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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람은 참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존재인가봅니다.

섭섭하지만 조회수 : 4,747
작성일 : 2016-01-31 13:51:15

작년에 친구 남편이 바람이 제대로 나서 친구가 제 정신이 아니였습니다. 맞벌이라 바빠서 모르고 있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정신 차리고 보니 남편이 여자가 있었어요.  아이들이 셋이나 되다보니 이혼 할 생각은 없어서 어떻하든 남편 마음 돌려보려고 애쓰고 그것도 잘 되질 않아서 너무 속상해했어요.


속상하다고 해도 어디 아무데다 하소연 할 일도 아니다보니 저에게 전화를 많이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해서 같은 얘기 되풀이 하면서 한두 시간씩 울고...새벽 서너시에도 전화하고 찾아오기도 하고. 저도 힘들기는 했지만...그래도 친구에게 위로가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고 했어요. 이 일이 수습이 되었는지 그냥 모른척 살기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남편 사업이 잘 풀리면서 갑자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더 이상 그 얘기는 하지 않고 요즘은 그나마 쇼핑 많이 하고 동네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기분전환하면서 잘 지내는것 같아서 저도 한시름 놨습니다.그렇게 죽는다고 난리더니...확실히 부부관계에 경제적인 부분이 기름칠을 해주고 유연하게 돌아가게 해주는건 일정 부분 사실인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얼마전에 많이 속상한 일이 있어서 혼자 상심하다가 친구에게 모처럼 전화를 했는데...집이라면서 정말 너무 성의없이 건성으로 받고 귀찮아하는 느낌이 딱 들었어요. 오래된 친구라 그 정도는 압니다.

통화 가능하냐고 다시 묻고 이야기 하는데...딴 얘기만 합니다. 자기 쇼핑한 얘기 동네 아줌마들이랑 어디 놀러갔던 얘기...제 이야기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정신이 딴데 가 있는게 딱 느껴졌어요. 바쁜가보다 하고 다음날 다시 전화했는데 마찬가지였어요. 그걸로 전화 또 했냐는 식이였어요...자기가 수없이 전화해서 몇시간씩 울고 새벽이고 뭐고 내키는 대로 전화해서 악쓰고 했던건 전혀 기억이 안나나봐요.


저는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오랜 친구인데...나이 먹으니 옹졸해지는지 마음이 한번 상하면 다시 봐도 서로 할 말이 없고 어색합니다. 힘들때 서로 의지가 되어주는게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자기가 필요할때만 친구인지.

마음이 풀어지지 않네요. 인간관계라는게 겨우 이것밖에 안되나 싶습니다.





IP : 121.161.xxx.232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6.1.31 1:58 PM (59.5.xxx.32) - 삭제된댓글

    옹졸하긴요.

    저는 그래서 사람한테 기대도 않고, 잘해주지도
    않아요 도움도 안받구요.
    외로워도 이게 편해요

  • 2. 저는 친구 힘들때
    '16.1.31 2:06 PM (121.161.xxx.232)

    맘 더 상할까봐 저한테 좋은 일은 내색도 못했어요. 그런데 한심하다는 투로 이걸로 또 전화했냐는 식으로 받으니...정말 상처가 되네요.

  • 3. 심리학 전공자
    '16.1.31 2:09 PM (121.132.xxx.39) - 삭제된댓글

    인간은 외로울때 타인의 고통에 집중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고통보다 즐거움에 더 집중이 되기때문에
    눈앞에 즐거운일이 널려있으면 타인의 고통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 4. ...
    '16.1.31 2:09 PM (1.251.xxx.187)

    고난과 불행이 찾아올때 비로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지 알수가 있대요
    저도 친구라는 여러유형의 이름이 있지만
    옛말 틀린거 없어요 친구란 놀기좋고 자기 필요할때나 있는거라기에
    사람들은 자기본위적이라 자기가 필요할때만 친구가 필요하기에
    진심으로 위로하고 위해줘도 자기 상처가 싸매지면 고마운건 쉽게 잊어버리나 봐요
    친구가 상하고 아파할때 엄청 위해주지만 정작 내가 힘들때는 위로가 안되거든요
    고로 이름만 친구이지 그냥 아는 사람이예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세상은 그렇더라구요
    세상에 자기 마음같은 사람 어디 있을라구요
    그래서 사람관계는 난로처럼 하라고 하네요

  • 5. ..
    '16.1.31 2:16 PM (220.73.xxx.248) - 삭제된댓글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본인위주로 행동해요.
    사람이 나쁘지는 않은데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죠. 미처 그런 생각을 못해요.
    오래 친구로 지속하려면 상대의 단점도 인정하고
    받아주던지 아니면 받은만큼만 마음을주던지.....

  • 6. 심리학전공자님의 말씀에
    '16.1.31 2:25 PM (121.161.xxx.232)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자기 감정 추스리고 상대방 감정에 이입해 주려고 애쓰지 않나요? ㅜ
    저는 최소한 그 정도 성의는 있어야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말씀대로 목소리가 들뜨고 업된 느낌이고...골아픈 얘기 관심없는 느낌이였어요. 이럴때마다 인간관계 정리하면 남아나는 친구도 없을텐데...제가 잘 넘어가지지 않아서 큰일입니다. ㅜ

  • 7. ......
    '16.1.31 2:33 PM (180.211.xxx.41) - 삭제된댓글

    저도 아주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그 일 때문에 친구 한 명도 끊어내었구요.
    근데 살다보니 비슷한 친구들이 많아요.
    다 끊어내면 남아나는 사람이 없겠다 싶어서 저도 상대방이 했던데로 해줍니다.
    영혼없는 응대을 하고 성의없이 말하고 돌아서면 친구의 고민을 잊어버려요.

  • 8. ㅇㅇ
    '16.1.31 2:39 PM (66.249.xxx.213)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해서
    통화당 한두시간씩 울고
    이것을 할 수 있다는거 자체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던거죠.

  • 9. 이해되네요
    '16.1.31 2:39 PM (121.191.xxx.51)

    저도 그런 거 느낀 일 있어요.
    남편하고 오랫동안 거의 매일 식사하는 후배
    (95%는 남편이 식사값을 냄)
    가족단위로 자주 어울리던 사람인데
    제 일로 부탁한거 해주기 싫어하더라구요.
    그게 그 사람 입장에선 전혀 무리할만한 일도 아니었는데도. 그렇게 나와서 참 기가 막혔어요.
    다행히 아주 실낱같은 인연으로 알던 다른 분이
    흔쾌히 나서서 해주셨거든요.
    그 일로 제가 무척 맘이 상해 있었눈데
    그 친구의 조카가 우리 애한테 부탁할 일이 생겼어요.
    제가 우리 애한테 그집 조카 일 도와줄 필요 없다고
    콕 집어서 말해놓았어요.
    세상은 일방적일수 없어요.
    지가 우리 부탁을 그렇게 해놓을 땐
    우리한테 아쉬울 소리 하게될줄 몰랐겠죠.
    전 그집 관련해서는 맘을 정리했어요.

  • 10. 그냥 아는 사이면 저도 고민이 덜 할텐데.
    '16.1.31 2:51 PM (121.161.xxx.232)

    친한 친구였는데...사람의 민낯을 본 느낌이예요. 슬픕니다.

  • 11. ..
    '16.1.31 2:59 PM (223.62.xxx.125)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해서
    통화당 한두시간씩 울고
    이것을 할 수 있다는거 자체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던거죠22222

  • 12.
    '16.1.31 3:13 PM (219.240.xxx.140)

    공감해요.

  • 13. ..
    '16.1.31 3:22 PM (121.88.xxx.35)

    어떤 계기들로인해 사람은 민낯이 드러나기에 넘 속상해할 필요없이 그런사람인가보다 해야되더라구요..
    단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말구요..

  • 14. 다른 분들은 이런 기분이 들어도
    '16.1.31 3:46 PM (121.161.xxx.232)

    계속 얼굴을 보고 지내시나요? 차마 친구 얼굴 똑바로 보면서 웃어지지가 않을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저렇게 다 정리해 버리면 남는 인간관계도 없겠지요?

  • 15. ..
    '16.1.31 3:54 PM (121.88.xxx.35)

    음..사람마다 난로의 거리가 있는것 같아요..가까이해서 좋은사람.. 멀리해서 좋은사람..
    항상 솔직해야 좋은거 같아요..
    이러이러해서 서운했다 말하시면 뭐라뭐라하겠죠..
    외로운 인생길이라고 함부로 친구맺지 말아야 된다죠..

  • 16. 그게
    '16.1.31 4:03 PM (39.118.xxx.118) - 삭제된댓글

    자기 치부를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심리가 있나 보더라구요.
    저도 얼떨결에 어느 집 부부 문제, 건강 문제에 대한 고민상담과 하소연에 응한 적 있는데
    어쩜... 딱 그 날 이후 연락 두절이에요. 정말 어이 없더라구요.
    감정의 쓰레기통.. 딱 그거예요.
    무방비로 당하고 무방비로 버려진 느낌. 뭔지 압니다.
    그 경험 통해서 나는 절대 내 고민, 속상한 거 남에게 털어놓지 말아야겠다 결심했어요.
    털어논 당사자도 얼마나 뒤가 캥기면 나를 피할까... 누군가에 그런 짐 주지도 받지도 말자..
    한없이 가볍게 살자 다짐했어요.
    정리해 버릴 것도 없고, 그냥 가벼이 대하면 됩니다. 그러다 훌훌 날아가 버려도 하는 수 없구요.

  • 17. ,,,,,
    '16.1.31 4:57 PM (39.118.xxx.111)

    감정의 쓰레게통 이군요

  • 18. ..
    '16.1.31 5:08 PM (1.237.xxx.230)

    저도 님같은 성격인데요.
    그런 사람들끼리 친구해야 서로 의지되고 사는 맛도 날텐데 그렇게 잘 안만나지는거 같아요.

  • 19. .....
    '16.1.31 5:08 PM (39.7.xxx.239) - 삭제된댓글

    꼭 슬플일만은 아닌거 같아요.. 한걸음만 더 나가서 생각해보면 굉장한 발견이 될수도 있어요.
    친구의 달라진 모습에 그 친구를 대하는 자신도 변하잖아요.
    인간이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해도 할 수 있겠죠. 변한다는 게 꼭 나쁘다고 보기 어려워요. 그런 변화는 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거고 그런 이익이 있는 행동이 있으므로 생존이 가능한 게 아닐까요? 인간 뿐만 아니고 모든 생물이 그렇죠.
    님이 친구의 전화를 받아줬을 때는 그 친구를 위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외면했을 때의 결과도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밤 늦게 전화 받는 것이 불편하더라도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쪽이 자신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변한 친구의 행동에 님도 변하잖아요.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의 변함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아야 할거 같은데..
    결국 친구를 위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한다.. 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상대방이 변함에 따라 나도 변하는 정도의 관계라면 그리 대단한 관계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대단치 않은 관계에 슬퍼할 필요가 있나요?
    그런 인간관계를 이해하게 되면서 웬만한 일은 그냥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순간 맘이 상하고 화가 나더러도 오래가지 않고 저 저신을 되돌아 보고요..

  • 20. 댓글들
    '16.1.31 6:29 PM (110.8.xxx.39) - 삭제된댓글

    다 좋아요..
    원글님 글부터 교양있고 진솔하게 쓰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적 있는데 속상함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전 저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계속 그 전화를 받아준 게 아니라,
    고등 때 순수했던 우정을 생각해서 받아준 거였어요.
    진심으로, 단지 그 이유였습니다.
    진로며 대학 문제, 가정형편 문제를 서로 털어놓으면 밤의 교정에서 몰래 얘기했던 그 시간들,
    그 때 우리의 진심을 믿어서요.

    그런데 그 친구는 제가 나중에 정말 힘들었을 때,
    딱 원글님 말처럼 '건성으로' 받았고, 제 얘기 중간 중간 계속 본인의 일상 얘기를 하더군요.
    더 이상의 위로는 없었어요.
    그 친구와 저는 고등때 자타 공인하는 단짝이었어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 전부를 경계하면서, 항상 제게 "그래도 베프는 나뿐이지?"라고 다짐하던 친구인데, 사실은 저 자신을 좋아한 게 아니라 정말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해 줄 사람을 찾았던 거였나 봐요.

    그런데 몇 달 지나니 또 아무렇지 않게 전화가 오더군요.
    이번엔 시누와 시어머니때문에 속상하다구요.

    그래서 얘기했어요.
    저 지난번에 힘들었다고 얘기한 거 기억하냐고요.
    그랬더니 반응이
    '아직도 그런 거때문에 속상해하냐고...넌 지금 내 상황이면 졸도했겠다'면서
    다시 또 자기 얘기하려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때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그 일로 힘들다고.
    시아버님 병수발하면서 남편과 싸우는 일, 정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친다고.
    네 그 긴 전화받아줄 때, 나는 우리 아이 업고 안고 하면서 받아준 거였다고.
    진심으로 같이 가슴아파했다고.
    그런데 그렇게도 쉽게 '요양원 보내드려야지. 그렇게 안 하면 남편이랑 이혼해야지' 하면서 단칼에 자르고
    네 아이 학원 어디 보낼지 고민하는 얘기 하는 너 보면서
    내가 과연 너한테 친구였는지 의심스러웠다고.

    그 말 하고서, 전화 끊자고 했어요.
    나는 아버님 죽 끓여야 하고, 우리 아이 간식 준비해야겠다고.
    그리고 죽 끓이면서 얼마나 마음이 허한지... 손이 계속 허공을 휘젓는 것 같았지요.
    죽을때까지 갈 친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친구와 제가 생각하는 우정의 의미라던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가 달랐던 거겠죠.
    그후로 그 친구가 집에 한 번 찾아와서 굳이 사양하는데도 사과박스 하나 놓고 가고...
    미안한 듯 전화 몇 번 해서 계속 어디 뭐 먹으러 가자 하고
    그래도 본질적으로 계속 자기 얘기만 하고 싶어하길래(제 고민이나 아픔에는 공감도 위로도 하기 싫은 것 같더라고요) 전화 올 때마다 바쁘다 하고 끊었어요.
    실제로도 바빴죠. 환자 병수발에 아이가 다섯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해가 지나고 이제 십년이 다 되도록 연락 안해요.
    옛날 생각 나네요.

  • 21. 댓글들
    '16.1.31 6:36 PM (110.8.xxx.39)

    다 좋아요..
    원글님 글부터 교양있고 진솔하게 쓰셔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적 있는데 속상함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전 저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계속 그 전화를 받아준 게 아니라,
    고등 때 순수했던 우정을 생각해서 받아준 거였어요.
    진심으로, 단지 그 이유였습니다.
    진로며 대학 문제, 가정형편 문제를 서로 털어놓으면 밤의 교정에서 몰래 얘기했던 그 시간들,
    그 때 우리의 진심을 믿어서요.

    그런데 그 친구는 제가 나중에 정말 힘들었을 때,
    딱 원글님 말처럼 '건성으로' 전화받으면서, 제 얘기 중간 중간 계속 본인의 일상 얘기를 하더군요.
    더 이상의 위로는 없었어요.
    그 친구와 저는 고등때 자타 공인하는 단짝이었어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 전부를 경계하면서, 항상 제게 "그래도 베프는 나뿐이지?"라고 다짐하던 친구인데, 사실은 저 자신을 좋아한 게 아니라 정말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해 줄 사람을 찾았던 거였나 봐요.

    그렇게 성의 없이 받는 전화 한통에 고등 3년의 우정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는데,
    몇 달 지나니 또 아무렇지 않게 전화가 오더군요.
    이번엔 시누와 시어머니때문에 속상하다구요.
    생각해보니, 주로 속상한 일 있을때만 저를 찾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얘기했어요.
    저 지난번에 힘들었다고 얘기한 거 기억하냐고요.
    그랬더니 반응이
    '아직도 그런 거때문에 속상해하냐고...넌 지금 내 상황이면 졸도했겠다'면서
    다시 또 자기 얘기하려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때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그 일로 힘들다고.
    시아버님 병수발하면서 남편과 싸우는 일, 정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친다고.
    네 그 긴 전화받아줄 때, 나는 우리 아이 업고 안고 하면서 받아준 거였다고.
    진심으로 같이 가슴아파했다고.
    그런데 그렇게도 쉽게 '요양원 보내드려야지. 그렇게 안 하면 남편이랑 이혼해야지' 하면서 단칼에 자르고
    네 아이 학원 어디 보낼지 고민하는 얘기 하는 너 보면서
    내가 과연 너한테 친구였는지 의심스러웠다고.

    그 말 하고서, 전화 끊자고 했어요.
    나는 아버님 죽 끓여야 하고, 우리 아이 간식 준비해야겠다고.
    그리고 죽 끓이면서 얼마나 마음이 허한지... 손이 계속 허공을 휘젓는 것 같았지요.
    죽을때까지 갈 친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친구와 제가 생각하는 우정의 의미라던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가 달랐던 거겠죠.
    그후로 그 친구가 집에 한 번 찾아와서 굳이 사양하는데도 사과박스 하나 놓고 가고...
    미안한 듯 전화 몇 번 해서 계속 어디 뭐 먹으러 가자 하고
    그래도 본질적으로 계속 자기 얘기만 하고 싶어하길래
    (제 고민이나 아픔에는 공감도 위로도 하기 싫은 것 같더라고요)
    전화 올 때마다 바쁘다 하고 끊었어요. 실제로도 바빴죠. 환자 병수발에 아이가 다섯살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해가 지나고 이제 십년이 다 되도록 서로 연락 안해요.
    원글님이 옹졸하신 거면 저는 옹졸대마왕 정도일까요?
    그런데 저는 지금껏 제가 한 인간관계 중에 제일 잘 한 인간관계였다고 생각해요.
    고등 때의 추억은 추억대로, 그 친구가 나쁘다기보다 저와 여러모로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고, 상황이 달라진 거겠죠. 조금만 더 나를 배려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요.
    그래도 첫눈이 오고 하면 여전히 생각나는 친구네요.
    눈 올 때마다 전화해서는 눈온다고 좋아하고 숟가락 눈사람 만들어주고 했던 친구여서요.

  • 22. ㅓㅓ
    '16.1.31 6:45 PM (211.36.xxx.71)

    여자들 우정이란게 있기나 한건지. 원글을 호구로 여기네요. 그런친구 짤라버립니다.

  • 23. 니모
    '16.1.31 7:02 PM (122.45.xxx.48)

    저도 요즘 느끼는건데...줄창 자기 얘기만 하고..
    이러다 다 잘라내면 친구없고..그러네요

  • 24. 그게 님 말씀이 맞아요.
    '16.1.31 7:20 PM (121.161.xxx.232)

    저는 벌써 두번째 같은 경우를 겪고 있어요. 둘 다 절친이다보니 남편이나 자식, 부모에 대한 고통을 겪으면서 저한테 의지 많이하고...제 이득을 생각해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친구의 고통에 공감해서 같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다시 남편과 사이가 좋아지거나 자식이 좀 덜해지거나 하면 제가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걸 불편해 하는걸 느꼈어요. 제가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는 한 그 일은 영원히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는것 같이 느끼는것 같았어요...그건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더군요. 본인이 원해서 모든 걸 다 저에게 털고는 막상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싫어지는 순간이 오나봐요...

  • 25. ㅜㅜ
    '16.1.31 9:01 PM (121.141.xxx.8)

    친한친구라 하더라도 어디까지 힘든 점을 이야기 해야하는지
    참 혼란이 오네요.

    나의 치부를 보여놓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불편해진다니

    전에 집이 안팔려서 돈문제로 한참 고민할 때
    이삼일 간격으로 만날 때 마다
    집 팔렸나고 좀 신이나서 물어봤던 친구가 떠오르네요.

    이삼일 사이에 집이 팔리는지
    나름 스마트 한 사람이었는데
    그리 사람이 힘들어 한 점을 콕 콕 찝어대서
    얘가 내 친구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사람만나 사귀고 내 감정을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는지
    참 답이 없네요

  • 26. 그게
    '16.1.31 9:04 PM (39.118.xxx.118) - 삭제된댓글

    그래서 공감이 최고의 선이라고 하는 82쿡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싶어요.
    개츠비에서 닉이 수많은 사람들의 속 얘기를 듣고 나서 지친 나머지
    누군가가 속깊은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하는 기미가 보이면 자는 척, 딴 일 하는척 했다고 했죠.
    슬픔을 털어놓으면 약점이 된다는 걸 말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깨닫지 못하는거죠.
    삶의 무게가 더 하면 더할 수록 속 얘기는 하지도 듣지도 말아야겠다 느낍니다.
    특히 절친일수록 더욱 조심해야죠. 오래 지켜야 할 사이일수록.

  • 27. 위에 댓글 쓴 사람인데요
    '16.2.1 12:19 AM (121.191.xxx.51)

    저는 이런 일 있었다고해서 단칼에 끊어낼 수는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우선 남편이 어찌되었건 거의 매일 자주 보는 사람이구요,
    여기엔 자세히 쓰기는 곤란하지만 여러모로 서로 공유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난 번에도 또 부부동반해서 만났는데
    그냥그냥 예의상, 딱 예의상 필요한 정도의 미소만 띄우고
    딱 예의상 필요한 정도의 자세로
    그 정도의 화제로 그정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저녁 먹었어요.
    그냥 만나면 예의상 관계를 유지할 정도의 거리만 유지할 생각이예요.
    앞으로 뭔 부탁을 하면 부드럽게 거절할 생각이구요.

    나는 똥강아지가 아닙니다. 지가 발길질 하는데도 주인에게 달라붙는 개가 아니거든요.

  • 28. 내 치부를 아는 네가 싫다.
    '16.2.1 7:43 AM (71.201.xxx.122) - 삭제된댓글

    이런 심리가 있는 것 같더군요. 저도 남들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라서 이런 상황을 여러번 접했죠.
    그래서 차츰 대응을 달리 하게 되었어요.
    누가 남편에 대한 욕을 털어놓아도 그 남편에 대해 최대한 좋게 언급해주는 쪽으로...
    그래야 나중에 나 혼자 개밥의 도토리로 원망듣는 일이 없더군요.

    반면에 제 속얘기는 그들에게 안해요.
    반드시 반격이 오거든요.
    자신들의 약점을 알고있는 나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나도 니 약점을 손에 쥐었다 '싶은가봐요.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에게 내 어려움을 토로하며 위로를 받고나면
    그 순간에는 속이 시원하지만 뒤돌아서서 아차 싶은 맘에 자존심이 상한달까요. 그런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 남편이 바람났던 일로 아직도 속이 많이 아플 거에요.
    그걸 남편돈으로 쇼핑하며 날려대면서 화풀이 속풀이 하면서 사는 가능성이 높아요.
    잊으려고 애쓰면서...
    근데 그 와중에 자기 부부의 치부를 너무나 자세히도 알고 있는 친구가... 그냥 싫은 거에요.
    자신이 다 털어놓았기 때문에 할 말은 없지만.. 할 말이 없어도 싫은 기분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이래서 갈수록 남의 고민을 소상하게 듣고 같이 의논하고 하는 걸 피해요.
    그 사람을 위해 내 시간, 마음을 탕진해가며 같이 끙끙거려봐야 보람은 커녕
    차후에 서서히 그 사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 29. 내 치부를 아는 네가 싫다.
    '16.2.1 7:47 AM (71.201.xxx.122) - 삭제된댓글

    동감이에요.
    이런 심리가 있는 것 같더군요. 저도 남들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라서 이런 상황을 여러번 접했죠.
    그래서 차츰 대응을 달리 하게 되었어요.
    누가 남편에 대한 욕을 털어놓아도 그 남편에 대해 최대한 좋게 언급해주는 쪽으로...
    그래야 나중에 나 혼자 개밥의 도토리로 원망듣는 일이 없더군요.

    반면에 제 속얘기는 그들에게 안해요.
    반드시 반격이 오거든요.
    자신들의 약점을 알고있는 나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나도 니 약점을 손에 쥐었다 '싶은가봐요.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에게 내 어려움을 토로하며 위로를 받고나면
    그 순간에는 속이 시원하지만 뒤돌아서서 아차 싶은 맘에 자존심이 상한달까요. 그런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 남편이 바람났던 일로 아직도 속이 많이 아플 거에요.
    그걸 남편돈으로 쇼핑하며 날려대면서 화풀이 속풀이 하면서 사는 가능성이 높아요.
    잊으려고 애쓰면서...
    근데 그 와중에 자기 부부의 치부를 너무나 자세히도 알고 있는 친구가... 그냥 싫은 거에요.
    자신이 다 털어놓았기 때문에 할 말은 없지만.. 할 말이 없어도 싫은 기분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이래서 갈수록 남의 고민을 소상하게 듣고 같이 의논하고 하는 걸 피해요.
    그 사람을 위해 내 시간, 마음을 탕진해가며 같이 끙끙거려봐야 보람은 커녕
    차후에 서서히 그 사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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