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평생 살면서 가장 더러웠던 기억

슝이맘 조회수 : 1,330
작성일 : 2016-02-16 22:51:54
가장 더러운 집에 대한 질문에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베댓 오른 것 보고 남겨 봅니다.
자게 애독자이지만 사는 게 바빠서 제 글 직접 쓰는 건 처음입니다.

응사 시절 대학생이었습니다.
전꼴통이 광주학살 쿠데타로 집권하며 과외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대학생들이 알바할 길이 없어지는 바람에...

푼 돈도 안 되는 알바를 아무리 해도 등록금 마련하기 힘들던 시절.
지방에서 온 친구가 자기가 세든 집 주인 아줌마가 파출 알바 구한다고,
"해볼래? 근데 좀 더러울거야" 하더라구요.

물론 저 역시 시골 출신.
부모님이 어렵사리 나름 귀하게 키운 딸자식으로
손끝에 물 한 번 안 묻히고 서울로 유학왔지만
지금처럼 당시도 등록금이 워낙 고액인지라 
조금이나마 부모님을 도우겠단 생각에 친구의 알바 제안을 받아 들였고...

생애 첨이자 끝으로 일일 파출부 일을 했더랬지요.
정확히는 그 집에서 딱 삼일간.

H대 미대를 졸업했는데 친구가 세든 집은 
극동방송국 바로 길 건너편 주택가로,
차도 맨 앞 주택가 첫 번째 골목길 5번째 슬라브 2층 양옥집. 
물론 지금은 근사한 리모델링 식당으로 바뀌었지만 그쪽을 지나칠 적마다
그 더러웠던 아줌마와 집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그 집 크기에 걸맞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원 겸 마당이 있었던 집이고
미대생에게 세를 준 것으로 볼 때 원래 깨끗한 집은 아니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오전 10시에 갔더니 생각이라도 해주는 척 설거지만 하면 된다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40대 초반 정도의 아줌마였으나
당시 대학 새내기의 시각으로 봤을 땐 홈 드레스를 걸친
딱 응팔 스타일의 후덕한 퍼머 아줌마였고 그 지시에 따라 
주방으로 간 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살다 살다가 첨 본 광경.
당시 꽤 사는 집 양옥 건축 양식처럼 타일로 꾸민 주방이었는데
개수대에 설거지 그릇이 산더미...
냄비란 냄비, 솥이란 솥도 모두 다 밥하고 뭔가를 끓인지가 오래 되어
곰팡이가 다 피고, 개수대 그릇들도 모두 물에 한참을 불려야
씻을 수 있었던...

냉장고 안에도 뭐 별 식자재가 없는 건 고사하고
그나마 뭐 좀 있는 것도 곰팡이 곰팡이,
생각만 해도 토 쏠리는 그런 집. 좀 더 집 안을 살필 여유가 있었다면
아마 화장실도 마찬가지,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여자가 설거지만 하면 된다 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고,
당연히 그날 시간 될 때까지 했어도 주방 정리를 다 못하고 끝냈고...

그 꼴을 보고는 둘째 날은 안 갔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때가 등록 기간이라 이틀만 더 참자! 하고 가서는
이틀 간 빨래 빨래 손빨래 원없이 하고 왔습니다.
그 집에 있던 장농 안에 옷이란 옷은 모두 나왔던 듯...
이불 빨래 포함. (당시에는 세탁기가 귀한 시대였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녀가 파출부 사무실에 사람을 안 부른 게 아니고
못 부른 것이고 그 집에도 아무도 오지 않기에
세준 대학생에게 친구 있음 알바 도우미하라고 했던 거였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기에 순진하게 푼 돈 받자고 그 일을 하고 왔네요.

수십 년이 흘렀지만 두고 두고 잊을 수 없는 그 날 그 집에 대한 기억.
그 아줌마는 저장강박 장애자는 분명 아니었고,
청결에 대한 관념 자체가 뇌에 아예 없는, 
걍 딱 무지하게 게으른 여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필시 며느리에게 '더러운 시엄니' 괄시를 당하고 있을 듯... 







IP : 218.149.xxx.2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 정도는 돼야
    '16.2.17 12:50 AM (112.184.xxx.72) - 삭제된댓글

    님 들을 읽으며서 마구마구 그 집구석 그림이 그려집니다.

    게으르고 성품 더런 여자일겁니다.
    그러니 세든 어린 학생 친구를 그렇게 푼돈에 부려먹었겠지요.

  • 2. 이 정도는 돼야
    '16.2.17 12:53 AM (112.184.xxx.72)

    님 글을 읽으면서 마구마구 그 집구석 그림이 그려집니다.

    집주인 그 여자 아마도 무진장 게으르고 성품 사악한 여자일겁니다.
    빙그레 썅년처럼 웃으면서 뒷통수에 칼 꼽는 ..

    그러니 세든 어린 학생 친구를 그렇게 푼돈에 부려먹었겠지요. 일 없는척 선심쓰는척 하면서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8309 남편 핸드폰으로 방금 이런 문자가 왔어요. 40 아내 2016/02/17 22,323
528308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빠 친구께서 주례를 서주세요 3 호잇 2016/02/17 2,007
528307 귀찮으시겠지만 옷 한번만 봐주세요.. 28 ^^ 2016/02/17 3,708
528306 달지 않으면서 맛있는 간식 뭐 있을까요? 9 간식 2016/02/17 2,486
528305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 보이고 싶어하나요? 2 .. 2016/02/17 841
528304 거위털이불을 사려면 어디서 사야하나요? 2 부탁 2016/02/17 1,023
528303 치매 시어머니와 살기 53 동거 2016/02/17 15,779
528302 살면서 가장훌륭한생각이라고생각되는것 과 가장 불쌍한생각 더러운생.. 아이린뚱둥 2016/02/17 683
528301 추합 안되신분들 2차정시가 있는거 아시는지.. 5 정시 2016/02/17 2,587
528300 딱 5키로 찌고 싶어요 .. 18 종이인간 2016/02/17 2,280
528299 제사나물 먹고 싶네요 8 2016/02/17 1,553
528298 중학생아들이 가출했어요 46 어쩌나..... 2016/02/17 11,019
528297 머리 두통에 손발이 차가워지는 이게 체한 증상이 맞나요.? 2 체끼..? 2016/02/17 1,295
528296 통합ci보험해지 3 보험 2016/02/17 590
528295 손발차고 혈액순환 안되는 분들요 2 ㄱㄱ 2016/02/17 2,702
528294 49세에서 50세로 넘어갈 때의 느낌 어떠셨어요? 8 나이 2016/02/17 3,554
528293 아이폰 아이튠즈이용해 음악넣을때 음악다운받는곳말이에요(급질) 5 아이폰 2016/02/17 972
528292 어쩔~~ .. 2016/02/17 420
528291 강수지씨 쉰살이라는데 소녀 같아요 5 부럽 2016/02/17 3,896
528290 유부녀와 사귀는 남편친구.. 7 ㄱㄷㄴ 2016/02/17 6,327
528289 감자탕집엔 외국인이 많네요 9 2016/02/17 2,793
528288 김태희씨가 매력은 참없군요 42 ㄴㄴ 2016/02/17 16,426
528287 tv보면서 운동할수 있는 자리많이 안차지하는 운동기구 3 작은운동기구.. 2016/02/17 1,248
528286 옛날 립스틱 디올 434호요 9 ... 2016/02/16 2,364
528285 중등수학과외샘 구하는데 어찌 구해야할까요? 12 과외선생님구.. 2016/02/16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