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내리 사랑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를만큼 제게는 오히려 제가 거구로 엄마의 감정과 비위를
챙겨주고 눈치보고 또 엄마가 할 일도 대신해주어야 했던 모녀 관계였어요.
그래서 사람이 악해서 그런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자랄 때 미성년인 저나 동생의
바람막이가 되주지 못했던 분이었고 그게 지금까지도 제가 명문대를 나오고 가방 끈이
아주 긺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정도로 부모로서의
역할보다는 미성년인 자식이 거꾸로 엄마의 기분을 살펴야 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젠 안 계세요. 그래도 열심히 그 비위를 맞추어 주었기 때문에 내가 혹시 나중에 뭔가
남보기에 이유도 없이 복을 받는다면 그건 어린 내가 부모한테 잘했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했다고 생각해서 돌아가시면 아무런 회한도 아쉬움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백화점을 돌다가 여성복 코너를 돌면서 보니까 과거에 엄마가 살아 있었더라면
좋아했을 거 같은 그래서 제가 샀음직한 옷들이 있는 걸 봤어요. 그걸 보니
엄마생각이 나면서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고 내가 그런 옷을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하게 서글프기도 하고 예전엔 그것도 힘든 일이었는데 이젠
엄마가 있는 곳으로 나도 가겠구나 그 생각이 들어요.
너무 비약이죠? 생전에 그렇게 좋았고 그래서 다시 보고 싶고 그런 엄마도 아닌데도 그냥 나도
그곳으로 가겠구나 싶은게 갑자기 옛날에 노인들이 죽을 때 쯤에 죽음을 두렵게 여기기 보다 생전에
보던 자기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걸로 생각하던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죽음이 두렵다기 보다 그냥
먼저 가 있는 가족들 다시 재회하는 거라면 두렵지 않게 여기고 죽음을 맞았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먼저 가 있는 엄마를 만난다 그런 생각이 들던데 이게 나이가 들고 죽음에 좀 더
가까워진 사람이라면 하게 되는 생각일까요?
이름 오타는 수정이 안 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