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가 발생한 지 거의 한 세대가 지나고 한반도 긴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엔 여전히 미국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미국 의존증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미국이 과연 북핵 해결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외정책의 결정 요인이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도 세력균형론적 정책을 펴왔다. 1930년대 일본 견제를 위해 중국의 분할통치에 반대했고, 1950년대부터는 소련·중국 봉쇄를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추진했으며, 1970년대는 소련의 팽창을 견제하고자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 견제가 지상 목표가 됐다. 이를 위해 일본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한국까지 삼각 안보동맹으로 엮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와 다르다. 남한이 미국에 대화 압력을 넣을 수 있는 명분과 능력을 갖고 있으나, 오히려 보수정부 들어 대화를 방해하는 존재가 됐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대한 유일한 압박 수단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는 데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 대한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