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평생 살면서 가장 더러웠던 기억

슝이맘 조회수 : 1,324
작성일 : 2016-02-16 22:51:54
가장 더러운 집에 대한 질문에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베댓 오른 것 보고 남겨 봅니다.
자게 애독자이지만 사는 게 바빠서 제 글 직접 쓰는 건 처음입니다.

응사 시절 대학생이었습니다.
전꼴통이 광주학살 쿠데타로 집권하며 과외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대학생들이 알바할 길이 없어지는 바람에...

푼 돈도 안 되는 알바를 아무리 해도 등록금 마련하기 힘들던 시절.
지방에서 온 친구가 자기가 세든 집 주인 아줌마가 파출 알바 구한다고,
"해볼래? 근데 좀 더러울거야" 하더라구요.

물론 저 역시 시골 출신.
부모님이 어렵사리 나름 귀하게 키운 딸자식으로
손끝에 물 한 번 안 묻히고 서울로 유학왔지만
지금처럼 당시도 등록금이 워낙 고액인지라 
조금이나마 부모님을 도우겠단 생각에 친구의 알바 제안을 받아 들였고...

생애 첨이자 끝으로 일일 파출부 일을 했더랬지요.
정확히는 그 집에서 딱 삼일간.

H대 미대를 졸업했는데 친구가 세든 집은 
극동방송국 바로 길 건너편 주택가로,
차도 맨 앞 주택가 첫 번째 골목길 5번째 슬라브 2층 양옥집. 
물론 지금은 근사한 리모델링 식당으로 바뀌었지만 그쪽을 지나칠 적마다
그 더러웠던 아줌마와 집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그 집 크기에 걸맞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원 겸 마당이 있었던 집이고
미대생에게 세를 준 것으로 볼 때 원래 깨끗한 집은 아니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오전 10시에 갔더니 생각이라도 해주는 척 설거지만 하면 된다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40대 초반 정도의 아줌마였으나
당시 대학 새내기의 시각으로 봤을 땐 홈 드레스를 걸친
딱 응팔 스타일의 후덕한 퍼머 아줌마였고 그 지시에 따라 
주방으로 간 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살다 살다가 첨 본 광경.
당시 꽤 사는 집 양옥 건축 양식처럼 타일로 꾸민 주방이었는데
개수대에 설거지 그릇이 산더미...
냄비란 냄비, 솥이란 솥도 모두 다 밥하고 뭔가를 끓인지가 오래 되어
곰팡이가 다 피고, 개수대 그릇들도 모두 물에 한참을 불려야
씻을 수 있었던...

냉장고 안에도 뭐 별 식자재가 없는 건 고사하고
그나마 뭐 좀 있는 것도 곰팡이 곰팡이,
생각만 해도 토 쏠리는 그런 집. 좀 더 집 안을 살필 여유가 있었다면
아마 화장실도 마찬가지,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여자가 설거지만 하면 된다 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고,
당연히 그날 시간 될 때까지 했어도 주방 정리를 다 못하고 끝냈고...

그 꼴을 보고는 둘째 날은 안 갔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때가 등록 기간이라 이틀만 더 참자! 하고 가서는
이틀 간 빨래 빨래 손빨래 원없이 하고 왔습니다.
그 집에 있던 장농 안에 옷이란 옷은 모두 나왔던 듯...
이불 빨래 포함. (당시에는 세탁기가 귀한 시대였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녀가 파출부 사무실에 사람을 안 부른 게 아니고
못 부른 것이고 그 집에도 아무도 오지 않기에
세준 대학생에게 친구 있음 알바 도우미하라고 했던 거였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기에 순진하게 푼 돈 받자고 그 일을 하고 왔네요.

수십 년이 흘렀지만 두고 두고 잊을 수 없는 그 날 그 집에 대한 기억.
그 아줌마는 저장강박 장애자는 분명 아니었고,
청결에 대한 관념 자체가 뇌에 아예 없는, 
걍 딱 무지하게 게으른 여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필시 며느리에게 '더러운 시엄니' 괄시를 당하고 있을 듯... 







IP : 218.149.xxx.2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 정도는 돼야
    '16.2.17 12:50 AM (112.184.xxx.72) - 삭제된댓글

    님 들을 읽으며서 마구마구 그 집구석 그림이 그려집니다.

    게으르고 성품 더런 여자일겁니다.
    그러니 세든 어린 학생 친구를 그렇게 푼돈에 부려먹었겠지요.

  • 2. 이 정도는 돼야
    '16.2.17 12:53 AM (112.184.xxx.72)

    님 글을 읽으면서 마구마구 그 집구석 그림이 그려집니다.

    집주인 그 여자 아마도 무진장 게으르고 성품 사악한 여자일겁니다.
    빙그레 썅년처럼 웃으면서 뒷통수에 칼 꼽는 ..

    그러니 세든 어린 학생 친구를 그렇게 푼돈에 부려먹었겠지요. 일 없는척 선심쓰는척 하면서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1251 뇌과학, 조작된 기억....어떤 전공일까요? 11 궁금 2016/03/26 1,294
541250 독감이 나았는데 계속 힘들어하네요 ㅜ ... 2016/03/26 549
541249 오늘 결혼식에 코트 입고 가면 에러일까요?ㅜ 1 L 2016/03/26 1,098
541248 신우신염으로 입원하신분 병문안 선물은. 3 마루코 2016/03/26 1,422
541247 조응천 후보 개소식에 문재인님 오셨네요 5 dfgjik.. 2016/03/26 1,098
541246 소이캔들 어떻게 만드나요? 3 ;;;;;;.. 2016/03/26 635
541245 돌출입 수술 하신분 계세요? 5 ... 2016/03/26 2,570
541244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하이라이트 인덕션 차이 장단점 비교 4 참맛 2016/03/26 4,571
541243 진공 이불팩 써보셨나요? 기타 수납 문의 4 이사 2016/03/26 1,124
541242 6살아이..3살 동생을 너무 좋아해요 6 ㅋㅋ 2016/03/26 1,782
541241 쭈꾸미 샤브할려는데 활어랑 죽은수입이랑 2 영이네 2016/03/26 736
541240 예쁜 주황색 가죽 가방을 클리너로닦으니 색이묻어남ㅠㅠ 1 .... 2016/03/26 1,374
541239 울 아들이 교사가 되고 싶어해요 12 아일럽초코 2016/03/26 3,090
541238 한줄 해석좀 해주세요 ㅠㅠㅠㅠ 랄라 2016/03/26 399
541237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실내 운동 3가지 ... 2016/03/26 1,115
541236 자랑할건 이것뿐 5 기대 2016/03/26 1,302
541235 옷장 관리, 옷 관리 잘하는 분들 1 2016/03/26 1,543
541234 미국 시민권자 아이 여권이요 2 혹시 2016/03/26 1,627
541233 제왕절개 단점들 뭐가 있어요? 21 두등등 2016/03/26 6,491
541232 사주 제대로 보고 싶은데 아는 곳이 없네요. 28 진짜 2016/03/26 6,595
541231 황창화 이 분 골때리네요 심쿵^^ 11 ㅋㅋㅋ 2016/03/26 1,999
541230 엄마가 자꾸 욕을 해요. 2 ... 2016/03/26 1,839
541229 아디펙스 처방받아본 강남권사시는 분들 다이어터 2016/03/26 825
541228 너무 맛없는 오징어젓.. 구제방법 없을까요? 8 123 2016/03/26 1,325
541227 교사인데 궁금한게 있어요 30 클라이밋 2016/03/26 6,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