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외아들이며 어머니 성향은 본인 힘든걸 싫어하셔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게 육아라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어머니는 애착형성이 잘못 되었고 늘 결과 중심적인 양육과 잔소리와 함께 남편은 성장하여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없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은 공부를 잘해 부모님 양육 기준에서는 만족스럽게 성장했다고 말씀하십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저는 결혼 초 남편 가정또한 이럴것이라는 착각과 함께 늘 잘해드리려고 노렸했습니다. 시댁 방문도 거의 매주하고 전화도 주 1회이상 드리며 화목함을 위해 나또한 노력해야 한다 생각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제가 이렇게 노력하는 부분을 당연히 본인의 권리로 생각하며 본인이 우위에 있다 생각하고 저를 대함을 깨닫게 되어 저또한 마음이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특히 본인 감정조절을 잘 못해 서운한 점(대부분이 전화 문제. 방문문제)이 있으면 쌓아놓았다가 한번에 터뜨리는데 처음에는 감당이 안되더군요. 알고보니 남편은 어린시절부터 어머니의 이러한 짜증과 본인이 기분이 안좋으면 모든 말에 트집을 잡는 부분에 익숙해 있어서 그냥 영혼없이 죄송해요 하고 넘겨왔다 합니다. 남편은 어머니의 이런부분이 고쳐지지 않기에 어머니가 전화로 쏟아내도 듣지 않고 있다가 죄송해요라고 한다고 합니다. 정말 처음에는 저도 이 부분이 상당히 이상했는데 이제는 저 또한 그냥 이렇게 해야 하는게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며 둘째 출산 후 시어머니의 그런 행동이 더 이해가 안가고 같은 여자로 이해하려 노력해도 한계를 느꼈습니다. 시아버지는 인간적으로 존경할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권위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늘 상대를 배려하심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가 유독 어머니에게는 제 앞에서도 짜증을 많이 내십니다. 아버지 성향자체가 예민하고 깐깐한 부분이 있으신데 아버지가 1년전 사업을 그만 두시면서 어머니가 자유롭지 않게 되자, 힘든걸 잘 못참아 내는 어머니는 공항장애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증세까지 앓게 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짜증을 참았다가 일년에 한두번씩 며느리와 아들에게 다시 쏟아낸다는 점입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본인이 불편한 감정을 자신이 만만한 상대에게 쏟아내며, 나중에 만나면 미안해서인지 언제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또 행동합니다. 그야말로 자식과 며느리가 감정의 쓰레기통인거죠.
문제의 발단은 두달 전 아버지가 어깨가 아프시다는 소리를 남편에게 전해 듣고 이주만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목소리가 안좋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고 역시나 냉랭하게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밖이시라 전화는 급마무리 되었고, 아이들 저녁준비하는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또 다시 저는 아버지 어깨가 많이 아프셔서 불편하시겠다라는 식으로 말했고 전화는 마무리 되는듯 싶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께서 내가 한마디 하겠다. 어른한테 아프다라는 표현이 뭐냐, 경어는 어디에 쓰라고 있는 것이냐 라며 쏘아 붙이시더라구요.. 정말 황당했지만 처음에는 제가 잘못 말씀 드린 줄 알고 네 알겠습니다. 죄송하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른에게 몸의 일부는 편찮으시다가 아니라 아프시다가 적절한 표현이라 표현 자체로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설사 제 표현이 잘못 되었다 하더라도 걱정되어 전화한 며느리에게 쏘아 붙이듯이 무안을 주고 싶으실까요?
그 후로 저는 지금까지 쌓였던 감정의 정점을 찍어 그냥 어머니에 대한 인간적인 감정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남편또한 이제 전화하지 말라하고 본인이 다 하겠다고 결정해서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남편을 따로 주말에 불러 본인이 서운한걸 또 한번 아들에게 쏟아내셨어요. 다른집 아들은 매일 전화한다 등의 비교부터 제 큰 아들이 어릴때 부터 오감이 모두 발달하여 아주 예민한 아이여서 키우는데 고생이 많았는데 걔는 누굴닮아 그러냐 본인 아들은 안그랬는데..(큰아들 기질은 남편을 닮았습니다. 남편도 인정한 부분이며 저는 예민과는 거리가 먼 성격입니다.) 또한 왜 걔(본인 손주)는 왜이렇게 안먹냐 , 걔는 왜그리 까다롭냐등 큰 손주에 대해 안좋은 부분만을 계속 이야기 하셨다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다시 한번 서운했습니다. 부족한 자식도 자기 자식인데, 자식보다 더 예쁘다는 손주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했다는 부분이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기질적으로 까다로운 아이지만 정말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 현재 유치원생인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른들에게는 인사도 먼저 잘 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남편이 시댁에 다녀온 후 어머니가 원하는데로 전화는 자주 하였지만 남편도 감정이 더 멀어져서 정말 형식적으로 했습니다. 식사하셨냐 별일없다라고 이야기 하고, 아이들 이야기 하면 또 뭐 트집잡으실까봐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모자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그러던 중 새해를 맞아 남편이 스피커 폰으로 그냥 같이 전화 한번 드리자 하여 아이들과 저또한 같이 인사 드리니 새해에는 저보고 전화좀 자주 하라고 하셨고, 대답은 했지만 제 마음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서 도저히 손이 안 움직이더라구요. 시댁 방문은 한달 또는 삼주에 한번 정도하는데 이제는 만나도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정말 어색합니다. 특히 큰 아이도 할머니가 그러는 부분을 눈치채고 제가 많이 울때 옆에 있어서 시댁에 가면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하는 눈치보는 아이로 변합니다. 이렇게 어색한 집안 분위기를 저는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너무 커지니 그냥 어색함이 편안한 상태로 느껴집니다.
시아버지는 어깨 수술을 얼마전에 하시게 되고, 저는 그래도 시아버지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렸고 역시나 유쾌하게 받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수술을 하게 되셔서 평일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어머니께 매일 전화를 드리면 어머니는 역시나 신경질적으로 모든 질문에 대답하셔서 남편또한 전화하기가 힘들다고 저에게 고백하더라구요.(예를들어 식사하셨냐 물어보면 이 상황에 밥이 들어가냐, 병원이세요 라고 물으면 지금 집이겠냐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하심)
수술을 무사히 마치셨고 마친 다음날 남편이 어머니에게 전화하니 왜 걔(며느리)는 전화를 안하냐라고 화를 내셔 남편이 본인이 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입원기간은 일주일이지만 남편 말에 의하면 시어머니가 본인 힘든걸 못참는 성격이라 지금 자기 힘든걸 표현하는 거라 말하더라구요.
수술 이틀 뒤 토요일이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병문안을 갔든데 시어머니도 많이 지친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컸지만 어머니는 저를 쳐다도 안보시더라구요. 저도 인사는 드렸지만 뭐라 말씀드리기도 어색한 상황이라 아이들 챙기고 아버지 옆에 있다 돌아왔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날 저녁에 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하여 40분 넘게 쏟아 내셨다고 합니다. 대화의 요지는 며느리에게 전화 하라해라 넌 하지 마라 이겁니다. 왜 걔는 전화를 안하냐 혹시 내가 어깨아프다고 표현한거 뭐라 해서 그러냐 등 아들은 전화 안해도 되니 며느리한테 전화하라 해라. 그리고 왜 토요일날 혼자와서 나 집에 가게 바꿔주지 왜 애들을 다 데리고 왔냐(실제로 저희 계획은 어머니 집에가서 쉬시라 하고 저는 아이들과 집에 다시 오던지 주변 키즈카페에서 놀리던지 였는데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 통증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 하셔서 돌아온거고 만약 제가 문병을 안갔다면 그 부분을 뭐라 하셨을게 분명합니다.) 우리는 왜 소통이 안되냐. 왜 너희는 언제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하냐 등등 쏟아 냈고 피하고 싶은 남편은 죄송합니다. 전화는 제가 하지 말라 했습니다라고 다시 설명 했으면 저희가 부족하지만 손주들 예쁘게 봐 달라는 표현은 했다고 합니다.
제가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이 상태까지가 아니라면 저는 분명 충분히 어머니가 힘든 감정을 받아주고 아이가 어려서 간병을 도와드리지 못하는 부분을 죄송스러워 하며 힘든상황이니 전화도 자주 드렸겠죠. 남편말에 의하면 어머니가 제가 아랫사람이라 쉽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살았던것 같은데 이제 제가 받아주지 않으니 강제적으로 저에게 전화를 강요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자존감도 높은 편이라 이 부분에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애착형성이 안된 어린시절의 남편을 진정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배우자인 게가 품어줘야 된다 생각하고 사랑 가득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어머니가 이렇게 행동하시니 정말 갑갑합니다. 남편이 지금까지 행동해왔던 것 처럼 저 또한 영혼없이 안부전화를 드려야 하는걸까요? 전화야 물론 드리는 건 문제되지 않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전화로 정서적 냉대 및 제가 편안하게 느껴지면 한번씩 쏟아내실 부분을 며느리로서 그냥 감당해야 하는 건가요? 지혜로운 82님들께 의견 듣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