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러기 가정이에요.

ㅜ.ㅜ 조회수 : 3,752
작성일 : 2016-01-19 15:25:18


남편 연구 일로 일 년간 외국에 나가게 되었고

영어 때문은 아니고

아이가 아픈 곳이 있는데

치료환경이 이 곳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는 판단하에

부부 합의하에,

또 아이가 간절히 원해서 한시적인 (1년여간) 기러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합법적인 체류를 하기 위해 J2(방문학자 동반 비자)에서 F1 (학생비자)로 갈아타고

학교를 다니며 두 아이를 돌보고 있네요.

두 아이가 아직 어리고 특히나 둘째는 아직 유아네요.

두 아이가 각자 다른 학교와 스케쥴을 가지고 있어서

저 학교 다니고 숙제 하랴, 아이들 실어 나르고 각종 집안 일과 대소사 치루랴..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바쁘고 해야할 일은 많으니 정서적 마진이 남아있지 않아

쉽게 화내고 채근하게 되는 것이 참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엄마가 화내면 아빠한테 갈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엄마 하나밖에 없으니 완충지대가 하나 줄어든 거 같아요.

도서관에 있는 한국어 책들이 수준이 많이 떨어져서

한국어 습득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거 같아요.

가끔 아이들이 한국어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는 이야기를 해요.벌써.


저는 외국어는 필요하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바

사실 영어에는 목숨을 건 적도 없고 아이들도 그렇게 키워왔어요.

아이들은 이 곳에서 서서히 영어를 받아들이는 중이고 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냥 저냥 하는 수준이에요. 잘 틀려요. 단어도 딸리고요.

6개월되면 네이티브 처럼 한다는 대체 어디서 나온지 모르겠어요.

물론, 백인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고, 임원으로도 뽑혔으며, 독서클럽 대회에도 나가니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문제없어요.

그러나 제가 옆에서 듣기에는 아직 멀었어요.

하지만 나머지는 자기 스스로 한국에서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조바심은 나지 않아요


그런데 남편 없이 사는건 정말 힘들어요.

혼자 지내는 것도 적적하고, 밤길 빗길 운전도 가끔 해야해서 무섭고요.

아이가 아프니 이것저것 의논할 일이 있는데 화상통화니 전화니 다 한계가 있어서

말안하고 넘어가는 게 많고,

힘들고 지칠 때 말해봐야 불평이나 되지 뭔 소용있나 싶어 그냥 전화하기도 싫어지더군요.

점점 소홀해 지고요.

이렇게 힘든 시간 나만 혼자 옹박쓰고 있는거 같아 억울한 맘도 들고요.

또 혼자 있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요..

복잡한 마음이에요.


이번에 남편과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두 달여를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요

집에 남편이 있으니 정말 활기가 넘치더군요

아빠가 가정적이기도 하지만, 저도 너무 기쁘고 고맙고 애잔하고 그래요.

아이들이 밥량이 확 늘었어요.

많이 웃고,

1층에는 잘 내려오지도 않고 2층에서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우리 아이들과 제가

더 1층에 자주 내려와서 거실에서 함께 웃고 떠들고 춤추고 놀아요.

아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도  확 줄었고요.

저도 이야기할  한국인 어른 상대가 있고 힘들었다가도 남편과 함꼐 누우서 이야기하고

서로 안아주다 보면 맘도 풀리고 희망도 생겨요.


이렇게 한시적으로는 여러가지 잇점이 있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러기는 정말 반대입니다.

주위에 기러기 가정이 몇 가정 되는데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너무 피폐해져요.

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요..

(남들 보기에는 우리도 영어때문에 남는 줄 알겠죠)

그리고, 한인 교포 아이들, 기러기 가정의 아이들 우울해 보이는 애들이 많아요.

백인들 사이에서 십대를 보내며

외모(왜소하고 미의 기준이나 분위기도 다르고)나 운동 능력이나 의사소통 면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들..

부모와 주언어가 점점 달라지는 아이들..

특히 교민 어른들은 사고방식이 이민오던 그 때로 고정되어 있는 분들도 많고

계속 한인 교회나 작은 한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사회생활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사고의 확장이나 업그레이드도 별로 안이루어지고

아이들이랑은 점점 더 소통이 안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더라고요.


돈도 너무나 많이 들고요.

영어습득 하나만 보고 오기에는 마이너스가 참 많아요.

물론 생활환경은 좋고 공기도 참 좋습니다만 공기만 마시고 살것도 아니고요.

어디 사느냐 보다는 어떻게 누구랑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앞으로 몇 텀이 더 남았습니다만,

막막하기도 하고 겁도 나지만 이 시간 잘 보내고 돌아가고 싶어요.


해본 사람으로서, 또 주위의 많은 기러기 가정을 접해본 사람으로서

정말 기러기 왠만하면 하지 마시길..


IP : 50.137.xxx.13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19 3:30 PM (211.210.xxx.30)

    힘 내세요.

  • 2. ..
    '16.1.19 3:32 PM (210.223.xxx.20) - 삭제된댓글

    가족이란 자고로 한 지붕아래서 북덕북덕
    얼굴비비고, 같이 먹고,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같이 한 세월이 쌓여서
    정이 쌓여야 그게 진짜 가족.

    기러기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음...

  • 3. 공감
    '16.1.19 3:33 PM (59.9.xxx.6)

    네. 원글님 글에 전면 공감해요. 원글님은 1년이니 다행이지요.

  • 4. 원글
    '16.1.19 3:36 PM (50.137.xxx.131)

    맞아요
    가족은 그저 힘들어도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어려운 일 헤쳐 나가며 등따독이는게 최고라 생각해요.
    영어는 한국에서 배운 제가 딸들보다 아직까지는 낫네요.

  • 5. 기러기 일부 엄마들 일탈
    '16.1.19 3:43 PM (218.236.xxx.167) - 삭제된댓글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4195110&cpage=...

  • 6. 멋집니다..
    '16.1.19 3:43 PM (121.163.xxx.67)

    인생은 어디서나 도전을 해야하고..
    특히 외국에서는 좀 더 마음을 스스로 크게 먹어야 하지요~!!
    잘 해낼거라 믿어요~~!!!

  • 7. 원글님
    '16.1.19 3:47 PM (110.70.xxx.27)

    영어가 네이티브 수준인가봐요.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8. ..
    '16.1.19 3:47 PM (50.137.xxx.131)

    어디나 일탈은 있겠지요
    이곳은 제가 보기에는 그럴만한 곳도 없는 조용한 곳이라서..
    맘에 드는 남자도 없고.. .
    무엇보다 애 두고 혼자 나가면 경찰이 잡아가요~~

  • 9. ㅇㅇㅇ
    '16.1.19 3:54 PM (50.137.xxx.131)

    제 영어는 네이티브에서는 거리가 한참 멀고요
    감각이 좀 있고 영어 좋아해서 꾸준히 해온 사람이에요
    아이가 아직 초딩이라 단어의 폭이 아무래도 좁으니
    아무래도 제가 아는게 더 많지요
    발음은 아이가 훨씬 좋아서 교정해주곤 해요..
    한국인으로서는 한국에서 기초적인 공부는 다 하는거고(문법 리딩 단어 등)
    영어권에서 반응속도 올리고 회화식 표현이나 발음 교정하는게 최선이라 생각해요.

    저희 집 막내는 이제 영어랑 한국어 섞어 써서 웃긴 상황 많아요.
    마미, 묶어 here..
    Don't 꺼내요
    이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말들요..전 한국어 책 열심히 읽어주려고요.

  • 10. 안스럽네요‥
    '16.1.19 4:00 PM (119.198.xxx.75)

    에그 그리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과 어찌 떨어져
    지내시나요?
    만났을때 애뜻한 맘이 다 느껴지네요‥
    저도 십년전쯤 큰애 초등 고학년때 한창
    조기유학붐이 불때 기러기가족 할려고 했었어요
    남편도 애를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섰구요
    근데 제가 도저히 남편 없이 애둘데리고 외국갈
    자신이 안생겼어요
    남편의 울타리가 너무 커서‥도저히 안되겠더군요
    제남편도 애들한테 끔찍하고 가정을 우선으로
    하는 가장이거는요‥
    원글님 어째튼 힘든 생활 잘견디고 계시는듯해서
    다행이고 그러면서도 너무 쨘해 보여요‥
    화이팅 하세요‥고지가 바로 저기예요^^

  • 11. 제 지인도 그런 말 했었어요
    '16.1.19 5:06 PM (222.153.xxx.85) - 삭제된댓글

    그 사람도 여기 딱 1년 애들 영어 교육때문에 왔었는데 주변 기러기 가정들 중 정말로 자기네처럼 애들 교육때문에 온 사람도 없고, 정상적인 가정이 없다더군요. 다들 부부문제가 있거나, 시댁문제가 있거나 하여튼 무슨 문제가 있어 도피처로 나오거라구요.

  • 12. 학생보험은
    '16.1.19 7:12 PM (121.161.xxx.232)

    간단한 것 밖에 커버가 안될텐데 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고 계신지. 힘드시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0211 가스건조기 사용하면 더 이상 빨래 안 삶아도 될까요?? 8 건조기 2016/01/20 2,535
520210 조경태 새누리당 입당설에 새누리 당원도 반발…˝코미디하나˝ 세우실 2016/01/20 686
520209 얼굴 예쁜 여자보다 못생긴 평범한 여우가 더 무섭지 않나요? 19 술집여자.... 2016/01/20 12,734
520208 어느 집을 선택해야할지...여러의견 부탁드려요. 3 .. 2016/01/20 697
520207 옷장 정리의 정점은 옷걸이예요. 9 ;;;;;;.. 2016/01/20 5,676
520206 12시 도착, 부산역 도착, 점심 뭐사먹죠? 울가족요. 17 부산여행 2016/01/20 3,053
520205 강아지가 아픈경우 회사다니기가 정말 힘드네요 9 퇴사 2016/01/20 1,815
520204 40 직장 옷스타일 2 직장 2016/01/20 1,607
520203 전라도음식이랑 경상도음식이랑 어느게 더 짠가요? 24 새댁 2016/01/20 7,081
520202 부동산 집보여주는거 평일에만 보여줘도되는지 5 ㅇㅇ 2016/01/20 937
520201 화류계의 일부 사례들 5 .:. 2016/01/20 5,207
520200 [겨울철 눈관리 ②]콘택트렌즈, 하루 6시간 이하로 착용 (펌).. 1 건강정보 2016/01/20 668
520199 앞베란다 세탁기 수도가 얼었나봐요ㅠ 7 동파 2016/01/20 2,326
520198 기름보일러..온수는 나오는데 난방이 안되는거.. 1 보일러 2016/01/20 1,143
520197 한 세월호 유가족 아빠의 배상금 재심의 신청서 침어낙안 2016/01/20 537
520196 아침 간단한 국 뭐가 좋을까요? 27 새댁 2016/01/20 3,574
520195 ATM기에 10만원을 입금했는데 14만원이 입금된걸로 나와요 7 ./.. 2016/01/20 4,396
520194 200내외로 써서 메일로 보내달라는데 2 수기 2016/01/20 366
520193 셀프인테리어 좋아하시는 분들 추천요~~ 꼬마기사 2016/01/20 583
520192 교회 예배 보느라 응급환자 산모를 죽인 의사.. 14 ..... 2016/01/20 4,113
520191 우리아이들이 성인이 될 시대에는 현재의 직업이 많이 사라진다는데.. 8 다인 2016/01/20 1,707
520190 박유하 교수, 위안부 명예훼손 형사재판에 '국민참여재판' 신청 .. 2 세우실 2016/01/20 415
520189 저도 일요일에 유명빵집 갔다가 추워고생했어요 1 2016/01/20 1,869
520188 꿈 해몽 좀 해주세요~ 2 저도 2016/01/20 470
520187 왜 같은 말을 해도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 말이 더 속상하고 화가.. 4 딸이자며느리.. 2016/01/20 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