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평생 살면서 가장 더러웠던 기억

슝이맘 조회수 : 1,393
작성일 : 2016-02-16 22:51:54
가장 더러운 집에 대한 질문에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베댓 오른 것 보고 남겨 봅니다.
자게 애독자이지만 사는 게 바빠서 제 글 직접 쓰는 건 처음입니다.

응사 시절 대학생이었습니다.
전꼴통이 광주학살 쿠데타로 집권하며 과외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대학생들이 알바할 길이 없어지는 바람에...

푼 돈도 안 되는 알바를 아무리 해도 등록금 마련하기 힘들던 시절.
지방에서 온 친구가 자기가 세든 집 주인 아줌마가 파출 알바 구한다고,
"해볼래? 근데 좀 더러울거야" 하더라구요.

물론 저 역시 시골 출신.
부모님이 어렵사리 나름 귀하게 키운 딸자식으로
손끝에 물 한 번 안 묻히고 서울로 유학왔지만
지금처럼 당시도 등록금이 워낙 고액인지라 
조금이나마 부모님을 도우겠단 생각에 친구의 알바 제안을 받아 들였고...

생애 첨이자 끝으로 일일 파출부 일을 했더랬지요.
정확히는 그 집에서 딱 삼일간.

H대 미대를 졸업했는데 친구가 세든 집은 
극동방송국 바로 길 건너편 주택가로,
차도 맨 앞 주택가 첫 번째 골목길 5번째 슬라브 2층 양옥집. 
물론 지금은 근사한 리모델링 식당으로 바뀌었지만 그쪽을 지나칠 적마다
그 더러웠던 아줌마와 집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그 집 크기에 걸맞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원 겸 마당이 있었던 집이고
미대생에게 세를 준 것으로 볼 때 원래 깨끗한 집은 아니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오전 10시에 갔더니 생각이라도 해주는 척 설거지만 하면 된다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40대 초반 정도의 아줌마였으나
당시 대학 새내기의 시각으로 봤을 땐 홈 드레스를 걸친
딱 응팔 스타일의 후덕한 퍼머 아줌마였고 그 지시에 따라 
주방으로 간 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살다 살다가 첨 본 광경.
당시 꽤 사는 집 양옥 건축 양식처럼 타일로 꾸민 주방이었는데
개수대에 설거지 그릇이 산더미...
냄비란 냄비, 솥이란 솥도 모두 다 밥하고 뭔가를 끓인지가 오래 되어
곰팡이가 다 피고, 개수대 그릇들도 모두 물에 한참을 불려야
씻을 수 있었던...

냉장고 안에도 뭐 별 식자재가 없는 건 고사하고
그나마 뭐 좀 있는 것도 곰팡이 곰팡이,
생각만 해도 토 쏠리는 그런 집. 좀 더 집 안을 살필 여유가 있었다면
아마 화장실도 마찬가지,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여자가 설거지만 하면 된다 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고,
당연히 그날 시간 될 때까지 했어도 주방 정리를 다 못하고 끝냈고...

그 꼴을 보고는 둘째 날은 안 갔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때가 등록 기간이라 이틀만 더 참자! 하고 가서는
이틀 간 빨래 빨래 손빨래 원없이 하고 왔습니다.
그 집에 있던 장농 안에 옷이란 옷은 모두 나왔던 듯...
이불 빨래 포함. (당시에는 세탁기가 귀한 시대였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녀가 파출부 사무실에 사람을 안 부른 게 아니고
못 부른 것이고 그 집에도 아무도 오지 않기에
세준 대학생에게 친구 있음 알바 도우미하라고 했던 거였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기에 순진하게 푼 돈 받자고 그 일을 하고 왔네요.

수십 년이 흘렀지만 두고 두고 잊을 수 없는 그 날 그 집에 대한 기억.
그 아줌마는 저장강박 장애자는 분명 아니었고,
청결에 대한 관념 자체가 뇌에 아예 없는, 
걍 딱 무지하게 게으른 여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필시 며느리에게 '더러운 시엄니' 괄시를 당하고 있을 듯... 







IP : 218.149.xxx.2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 정도는 돼야
    '16.2.17 12:50 AM (112.184.xxx.72) - 삭제된댓글

    님 들을 읽으며서 마구마구 그 집구석 그림이 그려집니다.

    게으르고 성품 더런 여자일겁니다.
    그러니 세든 어린 학생 친구를 그렇게 푼돈에 부려먹었겠지요.

  • 2. 이 정도는 돼야
    '16.2.17 12:53 AM (112.184.xxx.72)

    님 글을 읽으면서 마구마구 그 집구석 그림이 그려집니다.

    집주인 그 여자 아마도 무진장 게으르고 성품 사악한 여자일겁니다.
    빙그레 썅년처럼 웃으면서 뒷통수에 칼 꼽는 ..

    그러니 세든 어린 학생 친구를 그렇게 푼돈에 부려먹었겠지요. 일 없는척 선심쓰는척 하면서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1795 인사도 안 받는 의사 40 ㅁㅁ 2016/06/30 6,971
571794 서민에겐 가혹, 부자에겐 너그러운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5 ㅇㅇㅇ 2016/06/30 1,196
571793 콘텍트렌즈 해외 직구 금지법 8 직구 금지 2016/06/30 2,675
571792 립스틱때문에 입술이 엉망이에요 3 네네 2016/06/30 1,668
571791 학원비 몇일 늦게 나면 싫어할까요? 10 .. 2016/06/30 2,348
571790 수학진도 관련 도움부탁드립니다. 1 수학 2016/06/30 675
571789 위궤양에 좋은 죽이 있을까요. 13 ss 2016/06/30 5,129
571788 꾸리꾸리한 울 강아지 냄새.. 10 ㅇㅇ 2016/06/30 2,199
571787 귀밑이 바늘찌르는듯 아픈데 병원가야하나요? 6 짜증 2016/06/30 2,778
571786 타이어문의 1 비비 2016/06/30 487
571785 자동차세 오늘까지입니다. 납부하세요~ 16 말일 2016/06/30 2,510
571784 욕실 배수구막힘 4 2016/06/30 3,278
571783 성수기 항공권, 기다려 볼까요? 9 생애첫여행 2016/06/30 1,575
571782 딸래미가 유치원 남자친구가 자기 생일에 놀러오기로 했다면서 7 아귀요미 2016/06/30 1,508
571781 screen채널에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영화하네요 5 .. 2016/06/30 1,561
571780 부잣집 아들들 직업이 10 ㅇㅇ 2016/06/30 6,838
571779 mbc 아침드라마에서 촌수 호칭이 이상해요 2 이상한 촌수.. 2016/06/30 1,055
571778 분양받은 강아지가 심하게 버릇이 없어요 ㅠㅠ 28 ㅇㅇ 2016/06/30 5,644
571777 코스트코 스프레이 앤 와시 이제 안팔죠? 2 재봉맘 2016/06/30 1,216
571776 78세어머니 유방암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10 자문 2016/06/30 2,611
571775 삼성 갤럭시 앱 밀크요 지영 2016/06/30 471
571774 바닥 뽀송뽀송하게 닦는법좀... 6 ... 2016/06/30 3,463
571773 자두 한박스를 선물 받았는데... 5 상쾌한 아침.. 2016/06/30 1,781
571772 친구가 제가하는 배려가 배려같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의미는 뭔가요.. 18 dd 2016/06/30 4,633
571771 스릴러영화 추천해주세요 13 심심우울 2016/06/30 2,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