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때 자취하면서 이틀을 내리 멸치국수만 먹어서 속이 쓰린 적이 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엄마가 이 국수를 참 잘 하셨어요. 국물 낼 때 좀 간간하게 해야 국수가 들어가도 간이 맞습니다.
부산에선 넙적한 띠포리라는 걸로 국물 내서 더 진한 맛인데 여기 정구지 데쳐 양념해서 올리고 오뎅이나 단무지, 김치 다짐 같은 것도 간혹 올리고 해서 양념장 끼얹어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부모님 집 근처에 허름한 집이 있었는데 딱 이런 경상도식 멸치국수 내줘서 자주 갔네요. 이사 오곤 못 갔습니다. 서울에선 따로 간장 양념이 나오는 건 별로 못 봤네요.
오늘 한식부페 갔더니 국수가 있는데, 멸치 맛은 약하지만 뜨끈한 국물이 괜찮아서 작은 그릇으로 세 그릇이나 먹고 왔네요. 그래봐야 한 그릇 양도 안 되니. 내일 또 가서 그 국수 더 먹을까 생각 중입니다.국물은 온도가 참 중요합니다. 미지근한 국물은 맛이 반감됩니다.
저는 왜 이리 토속적인 음식이 좋은 것인지. 파인 다이닝도 좋은 줄은 알겠는데 날마다 먹으러 가고 싶진 않아요. 눈 뜨고 오늘 뭐 먹고 싶지, 할 때 생각나는 건 죠엘 로부숑이나 스시조가 아니라 남대문 시장 칼국수 골목이나 우정식당 된장찌개, 무교동 북엇국. 외국 나가서도 중국사람 인도사람이 하는 그런 토속적인 식당 찾아다니고.
아무래도 내일 국수 먹으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