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 아이의 나이 10살...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 문득 제 나이 10살이던 그 시절 기억이
오버랩되어 스쳐 지나 갑니다.
사업하던 아빠가 사기죄에 연루되어 교도소에 간 후, 좁은 지역에 장사하기 부끄럽다며
다방을 차려 타지역으로 떠나신 엄마.
곧 같이 살던 고모들도 살길 찾아 떠나고, 친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돈을 번다며 집을 떠나가셨습니다.
삼남매 중 많이 어렸던 남동생은 외가에 맡겨지고 남은건 오직 12살 언니와 10살 된 저 뿐.
일하는 엄마 아빠의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외가에 맡겨 길러진 나와 줄 곧 본가 식구들과
자란 언니는 크게 공감대도 없었고 성격도 많이 달랐습니다.
즉흥적이고 다혈질인 성격을 친탁한 언니와 생각이 깊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성격의 외탁을 한 저.
안그래도 12세 한창 사춘기인 언니는 보호자가 없는 환경에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밖으로 돌며 비행을 일삼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10살의 어린 저는 쓰레기통 같은 집에서 그야말로 거지처럼 혼자 없는 반찬에
밥 끓여 먹으며 도시락도 못싸가고 양말도 속옷도 갈아입지 않은 더러운 아이로 그나마 일등의 성적을 유지하며
무시 받지 않는 아슬아슬한 학창시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 언니는 종종 집에 들어와 저에게 폭력을 일삼았고 때때로 이웃집에서 돈을 빌려오라며
부끄러워하는 저를 겁에 질려 시키는대로 하게 하였습니다.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며 위협했지요.
어렸어도 자존심이 셌던 저는 그런 상황이 무척이나 모욕적이었습니다.
그러기를 2년여...... 아빠는 석방되셨고 , 엄마도 우리가 살던 지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겪던 14세 언니는 엄마에게 사납게 반항하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지려고 했었고,
두살차이 나던 저는 그저 부모님이 돌아왔다는 기쁨에 더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초등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하였습니다.
중고등 시절... 그나마 몸이 커지고 힘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언니가 그간 저에게 했던 폭력과 모욕적인 행동에 대한 대가로 언니가 하는 모든 행동을 무시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갈 무렵이 되었을 즈음... 저는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특수한 학과를 지망 했었고, 그 뒷바라지를 책임지고 싶어하는 언니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의 상처에서 언니와 엄마 아빠가 했던 실수의 모든 것들은 묻혀 지는 듯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결혼 후 10년째
며칠 전 독감이 심하게 걸려 비몽사몽 중이던 그 때, 타미플루까지 먹은 상태에서
받은 언니의 전화에서 모든것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언니가 언니의 아이를 걱정하는 사소한 전화에서 제가 과거에 언니가 나한테 한 행동을 기억하냐며 화를 내었고
언니는 어쩜 그런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냐고......저에 대해 실망했다고
저 때문에 상처 받아 다시는 저를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는 그 날 제가 언니에게 뭐라고 말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한 이야기 이니 미안하다 ..언니가 이해해라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받은 상처는 제가 더 컸고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식 없는 와중에 그 기억을 떠올려 터뜨린 제 자신이 불쌍합니다 .
그동안 한번도 표현 한 적 없고 그저 속으로 삭이기만 했던 저의 마음.
지금도 집 물려준 큰 딸과 막내 아들보다 아무것도 물려받지 않은 제가 제일 자랑 스럽다는 부모님 말씀이 씁쓸하게 들리기만 하는 제가 못된 년인가요?
그저 어리던 시절 했던 똑똑하고 훌륭한 남편 만나라는 부모님의 말을 지키기 위해
sky가려고 미친 듯 애써서 스펙 쌓고 매력있지는 않지만 부모님 성에차는 10살 많은 능력있는 전문직 남편 만나서
좋은 육아용품과 책 형제 자매에게 물려주는 제가 바보인가요?
언니는 이렇게 나쁜기억 여전히 가지고 엄마와 아빠 언니를 괴롭게 하는 저와
인연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인연 끊고 지내자고 합니다
저는 몇십년만에 울컥해서 떠올린 제 감정을 이해해 달라며 미안하다고 화 풀라고 하는 중이구요
사실 친정 식구들 저에겐 걸림돌 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시댁에서 해외 파견이나 거주 등등 때때로 큰 돈 들어갈 때 보태주시면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 표현 안하는 것이 고맙기도 합니다.
며칠 후 남동생의 집들이에서 언니가 제 얼굴 보기가 불편하다고 하는데 가야할지 말아야 할 지 고민 입니다.
인생을 잘 못 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네요
어찌 해야 할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