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1월 2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06
작성일 : 2016-01-28 08:03:54

_:*:_:*:_:*:_:*:_:*:_:*:_:*:_:*:_:*:_:*:_:*:_:*:_:*:_:*:_:*:_:*:_:*:_:*:_:*:_:*:_:*:_:*:_:*:_

창밖 나뭇가지는 주정뱅이처럼 손을 떤다
술 때문에 언젠가 나는 죽으리라
눈을 뜨니 방바닥에 내가 누워 있다 물을 찾아도 없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먹는다

줄줄 얼굴에 물을 흘리며 운다 벌거벗은 채로
물을 먹으며 싱크대에 넘어진 술병을 본다
며칠을 잤나 마셨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술을 사러 나가던 일
비틀거리며 벽을 짚는다 머리에 물을 뒤집어쓴다
흘러내린 물이 장판에 닿고
돈이 없어 동전까지 털어간 일, 운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고시원으로 들어가던 날들
무엇을 위해, 운다, 폭설이 내린 날
월세를 떼먹고 도망치던 자취집, 애인과 뒹굴던 날
지하 전셋집으로 이사 오던 날, 술 취해
얻어맞던 날, 등단하던 날, 첫 시집 내고 파주에서
책을 받아오던 날 물을 줄줄 흘리듯 흘러
 
태어나고 자라고 생일날 자취방에서 어머니에게 전화하던 날
시 쓰겠다고 흘린 날짜들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은 행복한가
술에 빠져 탕진하던 세월 책 속엔
수많은 길이 있고 내가 걸어간 길은 늪지로 가는 길
집으로 가지 않기 위해 겉돌았던 수많은 골목
 
싱크대로 흘러내리는 물을 뒤집어쓰며 이제 너희는
나를 찾지 말아다오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누워 아무도 나를 들여다볼 수 없는 유리창
유리창 밖에서 주정뱅이처럼 떠는 나무들,
흘린 날들을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을 알고
누워, 나무들에 인사한다 최선을 다해


                 - 김성규, ≪나를 찾지 말아다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1월 28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1/27/20160128Grim.jpg

2016년 1월 28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1/27/20160128jang.jpg

2016년 1월 28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28148.html

2016년 1월 28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b695186db199417d8bf69cfd9cb7fa12




하고 싶은 게 연금술인가?




 
―――――――――――――――――――――――――――――――――――――――――――――――――――――――――――――――――――――――――――――――――――――

자신의 노력이 따르지 않는 낙관주의는 단순히 마음 상태일 뿐,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 에드워드 L. 커티스 -

―――――――――――――――――――――――――――――――――――――――――――――――――――――――――――――――――――――――――――――――――――――

IP : 202.76.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28 9:00 AM (108.29.xxx.104)

    경향 장도리 만화 가슴 아프지만
    더 좋은 일을 기대해봅니다.

  • 2. 아침마다...
    '16.1.28 9:35 AM (119.195.xxx.119)

    좋은 시!
    만평 잘 보고 있습니다.

    세우실님 늘 건강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3739 레버넌트 봤는데, 너무 지쳐요 25 에고고 2016/01/30 6,770
523738 들큰한 맛나는 시판된장있나요 푸훗 2016/01/30 570
523737 연봉 5500정도 되시는 분들 저축은 얼마나 하시나요? 7 이사 2016/01/30 6,169
523736 쿵푸팬더 잼낫어요 2 .. 2016/01/30 1,275
523735 면접보러가는데 들러리느낌!! 2 그럼에도불구.. 2016/01/30 1,265
523734 시그널이 응답 보다 시간이 짧은거에요? 1 ccc 2016/01/30 1,428
523733 저출산 문제 획기적 대책... ... 2016/01/30 589
523732 댓글들 보면 제정신들인가 싶네요 52 진짜 2016/01/30 17,347
523731 또라이 상사 때문에 3 도라이 2016/01/30 1,337
523730 방이 좁아서 장농프레임은 베란다에 뒀는데 버리면 후회할까요? 3 장농프레임 2016/01/30 1,253
523729 지마켓, 옥션에서 노트북 사는거 안전(정품)한가요? 4 궁금 2016/01/30 1,287
523728 설음식 간단하고 푸짐한거 뭐가 있을까요?? 7 .. 2016/01/30 3,614
523727 -2곱하기-2는 왜 4에요? 13 중3 2016/01/30 4,058
523726 시그널에 나오는 음악들.. 6 ㅜㅜㅜㅜ 2016/01/30 2,069
523725 요즘 TV 뭐봐요? 8 냐항항항 2016/01/30 1,219
523724 시그널 김혜수 연기가 이상한가요? 38 시그널 2016/01/30 10,261
523723 대상포진 말고도 몸에 수포생기나요? 7 자연적으로 2016/01/30 7,692
523722 20년전 핑크하트ㆍ마론핸즈?? 생각나시는분‥‥ 1 예전품질이 .. 2016/01/30 882
523721 아래 씨컬 파마 얘기나온김에 미용실요.. .. 2016/01/30 1,538
523720 가진 게 많지만 허무하다는 사람 5 글쎄 2016/01/30 2,132
523719 김은희 작가 김원석 감독, 미치신거 아니에요?? 7 와우 2016/01/30 5,941
523718 전자사전 2008년도거 사도 될까요? 3 중고 2016/01/30 997
523717 아...시그널ㅜㅜ 23 눈몰 2016/01/30 6,714
523716 이쯤에서 남편도리 시부모로서의 도리를 생각해봅시다 15 2016/01/30 3,208
523715 볼륨감 있는 c컬 머리는 어떻게 하는건가요? 13 ... 2016/01/30 7,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