에서 장작구이 통닭 두마리를 6천원에 파는 아저씨 앞을 차마 지나가지 못해
늘 길을 돌아가야 했고
그런 두 아들의 엄마노릇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세상은 빠르고 계산적인데 저희 두 아들은 아날로그 세대를 사는 아이들입니다.
둘은 너무 친해서 늘 논쟁하고 밤새 이야기하기를 즐기지요.
저희집 안에서 저희는 행복합니다만..
바깥 세상을 바라보며 많이 아프고 마음을 앓는 두 아들이 늘 걱정입니다.
자신들이 너무 행복해서, 혜택받고 살고 있는 것에 늘 미안해 합니다.
조금만 무심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