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기
전세계적으로 대변혁의 물결이 오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은 이 변혁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돌려보면 현 양극화의 시발점이 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970년대말 80년대 초 미국에서 레이건이 승리하고 영국에서 대처가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들고나오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일부 (신)자유주의자들이 아무리 그 탓이 신자유주의때문이 아니라고 부인해봤자, 최소한 데이터 상으로는 정확하게 그 이후부터 대부분의 경제(학)적 불평등 지수가 악화되기 시작해서 현재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은 절대로 부인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신념이 옳았건 아니건, 최소한 그 경제체재 아래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대안을 모색해야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버니 샌더스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민주주의자인 제러미 코빈이 영국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을 주의깊게 봅니다. 이 두가지가 3-40년전에 벌어졌던 두개의 정권이 인류에게 끼친 해악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게다가 한국의 양극화는 겨우 20년간 벌어진 일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어 가장 우려스러운 수준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되기에 버니 샌더스의 승리는 한국은 그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나 환영하는 바입니다.
2 대한민국 야권(진보)의 상황
안철수가 샌더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저는 인터넷 깨시민들이나 우파인 종편에서 그것에 대해서 수도 없이 멸시하고 조롱하는 것을 먼저 보고 알았습니다. 뒤늦게 동영상을 보니 별 말 한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난데 없이 김종인도 버니 샌더스 이야기를 했더군요. 관치경제주의자가 샌더스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대단한 망테크이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별 비판이 없으니 참 이상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회찬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벼락치기 해놓고서 성적이 좋기를 바란다고 한 지적 말씀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유투부에서 샌더스 동영상을 한번 찾아서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최근 대선 후보 토론 이후에 나왔던 것 말고, 그보다 훨씬 이전에 미 국회에서 했던 연설들을 찾아보기를 권해드립니다. 대단히 놀라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때나 샌더스는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에 했던 연설들까지 찾아봤는데, 최소한 지난 15년간 그가 주장해온 행적이 대단히 일관성이 있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선 캠프 초반에 비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친샌더스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샌더스에게 수도 없는 날카로운 비판과 우려와 걱정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샌더스는 그것에 대해서 아주 쉽고 여유있게 답변을 해나갔고, 그것이 현재의 그 지지율을 만든 것이지요. 이것은 그가 머리가 좋고 순발력이 뛰어나서가 결코 아닙니다. 샌더스의 과거 동영상을 보면 – 듣기로는 80년대 그의 연설마저도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 느낄 수 있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그 길을 걸어오면서 주변에서 받은 그 많은 비판과 공격들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성찰한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영국 노동당 당수인 제레미 코빈이 걸어온 길을 찾아봐도 마찬가지이던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깐 이런 사람들이 어느날 벼락치기로 뚝딱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십년간 한 길을 걸어온 정치인들이 때가 되면 그 힘을 나타낼 수 있는 미국이나 영국의 정치제도, 시스템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고 우리가 먼저 인정해야할 것은 대한민국은 샌더스나 코빈같은 정치인이 살아남기가 참 어려운 구조라는 점입니다. 해방 후부터 이미 친일파가 득세했고 산업화와 수십년간의 독재를 거치면서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살아갔던 사람들이 승리하던 역사가 버젖히 있는데 정치인이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지키면서 수십년간 살아남기에는 대한민국은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유신과 전두환때 신념을 지키던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우리 나라에서 왜 버니 샌더스나 제레미 코빈이 없냐라고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라고 봅니다. 제 머리속에서 그런 정치인이 딱 하나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취임 전까지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취임후의 그의 정치, 경제적 노선이 기회주의적이라 호의적인 평가를 내려줄 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히 현 양극화의 주범인 친재벌, 친삼성적인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극도로 실망스럽다라는 평가를 줄 밖에 없습니다. X파일의 본질은 도청이라고 했던 그 발언이 기회주의의 정점을 말해준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도 실상 4-5년전에 갑툭튀한 인물입니다. 오랫동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일관성있는 정치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스타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변화의 코드가 된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사를 돌아보건데 어쩔 수 없다는 것은 현실로 인정해야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심상정, 노회찬같은 진보정당에서 오랫동안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어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크게 두가지 이유로 이들에게서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어졌는데 이 두가지 이유가 실은 서로 연관성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들의 경제노선이 너무 노동시장에’만’ 편향된 접근이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 자체만 가지고는 괜찮다고 봅니다만, 그 근본 뿌리는 운동권이 가지고 있는 사회계급 투쟁론에 근거하는 것이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홍세화가 최근에 이런 부분, 즉 진보의 인식의 문제점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는 했었습니다. “진보적 담론들을 주로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일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29415.html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제가 이들에게 실망한 이유는 지난 수십년간 노동운동을 해왔다라는 사람들이 한국 경제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부적 고찰은 없이 (맑스이론에서 나온) 계급투쟁론의 연장선상에서 더이상 진화하지 않고 있다라는 것에서 실망했다라는 뜻입니다.
둘째로는 영남패권주의나 지역차별에 대한 이들의 접근법에 있습니다. 결국 계급차별이라는 것의 하위구조의 일부 정도로 호남차별이나 영남패권주의에 대해서 접근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호남이라는 존재는 표셔틀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선거 이전에는 그렇게 호남의 표를 그토록 갈구했으면서 막상 선거가 끝나면 90% 몰표를 준 것에 대해서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떠벌이고 다니는 더민주당계열이나 영남패권은 나몰라라한 채 호남의 표에만 거센 비판을 넘어서 “모욕”을 가하는데에 서슴치않는 정의당계열은 서로 피장파장일 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진중권 같은 개막장같은 인사가 호남에 대해서 퍼붓는 수도 없는 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데, 당차원에서 전혀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과연 차별철폐를 앞장서서 추구해야 하는 진보주의자들의 바람직한 자세일까요. 저는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이게 왜 심각한지 반대로 생각해보죠. 차라리 새누리당 인사에서 저런 발언이 나왔다고 해봐요. 수꼴집단들이라는 사람들도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유권자들이 무서워서라도 최소한 당 윤리위에서 퇴출명령은 내리는 자정능력은 있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정의당은 뭐하는 집단인가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결국 노회찬이나 심상정도 더불어민주당에 잘 보여서 야권연대를 통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최우선이지, 이 불평등을 극복하는 경제체제를 만드는데에 일조를 하겠다라는 생각은 별로 없어보인다라고 판단이 들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만이 불평등 극복의 최선의 길이다라고 생각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그것마져도 전략적으로 소탐대실이라고 봅니다. 결국 지난 몇년동안 정의당쪽에서 보여준 행위는 영패주의의에 순응 또는 적극 가담함으로써 떨어지는 국물이나 받아 먹겠다라는 자세밖에 없는데, 앞으로 계속 이렇게만 행동한다면 자신들의 설 곳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동안 그토록 양당주의의 폐해에 대해서 비판해 와놓고서는 이제와서는 하는 행동은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패주의가 사싱살으로 대한민국 재벌의 주류와 아주 끈끈한 관련이 있는데 여기에 기생해서 살려는 정의당에 대해서 크게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친노들은 삼성과 죽고 못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고의 비판의 가치마져도 없기에 그냥 패스 합니다.)
3 대한민국의 진보 노선이 가야할 길
–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있는 것, 미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것 또는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만 있는 것
다시 안철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위에서도 지적을 해봤지만 안철수도 갑툭라는 것, 노회찬의 지적은 이런 의미에서 맞다는 것이고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참 아쉬운 일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노회찬이나 여러 종편에서 지적을 하듯이 “정책노선에 대해서는 샌더스와 전혀 반대”라는 말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야권 지지자들 중에서 경제 정책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그저 국민의당이 정치적 중도를 표방한다고 생각해서 – 사실 개인적으로 국민의당에서 중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좋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 그저 안철수의 경제정책도 중도노선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다라고 인정은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안철수가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정치 노선은 모르겠지만, 이 경제노선에서 만큼은 유권자들이 그를 바라보는 중도라는 선입관을 철저하게 탈피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먹 어쩌고 저쩌고 해서 희화되었지만, 안철수가 샌더스를 거론한 것은 롱텀으로 대선과 그 이후의 한국 경제를 바라보면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꾸준히 그렇게 주창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안철수가 경제노선에서 현존하는 정치세력중에서 가장 진보적인지에 대한 이유를 아래에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없어지게 만들고 미래의 희망이 없게 하는 것의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전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는 레이건과 대처가 만들어놓은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탄생한 양극화의 흐름입니다. 제가 그동안 아크로에서 끊임없이 주장했지만, 양극화라는 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사회 역동성(Social Mobility)만 존재한다면 말이지요. 빈부 격차가 심해서 오늘은 못 살아도 열심히 일하면 내일은, 또는 최소한 내 자손들은 잘 살게 될 수 있다라는 믿음과 희망만 있으면 양극화가 버틸만 한, 아니 오히려 권장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경제적인 계층간 이동의 역동성이 말라간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 역동성을 가로막는 본질적인 문제이자 실제적으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이야기의 그 근본원인을 곰곰히 따져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벌문제”로 귀결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 한번 갑은 영원한 갑, 아무 노력을 한 적이 없는 재벌 3세, 4세들이 부모한테 물려받아서가 아니라 회사의 돈을 횡령하는 식으로 수천억, 수조의 부를 거져 창출해 가는 프리라이딩과 착취가 존재하는데, 이것에 대해서 제제하는 수단이 있기는 커녕 대다수 사람들이 오히려 그것을 부러워하고 있는 이런 상황 말입니다. 대한민국 100대 부자들의 80%는 물려받아서 생긴 부자들이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얼마 안된다는 것,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부의 대물림 – 그것도 편법으로 만든 부의 대물림 – 말입니다. 바로 이 부분부터 변화시켜야지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비로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 이후에 선순환이 되는 지속가능한 (생산적) 복지를 순차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 재벌개혁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그저 나를 밀어주면 내가 해내고 말겠다라는 식으로 말로만 하겠다라고 하는 사람은 진정한 개혁주의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에 시급하다고 거론되는 청년실업, 비정규직문제를 대대적인 재벌개혁을 선제하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이룰 수가 있단 말입니까?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이 질문에 Yes라고 하는 사람은 유권자들에게 거짓말하는 사람이라서 표를 주면 안될 뿐더러,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로 그렇게 믿고 저런 소리를 하고 있다면 경제를 전혀 이해하고 있는 정치가가 아니기에 집권하면 오히려 큰 일 낼 사람이라 더더욱 표를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가 준비하고 있는 13개의 공정성장 법안중 가장 첫번째 법안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야말로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재벌개혁에 대한 법안임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 법안에 존재하는 계열분리 명령 권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총리격으로 승격과 독립성 보장을 위한 보완책 같은 내용이야말로 재벌개혁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첫번째 현안입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강력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왜 안철수의 독점규제법안이 중요한 것인지는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 대선에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버니 샌더스가 주요 타겟으로 월스트릿트에 대해서 공격을 한다는 것입니다. 거대 금융자산을 가진 투자은행들의 횡포, 미국 정치에 끊임없이 자본을 대주면서 누리는 그들의 정치-경제적인 파워와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 미국의 불평등이 강화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캠페인이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촘스키는 미국 대선의 (특히 공화당의) 아젠다는 월스트리트에서 만들어 준다고 하기도 했었습니다. 힐러리도 월스트리트에서 대선자금을 받았다라는 것과 거기에 대해서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주지않고 있다는 것에서 많은 민주당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특이한 것은 샌더스는 이렇게 월스트리트에 대한 공격을 하지만 미국 대기업에 대한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 미국에서는 재벌(Chaebol)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불평등과 양극화 및 정치문제의 주범은 거대 투자회사들과 금융권의 문제이지 대기업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점이 바로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한국에서 어느 대선후보가 금융권이 문제다라고 하면서 여의도를 공격한다고 해봅시다. 상당히 웃기는 이야기가 되버립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금융권(즉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재벌들이고, 그리고 그의 정점에 있는 것이 삼성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한번 상상을 해봅시다. 버니 샌더스가 한국에서 대선 캠페인을 벌인다면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그가 월스트를 지적하면서 힐러리와 토론을 할 때 가장 강렬하게 부딪혔던 지점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글래스 –스티갈 법안(The Glass-Steagall Act: 투기(risky trading)와 투자(investment)에 관련된 법안)의 개정안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그의 대선 공약중에 하나가 월스트리트에서 투기(risky trading)을 없애겠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미국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샌더스가 그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런 입장에서 샌더스가 만약 한국의 대선 후보로 나오면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할 지에 대해서 추측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가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들 이름을 가감없이 거론하고 비판하듯이 마찬가지로 삼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을 우선으로 두고 이야기할 것이 눈에 보이듯 뻔합니다. 저는 이 지점의 정책노선이 가진 유사성을 쳐다보고 안철수가 버니 샌더스와 같은 입장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미국에서 재벌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셔만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의 존재때문입니다. 이 반독점법안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로는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이 전체 미국 시장의 6-70%를 장악하고 있었을 때 그것을 이 법안을 가지고 해체시켰던 경우,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윈도우와 익스플로러를 묶어서 강매할려고 했을 때 막았던 것, AT&T가 미국 통신을 독점하고 있었을 때 이를 대여섯개의 개별 회사로 강제 분리 시킨 예, 코닥이 필름 업계를 독점하고 있었을 때 이 법안이 발휘되었을 때 등등입니다. 한국에는 이 셔만 반독점법같은 수준의 법이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체의 역할도 상당히 미약할 뿐더러 독립성도 없고 유야무야한 지경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권과 그 정치권을 조정하는 재벌에 의해서 쉽게 흔들리는 위치에 있습니다.
제가 안철수를 높이 평가하고 실제로 그의 지지자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중에 하나는 안철수가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지난 1년 반동안 공정성장론과 그와 관련된 개혁 법안을 꾸준히 발전시켜온 짧지만 나름데로 치열한 그의 투쟁을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참고: http://theacro.com/zbxe/5213013 안철수 그동안 뭐하고 있었나 – 공정성장론에 대한 갈채를 보내며) 이것이야말로 현재 불평등이 심화된 대한민국의 진보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이것은 안철수가 해서 안되면 다른 야권 세력이 가져다 써야된다고 여러번 주장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단히 아쉬운 것 하나는 안철수는 본인 스스로 그동안 그렇게 애써서 만들었던 공정성장론의 기본바탕인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막상 소리 높여 주창하지 않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냥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공정성장이라는 키워드만 반복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가 보기에는 다른 야권에서 심지어 여권에서 내세운 성장/분배론들과도 별로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유권자들이 공정법안의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도 이해못할 일도 아니며, 따라서 안철수의 경제노선이 그저 중도적인 것인가보다라고 치부해버리는 것도 아쉬운 일이 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한편으로 의심하는 것은 계열분리 명령같은 내용을 주장했을 때 그에게 떨어질 재벌들과 수구세력의 마타도어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기에 국민의당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나 이런 이슈들을 꺼낼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쎄요. 지금이 아니라 작년에 새정련에서 탈당했을 때 이런 이야기 – 특히 버니 샌더스 관련 이슈 – 들을 먼저 거론했더라면, 현재 버니 샌더스가 아이오아에서 만들어낸 상황에 안철수도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봤을 지도 모른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생깁니다. 따라서 지금쯤이면 불평등 해소에서 재벌개혁이라는 키워드를 온 국민들에게 크게 각인시키는 지도자로 부각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언하건데 그 내용면에서 현재 야권이나 진보에서 내세운 어떠한 경제노선 (예를 들면, 경제의 내생변수와 외생변수의 구분도 헤갈리는 수준으로 급조된 소득중심 경제성장론에 기반한 더불어 성장론같은 알맹이 없는 노선)과 비교해 보더라도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제노선을 꾸준한 시간과 공을 들여서 만들었기에 안철수가 가장 경제노선으로는 진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런 경제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철수 스스로 자신감이 있기에 샌더스 이야기를 부지 불식간에 거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왕 이렇게 된 것 이제부터라도 그것을 전면적으로 보여줘야 된다고 봅니다.
4.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가야할 길
글이 처음에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세부적인 것을 덧붙이다보면 이것보다 두세배정도는 더 길어질까봐 여기서 짧게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철수가 야권에서 성공해서 정권 교체를 하려면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호남의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타빔님의 수 많은 글들에서 자제하게 나와있으니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최소한 지금 그 어떤 진보 세력들이 하는 것들과 비교해서 국민의당의 호남에 대한 접근방식은 훌륭하다고 봅니다. 몇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들이 있지만, 최소한 야권의 대주주이자 진보의 본산인 호남을 대접하는 면에서의 국민의당이 가지고 있는 태도가현재의 호남의 지지를 가져온 것이고 그것이 수도권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봅니다.
두번째로 여기에 더해서 지금 시대정신 – 불평등해소 – 의 진보적 이행을 최전방 모토로 치고 나가는 것이야말로 주춤해있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좀 늦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샌더스가 말하고 있는 것(e.g., 월스트리트 개혁)과 안철수가 그동안 스스로 준비해온 것(e.g., 재벌개혁)들이 왜 유사성이 있는지, 왜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진보적인 것이며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할 길인지에 대해서 훨씬 더 크게 내세우며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국민의 동의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과정을 펼쳐주었으면 합니다.
출처(ref.) : 정치/사회 게시판 - 샌더스와 안철수 - 불평등과 양극화 해결 - http://theacro.com/zbxe/free/5226055
by 비행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