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처럼 여러가지 생각하면서 일을 못해요.
저는 모태 멀티플레이어인줄 알았는데 그건 젊었을 때 가능했던 것일뿐.
요즘은 직장일이 바쁘면 개인적인 일은 잠깐 정지모드로 두고
내 기분도 좋은지 나쁜지 그것도 잘 모르겠고
직장일 빼고는 암 생각도 없이 살아야 일이 돌아가요.
그래서 요즘 (심정적으로는) 일만 하면서 살고 다른 일에는 얼이 빠진채 지냈어요.
특히나 요즘은 직장일이 어찌나 바쁜지 그냥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서
일하다가 저녁 늦게 잠깐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아침먹고 다시 직장에 원대복귀하는거예요.
그러니까 직장이 베이스 캠프이고 집이 잠깐 갔다오는 곳.
제 에너지가 딸려서 그렇게 조절하지 않으면 도저히 배겨내지 못하겠어서요.
남편 보기엔 내가 매일매일 그냥 예전하고 똑같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머리 속이 멍했어요.
어쩌면 일외에는 모든 것에 영혼이 없는 것처럼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했는데
그게 막연하게 우리 애들 걱정때문이었어요.
근데 그게 내가 걱정할 단계가 아니었는데
저는 엄마로서 여전히 예전처럼 애들 걱정만 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있었던 거예요.
오늘 문득 깨달았는데 우리 애가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거,
내 맘속에서만 애들이 어리지 이젠 완전한 성인이라는게 확 다가오더라구요.
제가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두가지 소망이
우리 애들이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내가 엄마로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거
그리고 직업적으로 일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거였는데
오늘 보니깐 이제 우리 애들은 이제 최소한 경제적 독립을 눈 앞에 둔 거였네요.
정서적으로도 독립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아직 잘 모르는거겠죠.
어쨌거나 제가 이루고 싶었던 두가지 소망 중에 하나는 거의 된 거라는 걸 알고보니
똑 같은 상황인데 이렇게 해석하니까 이제 제 어깨가 한결 가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