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볼 이야기가 많아 sns에서 읽은 글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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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는 시간을 지연하기 위한 행위인 것은 맞지만 기록 경신을 위한 경기가 아니다. 많은 언론들이 김광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록을 깼네, 은수미 의원이 대한민국 헌정 이래로 최장시간의 필리버스터를 했다는 속보를 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은 필리버스터가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과 다르게 상정된 법안 내용과 다른 내용의 발언을 할 수가 없다. 미국 의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전화번호부를 읽거나 요리책을 꺼내서 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20시간을 훌쩍 넘는 필리버스터를 하기도 한다(관련있는 얘기만 미친듯이 얘기하는 의원도 있다. 물론 영어로..).
하지만 김광진, 은수미 의원은 오로지 테러방지법과 관련된 얘기만으로 자신의 발언시간을 채웠다. 김광진 의원은 국방위원회 4년, 정보위원회 2년의 의정활동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발언이었다. 이제는 연륜마저 느껴지는 발언에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은수미 의원은 오랜 사회학 연구자이자 노동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답게 테러방지법의 사회적 위험과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가폭력인 고문의 피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고 군인의 길을 걸었던 자신의 부친 얘기를 하면서 '애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도 하였다.
두 의원의 발언을 모두 듣지는 못하고 띄엄띄엄 각각 두 시간 정도씩 들었는데 정말 이렇게 테러방지법과 관련있는 얘기들만 그 오랜 시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정의당의 박원석 의원이다. 그는 이미 알려진 토론의 달인이자 프로필을 보면 홍콩대 인권법 석사를 했다. 아마도 오늘(24일) 안에 자신의 발언을 끝낼 생각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김광진, 은수미 그리고 박원석 의원 세 명 모두 비례대표라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 비례대표 줄이기가 왜 정치발전에 반동적 행위인지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의정활동과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새누리당 비례대표 중 하나는 자신이 치료한 성폭력 피해자 이름을 버젓이 달고 지역구에 출마했지만서도..).
섣부른 예상이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의회정치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다른 시선을 선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종편을 보면서 덩달아 같이 야당을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야당 지지자였으나 실망한 사람, 기존 정당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사람, 의회정치를 혐오하던 사람, 사회운동을 하면서 반정치적이던 사람들은 이번 의회 내 논의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면서 의회정치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존 정당을 비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의 방식으로 얘기하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유능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 새롭게 의회로 편입된 신진 정치엘리트들이 의회정치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어쩌면 1987년 체제 이후 대한민국의 의회정치는 그런 작은 희망의 불빛을 보면서 생명을 연장하며 쫓아왔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지금 보이는 이 작은 희망의 불빛을 더 크게 키울 것인지 희망의 불빛으로 비춰지지 않는 어둠과 함께 새로운 체제를 만들 것인지 말이다.
나는 선택했다.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